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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 Jul 03. 2024

9. 드디어 결정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드디어 호주로 향하는 항공을 끊었다.



출발은 티웨이 항공을 이용하기로 했다. 선택의 이유는 간단했다. 설날 차례를 지내고 수원 집으로 돌아가서 집을 챙겨서 다시 인천공항으로 가기에 부족함 없는 출발시간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국적기니 필요한 것이 있을 때 머리 굴리지 않고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물론 저가항공이라 기내 서비스는 만족스럽지 않을 테지만 어차피 밤비행기 계속 자면서 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시드니에서 멜버른으로 가는 편은 콴타스 항공을 선택했다. 호주 국책 항공사라 믿을만하다고 한다.


이제는 호주 내 이동 편을 결정했다. 비행기와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호주는 어린이 요금이 무척 저렴해서 기차를 탄다면 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침대칸이 있지만 어린이 할인을 받을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10시간을 의자에서 자야 한다는 건 분명 무리다. 비행기로 이동의 장점은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이고 단점은 역시 비용이다. 처음에 뭣도 모르고 차로 이동하자 한 과거를 반성하며 이번만큼은 남편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다. 그의 선택은 비행기였다. 어차피 돈은 쓰기로 한 거고 시간을 더 아껴보기로 했다. 


이동 시간을 일정표에 채워 넣고 도시별로 세부 계획을 조정하였다. 가보고 싶은 장소들의 휴무일과 관람시간들을 찾고 지도를 보고 이동거리를 검색했다. 블로그와 카페, 구글평점을 토대로 도시별로 식당목록도 작성했다. 정말 인터넷으로 안 되는 게 없었다. 몇 년 만에 확 달라진 정보의 공유의 속도와 양이 놀라웠다. 

우리만의 여유 있는 여행을 기대했지만 계획표는 이것저것 다 보고 오자는 욕심으로 가득 찬 말로만 자유여행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일일투어를 하나 빼기로 했다. 아이들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포트스테판투어를 일정에서 지웠다. 처음에는 사막에서 모래썰매 탈 수 있다는 말에 혹했는데 실제로는 해안의 거대한 모래사구라니 왠지 김이 빠졌다. 거기다 와이너리투어도 코스도 꼭 들어 있는데 술을 안 마시는 우리 부부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며 우리는 거길 가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며 서로를 이해시켰다. 

드디어 호주여행의 일정이 완성되었다. 아이들에게 완성된 일정표를 보여주며 설명을 마치자 1번이 질문을 했다.


"돌고래는 안 봐요?"

"일정이 이래저래 해서 안 보기로 했어."

"나 돌고래 제일 기대했는데, 꼭 보고 싶다고 했는데 너무해!"

"뭐? 뭐라고? 


생각지도 못한 1번의 반응에 매우 당황스러웠다. 정말 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언제 돌고래가 보고 싶다고 한 거지? 남편은 기억나? 저기요!!

미안해! 진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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