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면 수영 수업 첫날이 왔다. 전날 미리 챙겨둔 수영 가방을 들고 센터로 향했다. 새벽 다섯시 사십분.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이 새벽에도 이곳은 분주하다.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상황을 살폈다. 그런 나를 발견한 직원은 버튼을 누르듯 이용 방법을 랩퍼처럼 읖어댔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사뭇 어색하다. 딱붙는 수영복과 수모에 수경이라니. 못나보이는건 기분탓일까. 이게 무슨 상관일까 싶겠지만 괜시리 발가벗겨진 기분이다. 수영장으로 입장 후 저멀리 '초급반'이라고 써진 표지판을 향했다. 아주머니 한 분과 아저씨 두분이 처음보는 얼굴임을 인지했는지 간단한 고개짓으로 인사를 해온다.
물 속으로 살며시 몸을 담궜다. 온 몸에 닿는 일렁이는 물결의 파동. 얼마만에 느껴보는 기운인지 웃음이 새어나왔다. 물의 힘인가. 갑자기 용기가 생겨 옆에서 있던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저 오리발을 준비해와야 하는 건가요..제가 오늘 처음이라."
"아니에요. 이건 나중에 강사님이 필요하면 말씀해주실거에요."
아주머니가 여유롭게 웃어보였다. 그 순간 나에게는 가장 부러운 존재였다. 뭐랄까. 물속에서 헤엄치는 인어. 그래 내가 상상만하던 그 모습! 하지만 현실은 '음-파-음-파-' 수영이 처음이냐고 묻는 강사님께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어처럼 헤엄치는 나의 상상은 그저 상상일뿐, 벽을 잡고 호흡법을 배우는것부터 시작했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가 달리겠다고 욕심을 부린 셈이다.
"킥판 잡아 볼께요. 방금 했던 호흡법을 하면서 발차기를 같이 할거에요."
지면에서 발이 떨어질 시간이다. 물론 아직 맨몸으로는 무리다. 생명과도 같은 킥판을 꽉 붙잡고 발차기를 했다. 호흡을 하며 발차기를 하려니 여긴 몸에 힘이 들어가는게 아니겠는가. 동앗줄과도 같은 킥판을 너무 세게 잡고있었던 탓일까 어깨가 아파왔다. '지금 자세 좋아요. 두번만 더 할께요.' 25m밖에 안되는 거리가 왜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던지. 어깨에 이어 허벅지까지 슬슬 아파왔다. 그래도 괜찮다. 첨벙 첨벙 온 몸으로 느껴지는 물살을 만끽한다. 간만에, 활기가 돈다.
50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눈 깜짝할 사이에 수업이 끝났다. '주3회 수업으로 등록할걸 그랬나....' 속으로 생각 했지만, 체력을 과대평가 했다간 또다시 큰 코를 다칠 수 있으니 주2회로 만족하기로 한다. 내일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지 다짐을 하며!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해가 떴다. 물방물이 똑똑 떨어지는 젖은 머리를 좌우로 살짝 털었다. 이른 아침의 찬 공기가 느껴진다. 출근길에 상쾌함을 느낀다니. 마음이 이상했다.
분명 회사에선 피곤함에 졸음이 밀려오겠지만. 아무렴 어때. 재미있으면 그만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