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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

by 나린

요즘의 저는 전보다 게으른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물론 저의 게으름은 지극히 상대적이라 누군가에 눈엔 여전히 바쁘게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너부러지는 날들을 보내기도 하고, 책을 펴놓고 한참을 티브이를 보기도 하고, 글이 써지지 않을 땐 그냥 쓰지 않아요. 주말엔 집 밖으로 한 반 짝도 나가지 않을 때도 있어요.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그러다 거울 속 나를 보고 놀라기도 해요.


이토록 재미없는 일상을 보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의 삶의 형태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어요. 그래서 갈증이 나기도 하죠. 사실은 이런 게으름은 익숙하지 않아요. 때론 불안이 소용돌이처럼 몰려와요. '의미'가 결여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죠.


그럴 때면 사부작 거리며 소소하게 모임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해요. 마음의 공허와 여유가 때론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어 지는 순간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지난날 바쁨 속에서 느끼던 자극들을 대체할 만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았어요. 공백이 낯선 탓이죠. 결과는 늘 그렇듯 쉽게 기뻐하고 쉽게 슬퍼졌어요. 여타 곁가지들이 늘어날수록 감정 소모가 따르기 마련이니까요. 좋으만큼 괴로웠죠.


하지만 전 무서웠어요.

"이러다 익숙해지면 어쩌지?"

"이러다....마음이 시들어버리면 어쩌지...?"하구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살아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중이니 그렇게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거라고. 달리다 보면 숨이 찰 때가 있잖아요. 그때 문득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했어요. 잠시 호흡을 고르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니까요.


어쩌면 이 시간은 저를 살피는, '쉼'을 배워가는 시간일지도 몰라요. '쉼'에 대한 재 정의를 내리는 시간일지도 몰라요. 사뭇 잔잔한, 어쩌면 무기력에 가까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잔잔함에 권태를 느끼지만, 그토록 기피했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주 작은 기쁨과 특별함을 찾아내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오고 가며 반복되는 삶의 패턴을 알아차리며 여전히 마음에는 수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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