가네 마네 고민하던 시간들이 훌쩍 지나 어느새 출발을 100여 일 앞두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 날씨라고 말하지만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 바로 날씨이다. 일일투어의 경우 현지 상황을 보고 2~3일 전에 예약하는 게 제일 좋지만 일정이 정해진 관광객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날짜는 많지 않다. 틈틈이 예약 사이트를 살피며 상황을 살폈며 최대한 늦게 결정하려고 맘먹었다.
어느새 루틴처럼 퇴근한 남편과 여러 예약사이트를 돌며 시간을 보내던 중 '필립아일랜드 투어' 비용을 가늠하려 예약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그런데 예정했던 날짜가 선택이 안된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눈과 손가락이 바빠졌다.
필립아일랜드에 가려는 가장 큰 이유는 남극바다에서 물고기 사냥을 하고 돌아오는 쪼꼬미 펭귄을 보기 위해서이다. 세상 귀엽다는 펭귄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그만큼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1명이라면 그 차이가 크지 않을 텐데 이것도 곱하기 다섯을 하니 금액 차이가 상당했다.
(여행기간 중 환율 1AUD=880원)
고민하다 언제 또 가보겠느냐며 최대한 가까운 자리(가장 비싼 자리)를 예약하기로 하고 계획했던 날짜에 자리가 있는지 확인을 해봤는데 글쎄 매진이란다. 설마 하고 다른 사이트를 다 찾아 들어가 봐도 우리가 원하는 날짜는 다 매진이었다. 심지어 모든 좌석이 다!!!! 아직 백일이나 남았는데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 펭귄 보려고 남편한테 눈칫밥 먹으며 일정을 변경해서 멜버른을 가는 거란 말이다!
멜버른에 머무르는 모든 날짜로 검색을 다시 시도했다. 다행히 예약이 가능한 날이 딱 하루 있었다. 이것마저 놓치면 펭귄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서둘러 결제를 했다. 아름다웠던 우리의 일정표는 펭귄을 기점으로 바뀌고 말았다. 갑자기 예약해야 하는 다른 것들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서둘러 '그레이트 오션로드 투어'와 '서핑 강습'도 결제를 마쳤다. 어쩔 수 없지 날씨는 하늘에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