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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Apr 06. 2021

10월의 기록, 그 가을의 끝

나는 상담을 받습니다.

지금부터의 기록은, 그 순간 나이며, 순간의 영감이며,

순간의 고통이며, 순간의 희열과 눈물이며, 순간의 삶이다.

더 처절하게, 더 깊게 기록하고, 기억했다.


7일에 한 번, 나는 그날만을 기다렸다.


2019년 10월 2일

오늘도 나는 상담을 받았다. 한시간 가량 나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머리가 아프다. 나의 과거가 아팠다.


2019년 10월 4일

때로 인간은 스스로에게

무서울정로도 잔인해질 때가 있다.

찢어진 마음의 바닥을 보고 나서야

본인의 무너짐을 인정한다.

이미 알고있는 끝을 향해 달린다.

찔리고 상처 입으며 그렇게 달린다.

벼랑 끝으로 몰아간 후에야 미련을 버린다.


먹먹함을 가득안고 애써 눈물을 참으며

버티는게 그렇게나 어렵다.

돌아선 모퉁이에는 여전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우린 무너지고 싶어서 강한 척을 하는게 아닐까.


어디에도 진짜는 없다.

지금의 무미건조함도,

지난날의 지독한 열병도 진짜는 아니다.

진짜가 아니어야 한다.

속은 거라고 생각하는게

어쩌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2019년 10월 5일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하는 요즘이다.

이런 마음은 마아도 위로를 받고싶은 날들이 늘어난다는 뜻이 아닐까.


의심과 불안과 위태로움 보다는 안정과, 인정과 따뜻함이 넘치는 시간들 속에 파묻혀 살아가고싶다.

불안의 휘청거림이 느껴지지 않게 그렇게 단단한 마음이길 바래본다.


삶은 전인미답이라는 말이 마냥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

두려움속에서도 기대감으로 가득한 채로 살고싶다.

하지만 그러기란 쉽지 않다.

오늘도 나는 두려움에 잡아먹히고 기대감에 실망한다.


그래도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마음에 맺히는 모든 단어들에 온기가 넘쳐나길 바란다.

눈물을 머금은 삶에도 다뜻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한다.


2019년 10월 7일

쉬운 마음이 어디있어.


2019년 10월 10일

마음에도 온도가 있든 시간에도 온도가 있다

마음의 시간에 따라 온도가 다르다

뜨거웠다 차가웠다.


2019년10월 12일

불안하고 위태롭게 공허함에 허덕이고 상처를 받으며,

누군가의 애정에 갈증을 느끼고

긴밤과 치열하게 싸우며

그렇게 지내고 있었어.


2019년 10월 15일

그녀가 말했다.

제발 좀 놓아주라고.

제발 좀 편해지라고.

제발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나는 말했다.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 단어인것 같아 무척이나 어렵다고.

그래서, 지금 몹시 괴롭다고.


나에겐 각인을 시켜야 하는 일이라고.

나의 불안을 외면해야 하는 일이라고.


2019년 10월 18일

잠을 못자던 사람이 급격한 과수면 상태가 온다면

그건 필히 무언가의 부정적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2019년 10월 19일

우린 무던히도 좋은 사람이려고 애쓴다.


2019년10월 21일

지난 밤은 너무나도 길었어.

어둠은 눈물로 홍수가 되어 넘쳐 흘렀고,

나는 익사하지 않기 위해 이불로 얼굴을 가렸어.

이곳은 너무 춥고 무서워.

인간은 외롭고 혼자라는 걸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더 추운것 같아.


죽지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중이야.

근데도 여전히 죽음으로 가는 중이야.


이상해.

발버둥칠수록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


2019년10월 25일

생각하기를 멈췄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했더니

모든 세상이 회색으로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더이상 나의 세상엔 색깔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 하지 않았다.


2019년 10월 27일

시간이 흘러가는 건 좋지만 나의 생각과 영감이 멈춰있는 것은 싫다.

나는 어떤 것에 결핍을 느끼는가.

나의 결핍은 외적인 것들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사람, 돈 등.


시간이 흐른다고하여 그것과 비례하게 내 영혼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만히 놔둘수록 고립되고 침체되었다.


나를 단단하고 온전하게 만들 무언가가 필요했다.

우린 어김없이 실망하고 상처받은 후에야

비로소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2019년 10월29일

다들 겁쟁이야

용기도 없고 진심도 없고,

그리고 거기엔 나도 포함돼.


2019년10월 30일

나의 세상엔 쉽고 가볍운건 없어

하지만 많은 이들이 왜이렇게 맺고 끊는게 쉬울까.

왜 나만 어려울까.


좋은 사람일거라는 착각

진심이 전해질거라는 착각

전부 오류였어.


언제나 같은 결말이고

모두가 똑같이 도망쳤어.

서로가 서로를 버렸어.


2019년 10월 31일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 가족 모두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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