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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Apr 08. 2019

나의 이야기

칠레 : 비냐델마르


공연에 미쳐 살던 때가 있었다. 무대가 나의 꿈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밤낮없이, 쉬는 날까지 마다하며 연습하고 일하던 때가 있었다. 무대에 배우로 설 때면 그 어느 때보다 벅차고 행복했다. 악기와 온갖 공연 물품들이 가득한 연습실에서 더울 땐 땀을 뻘뻘 흘리고, 겨울엔 오들오들 떨면서, 오로지 좋아하는 마음 하나, 그런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 속에 함께 숨을 쉬며 살았다.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함께 웃고 떠드는 순간이면 그런 힘듦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넘치는 마음 하나로 뭐든 괜찮던 순간들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건 아마도 어른이 되어가면서 여러 사람 틈에서 내것은 내가 챙겨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포용보단 비판이, 진심보단 가식이, 순수함보단 영악함이.
그렇게 우린 슬픔으로 뒤덮인 이기적임에 물들어갔다.


에너지와 열정을 가득 찼던 곳을 내 발로 떠났을 때, 후련하면서도 고통스러웠다. 이제 다시는, 두근거림 하나로는 살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에.


여행 중에 익숙한 리듬이 들릴 때면 자연스레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반가움, 부러움, 미련, 홀가분함, 복잡 미묘한 감정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마음의 무게를 견뎌내기란 생각보다 힘들었다.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그들에게서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곤 했다. 열정 넘치는 몸짓, 심장을 울리는 리듬. 함께 즐기는 관객. 모두가 혼연일체 되는 찰나의 순간.


관객이 되어 그들을 바라보며, 그때의 나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행복했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질문의 답은 알고 있지만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퇴색한 마음을 다시 끌어안고 보듬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심.


여전히 우린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외면할 것인가.


이미 잃은 설렘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야 조금씩 그때의 나를 위로하며 지금의 나에게 보여주고 있으니.


 여행이 나에게 주는 힘은 그렇다.
외면하고 싶었던 나를 온전히 바라보게 해주는 힘.
그런 용기.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만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두근거리는 순간을 찾아 살고 있는 것임을 안다.


각자 다른 방법으로, 지금 우리에게 맞는 저마다의 삶의 방식으로.


귓속을 파고드는 리듬 사이로 설렘을 실어 보낸다.

아-숨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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