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오늘은 안 나가니?”
“네. 코로나 때문에 매장 문 닫아서 쉬래요.... 그건 그렇고 오늘은 몇 명이나 나왔어요?”
“벌써 500명이 넘었대....”
이른아침, 눈을 비비며 일어나 뉴스에서 보도되는 코로나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차가운 생수 한 잔을 마시고 티브이 앞에 앉아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멍하니 뉴스를 보며 ‘오늘은뭘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잠겼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집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결국 다시 침대로 향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심호흡하듯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혼돈 속의 일시 정지. 나에겐 갑작스러운 변화에 ‘로딩’할 시간이 필요했다. 며칠 전 일하던 곳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예은 선생님, 이번 달은 우선 2주 정도 쉬어야 할 것 같아요. 그 후 에 다시 연락 줄게요.”
“네, 괜찮아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해해야죠.”
후.... 깊은 한숨과 함께 전화를 끊고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가장 큰 수익처였던 아르바이트에 공백이 생기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 동안 내 인생은 일하랴 공부하랴, 언제나 투잡 또는 쓰리잡 시스템으로 꾸려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 하나로 할 수 있 는 일은 닥치는 대로 했다. 평일엔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는 글쓰 기 강의와 독서 모임을 운영했고, 온라인으로 간간히 들어오는 디자인 외주도 했다. 그렇게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모은 돈으로 긴 여행길에 오르기도 하고, 새로운 꿈을 위해 공부도 하고, 혼자서 이런 저런 프로젝트에도 도전하며 세상 열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주변에서는 왜 이렇게 바쁘게 사냐고 했지만, 불안한 시대에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위태롭게 살아가는 외줄타기 인생 그 자체였다. 그 덕에 현실과 이상을 하나로 만들기 위한 일이 이토록 지겹고도 힘들다는 사실을 매 순간 체감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왔는데 코로나가 하루아침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무런 대비 없이 위기를 직면한 것이다. 불안과 동시에 일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사실 불안보다는 무서움이컸다.안개 속을 걷는것처럼 한치 앞을 볼수 없다는 무서움이었다. 누군가 방법을 알려주기라도 했다면 덜 무서웠을까? 하지만 그 누구도 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 모두 처음 겪는 전대미문의 사태였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생각보다 강렬했다. 가볍게 넘 길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무서워 벌벌 떨고 있을 동안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줄 리는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 야 했다. 그때부터 나는 질문을 시작했다.
‘난뭘해야할까?’
‘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내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질문들을 거듭하다 번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호랑이 굴에서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며. 그동안 공부하랴, 일하랴 미뤄왔던 것들을 이 기회에 하자.’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책과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해가 되 든 안 되든 우선 공부해보기로 했다. 변화의 물결에 발을 들여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미 변화의 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찾아봤다. 그렇게 공부하고 나서 내린 결 론은 결국 ‘나다움’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태풍처럼 몰아닥친 변화를 피할수없다면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그 변화에 휩쓸려 가지않기 위 해 자신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나에게 집중하는 일이었다. 지금보다 더 지겹게 나에게 집중 하기로했다.그 어떤 혼란이 와도 나의 색깔이 흐려지지 않도록, 오히려 세상의 혼란과 만났을 때 나의 색깔이 더 강렬하게 빛날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혼돈의 시기에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지금 내가 할수있는 최선이었다.
내가 ‘나답게’ 되기 위해서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을 찾아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