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통성 부리기 싫었던 사실 그대로의 평가
'사람은 항상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취업을 하기 위해 토익 900점 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뭐, 처음 시험 보면 신발 사이즈만큼 점수가 나온다고 하던데, 그래도 고등학교 때 영어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니었으니 그 이상은 나오겠지..'
'뭘 저리도 시험지를 왔다 갔다 하는 거야? 정신 사납게 시리....'
'망했네. 망했어. 쉽지 않네. 이러다가 취업도 못하겠네....'
'한국어를 사용하는 직장에서 영어를 도대체 왜 잘해야 하는 거야?!'
'환장하겠네.. 장기 지원을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나? 어쩌지?'
"너 장기 지원 포기한 거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
'아, 젠장! 토익 시험 본다고 휴가까지 내고 나왔는데, 이게 뭔 창피람?'
'인생 쉽지 않네! 쉽지 않아!'
'990점 만점에 250점? 내 신발 사이즈도 안 나왔네?'
"소대장님! 무슨 전역 준비를 몇 개월 전부터 하고 그러세요? 부대 업무 소홀히 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 전역 준비라기보다는 부족한 공부를 하는 건데 쉽지는 않습니다. 업무엔 차질 없으니 걱정 마십시오."
"아무튼, 잘 준비하시고! 여기 이 봉투 가져가서 작성 좀 해주세요!"
"이게 뭡니까?"
"부사관 직무 평가표예요! 부사관 장기 지원하는데 중요하니깐 잘 작성하신 후 다시 저한테 제출해주세요! 여기 다른 소대장님들 것도 좀 전해주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고생하십시오!"
'소대 내 부사관이 본인의 업무를 잘 이해하고 숙지하고 있습니까?'
'전 하사는 본인의 업무 거부로 소대 내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었고, 배우려는 의지도 없는데? 2번이라고 체크해야겠다!'
'피평가자는 발전 가능성이 크며 추후 육군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입니까?'
'행정관 따까리 짓 이외에는 하는 일도 없고, 육군에 필요한 인재는 더더욱 아니지. 1번은 너무했으니, 이것도 2번으로!'
"2 소대장! 어떻게 작성했어? 2소대 정찰 분대장 똥줄 좀 타겠는데?"
"그냥 뭐 가감 없이 사실대로 작성했습니다!"
"뭐? 하하하하하 그럼 다 1번 아니야?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다 1번 하기는 눈치 보여서 정말 아닌 것 같은 문항 몇 개만 2번으로 했습니다!"
"진짜?! ㅋㅋㅋㅋ"
"소대장님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난, 뭐.. 그냥 다 4번 아니면 5번 했지. 솔직히 3소대 정찰 분대장은 열심히 하는 편이잖아!"
"예! 3소대 정찰 분대장은 열심히 하는 건 인정입니다. 듣자 하니 부사관들은 모두 장기 지원하고 싶어 하던데, 2소대 정찰 분대장은 행정관 입김만 믿다가 울게 생겼습니다."
"그러게, 뭐 다 자업자득이지! 병사들도 뒤에서 찌질이라고 부를 정도면 말 다한 거지 뭐!"
"본인이 한 행동은 기억도 못하고, 제 원망만 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2 소대장님! 어서 빨리 행정관실로 좀 와보세요!!!!"
'본인이 뭔데 매번 오라 가라야!'
"아니, 소대장님! 이게 뭡니까?"
"네?"
"2소대 정찰 분대장 직무 평가를 이렇게 해주면 어쩌라는 거냐고요?"
"전 있는 사실 그대로 평가했습니다?"
"아니, 이런 건 융통성 있게 못한 게 있었어도 잘했다고 해줘야 맞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어지간한 것들은 다 4번으로 체크했습니다?"
"지금 말장난하자고 제가 부른 줄 알아요? 어서 가서 다시 작성해 오세요!"
"근데 그걸 왜 뜯어보십니까?"
"아.. 그건.. 제출하기 전에 혹시 실수를 하신 건 없나 싶어서 확인차 열어봤어요!"
"행전관께서 수정하시는 건 아니겠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큰일 난일 있어요?"
"제가 다시 해와도 바뀔 건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최선이니 그냥 그렇게 제출해 주십시오!"
"아.. 진짜 말 안 통하네.. 저기 그럴 줄 알고 대장님 하고 면담 잡아놨으니까, 대장실에 방문 좀 해보세요!"
"대장님, 행정관이 와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어 그래! 2 소대장, 직무 평가서 그게 무슨 얘기야? 행정관이 난리를 치던데?"
"정찰 분대장이 소대 업무를 잘 진행하지 못해 도저히 잘 평가해줄 수 없는 몇 개 항목만 부정으로 체크한 것 때문에 저러는 것 같습니다."
"껄껄껄, 그.. 어지간하면 좋게 평가해주지 그랬어?"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정말 육군에 필요한 다른 부사관이 분별력 없는 평가서 때문에 탈락하는 위기를 겪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음.. 그 말도 맞긴 하지.. 그럼 그냥 소신껏 해! 행정관이 물어보면 내가 다독였다고 말은 하고!"
"예! 알겠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
그것은
태도
태도만 좋아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