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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Nov 12. 2021

사랑한다는 것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건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 애썼다. 과정이 어찌 되었든 열정을 다해 몸을 갈아 넣다 보면 그 안에는 희로애락이 존재했다. 나는 그것을 사랑했다. 그렇게 자기 위안을 했다.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 말했지만 결국 그 밑 마음엔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짙게 깔려있을 뿐이었다. 지나고 보니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도, 미움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몇백 배 몇천 배는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요즘 나는 매 순간 내 안의 미움과 증오와 싸운다. 자꾸 누군가가 미워졌다. 창백한 입술 사이로 거친 욕지거리가 새어 나온다. 나를 향한 화살을 대신 맞을 원망이 대상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른다. 우린 실체에 목을 매곤 하니까. 때때로 주체가 되지 않는 분노는 제멋대로 삶을 갉아먹었다. 이것은 특정 타인을 향한 것이기도 했지만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내 삶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사랑. 사랑. 잘못 점철된 거대한 세계가 뒤틀린다. 모든 이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삶을 받아들이고 무언가를 포기했다. 경건하게 이별을 택한다. 사랑의 시작은 이별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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