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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Feb 04. 2022

나는 유능한 직원이 아니다

몇 달 전 회사에서 좋은 제안을 받았다. 독대를 했고, 나는 거절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제안이 아직까지 유효하다는 말을 들었다. 난 꽤나 유능한 직원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을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순간은 가치관이 충돌할 때였다. 나는 걸어가는 길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눈과 귀를 가리고 무작정 목표를 향해 죽어라 달리는  따윈 적성에 맞지 않았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나는 자주 죄책감에 시달렸다. 나의 표정과 목소리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위치에서 오는 무력감과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있는 것이 많아졌지만   있는 것이 없었다. 어느날엔가 엄마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이유를   없는 눈물이었다.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어떻게 굴려지고 사용되는지, 나는 그것을 최대한 부끄럽지 않게 증명하고 싶었다.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위로가 필요했다. 그러나 모두가 같지 않았다. 아니, 모두가 아주 쉽게 패했다: 포기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어느새 동화되어가고 있었다. 나의 충돌은 아무것도 깨트릴  없었다.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자본은 이렇게 생겨난다는 것을  눈앞에 보란 듯이 던져줬다. 나는 그것을 주어들고 이리저리 휘둘렀다. 휘둘리길 선택했다. 이것은 보통의 어느 평범한 삶의   편이었다. , 생각보다 평범은 괴롭다. 그것은 규정 내려져왔다.


좋은 결과물과 입에 발린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곤 했다. 전부 나쁜 건 아니었다. 분명 좋은 것도 존재했다. 늘 어느 한쪽은 득을 봤다. 때때로 모두가 득을 볼 때도 있었다. 모두가 행복했다. 억지로 감사한 것들을 찾았다. 그것은 확실했다.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피폐해져 갔다. 그들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웃을수록 스스로가 더 미워졌다. 나의 죄책감은 그저 자신이 무력한 존재라는 자각에서부터 온 죄책감이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선택을 한 걸까.

그렇다. 마음. 그러니까 내 마음.

나는 그것이 알고 싶었던 거다.

나는, 어떤 확신을 얻고 싶었던 거다.


그들이 웃는다. 아무렇지 않게 웃어댄다.

알았다. 나는 저 웃음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는 걸.


나는, 유능한 직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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