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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 Jul 10. 2024

10. 백일 전

가네 마네 고민하던 시간들이 훌쩍 지나 어느새 출발을 100여 일 앞두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 날씨라고 말하지만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 바로 날씨이다. 일일투어의 경우 현지 상황을 보고 2~3일 전에 예약하는 게 제일 좋지만 일정이 정해진 관광객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날짜는 많지 않다. 틈틈이 예약 사이트를 살피며 상황을 살폈며 최대한 늦게 결정하려고 맘먹었다. 

어느새 루틴처럼 퇴근한 남편과 여러 예약사이트를 돌며 시간을 보내던 중 '필립아일랜드 투어' 비용을 가늠하려 예약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그런데 예정했던 날짜가 선택이 안된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눈과 손가락이 바빠졌다.


필립아일랜드에 가려는 가장 큰 이유는 남극바다에서 물고기 사냥을 하고 돌아오는 쪼꼬미 펭귄을 보기 위해서이다. 세상 귀엽다는 펭귄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그만큼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1명이라면 그 차이가 크지 않을 텐데 이것도 곱하기 다섯을 하니 금액 차이가 상당했다.


                                                                                                   (여행기간 중 환율 1AUD=880원)


고민하다 언제 또 가보겠느냐며 최대한 가까운 자리(가장 비싼 자리)를 예약하기로 하고 계획했던 날짜에 자리가 있는지 확인을 해봤는데 글쎄 매진이란다. 설마 하고 다른 사이트를 다 찾아 들어가 봐도 우리가 원하는 날짜는 다 매진이었다. 심지어 모든 좌석이 다!!!! 아직 백일이나 남았는데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 펭귄 보려고 남편한테 눈칫밥 먹으며 일정을 변경해서 멜버른을 가는 거란 말이다!


멜버른에 머무르는 모든 날짜로 검색을 다시 시도했다. 다행히 예약이 가능한 날이 딱 하루 있었다. 이것마저 놓치면 펭귄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서둘러 결제를 했다. 아름다웠던 우리의 일정표는 펭귄을 기점으로 바뀌고 말았다. 갑자기 예약해야 하는 다른 것들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서둘러 '그레이트 오션로드 투어'와 '서핑 강습'도 결제를 마쳤다. 어쩔 없지 날씨는 하늘에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있는 것들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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