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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Feb 07. 2022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얼마나 사랑해?"


글쓰기는 어떤 의미에서 사랑고백과 같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자주 기쁘고 슬펐다. 아무리 노력해도 늘 예상을 벗어났다. 사랑하는 이의 거절에 울다, 품에 안겨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의 이름은 세계다.


이마에서 콧등까지 유려하게 떨어지는 얼굴, 얇고 고운 손가락, 거침없지만 아주 미세하게 떨려오는 걸음걸이. 모든 감각의 문을 활짝 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하는 이를 탐구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글을 쓴다는 건 특별함을 찾아 헤매며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세계는 항상 묻는다. '무엇을 사랑하는가? 왜 사랑하는가?' 이것은 '무엇을 보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마음과 생각을 파헤치고 파헤쳐 그 안에 알맹이를 찾아낸다. 하지만 쉽게 답을 주진 않는다. 하루 종일 애정 어린 목소리로 속삭이다 불현듯 자취를 감춘다. 환영과 환상 그 사이에 어딘가에서 현실 한 조각을 발견한다. 정답은 늘 그 질문 안에 있다.


어느 날엔가 아주 나른 한 오후, 그가 다시 왔다. 몇 번을 기웃거리더니 작은 편지 하나를 내밀었다. 이내 마음에 가득 들어차 묘한 마법을 부린다. 나는 세계를 조금 더 지겹게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랑, 사랑.

영혼을 갈아 넣어 희열을 느끼는 일. 

처절한 짝사랑 끝에 다시 그 길로 들어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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