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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래의 일을 상대방과 미리 정하여 어기지 않을 것을 다짐함

by JJ Jun 16. 2022

 글쓴이는 MBTI유형이 ISTJ-A형이라고 한다. 워낙 미신이나 루머 등을 믿는 성격이 아닌지라 참고만 하려고 하는 편인데, 읽어 내려가다 보니 나의 성격과 상당히 유사한 게 재미있다.


'설명을 일반적으로 해놔서 그런가? 왜 이리 비슷하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웃어넘기려는데 '약속을 꼭 지키려고 노력함'이라는 구절이 심금을 울렸다.


'그래.. 나는 유난히 약속 어기는 것에 민감해.. 약속을 반복적으로 어기는 사람은 거리를 두려고 하고..'


 나에게 있어서 약속이란 타인의 신뢰를 측정하는, 도구적인 성격이 강한 하나의 단어인 셈이다. 타인에게 잣대를 세워놓고 비교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대방을 무턱대고 믿을 수만도 없으니, 나 나름대로의 필터링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유튜브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하고 있자면 나만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비춰진다는 게, 한편으로는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라는 아쉬움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지속적으로 충돌을 한다.


 아래 댓글들의 주제는 '바람의 나라,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고도 관대한 나라'이다. 개인적으로 문화적 다양성은 인정하려고 노력하지만 영상에 담긴 내용들이 내가 알던 사회적 통념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세상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댓글을 남겼다.



 바람을 피우는 행위 자체가 사생활이 될 수 있을까? 나의 윤리의식은 저러한 것들을 용납 못한다. 내가 바람을 피운다면, 나는 결혼식 혼인 서약에 반하는 행위를 하게 된 것일 것이고, 더불어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나의 배우자 및 그녀의 가족에게 선사하는 개념인 것이다. 그렇다고 정사를 즐기는 이들을 싸잡아 비판할 의도는 없다. 제 아무리 정도를 외쳐대 봤자 내 입만 아픔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로 피해를 당하게 되는 주변 사람들에겐 심심한 위로를 전하지만 나와 직접적인 개입이 되지 않는다면 상황을 회피하는 쪽이 나의 정신건강에 이롭다. 가장 가까운 본인의 가족도 배신한 놈이나 년이다 보니, 남들은 더 쉽게 배신할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고 그런 이들과는 실오라기 한 올도 얽히기가 싫다. 물론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시도는 해야겠지만 유쾌하지 않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약속이라고 생각 안 하면 됨'이라는 댓글은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나의 신념을 무지막지하게 후두려 팼다. '사회생활과 사생활을 별개로 봐야 한다'는 사람들의 댓글도 이해해 보려고 다방면으로 생각해봤지만 결국 이해를 못 한 채 그 상황을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만의 약속은 있지만, 그렇다고 상대방과 이미 약속한 내용을 본인 멋대로 수정해서 상대방이야 그 약속을 계속 지키든 말든, 본인은 약속이 아니었던 것으로 스스로 암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일까? 이렇게 상대방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습게 신뢰를 깨버릴 것이면 애초에 약속을 안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 세계는 크고 작은 약속들의 집합체인데,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그 사람들의 신뢰로 그들의 명성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는지 궁금하긴 하다.


잭은 친한 친구인 모리슨이 출장을 갔음을 확인하고는 다급히 모리슨의 집으로 향했다. 초인종 벨소리가 들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리슨의 아내가 야한 차림으로 대문을 환하게 열며 격하게 환영했다. 둘은 그동안의 회포를 풀듯 집안 곳곳에 그들의 흔적을 사정없이 남겨대기 시작했다. 그리하고는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직원들에게 아침 인사를 하며 출근한다. 점심에는 모리슨이 출장에서 돌아와 함께 식사를 하며 출장 관련 성과를 구두로 보고받고, 만족스러운 결과에 둘은 호탕하게 웃어넘긴다. 잭은 '부정부패 Zero'를 모토로 삼는 한 도시의 시장이었다.

아주 극단적으로 사회생활과 사생활의 별개를 가정해서 Fiction을 써보았다. 너무 극단적이어서 좋은 예제로 사용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허구임에도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너무 보수적인가?'
'세상이 변한 건가?'
'아니면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한 건가?'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키려고 하는 건가?'
'간통죄도 사라졌으니 배우자를 배신하는 행위조차 사생활로 치부해줘야 하는 세상이 된 건가?'
'처제와 바람을 피워도 사생활인 걸까?'
'바람을 피운다는 게 사생활이라고 믿는 걸까?'
'비 윤리적인 사생활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회생활만 잘한다면 문제없다는 건가?'


 내가 모르는 세상에서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고 반문하여주는 다양한 사람들의 피드백을 얻다 보니 나의 일반 상식적 오류에 겁이 났고,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건 지도 모르겠다. 쾌락의 탐욕으로 문란하든 말든, 본인들이 생각하는 사적인 영역을 공적인 영역까지는 결부시키지 말라는 단순한 답변일까? 사적으로 비도덕적인 자들이 공적으로 성인군자 인척 해도 연관시키지 말라는 건가? 과연 그 비윤리성이 공적인 부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안 미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본인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공적으로도 무언가 감추고 숨기기에 바빠하지 아닐까? 그 일이 밝혀졌을 때의 파장은 어찌할 것인가?


 약속을 해놓고, 애초에 약속이라고 생각 안 하면 된다는 그들의 논리가 궁금하다. 약속은 인간관계 전반에서 아직도 활발하게  작용하고 있고 사라질 수도 없다. 누군가 나를 이해시켜 줬으면 좋겠다. 아무리 다른 방향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나의 머리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사소하건 크건 약속을 안 지키면 상대방의 기분이 불쾌해지는 건 당연지사 아닌가?


 약속을 약속이라고 생각 안 하면 된다는 것, 그들의 편안함을 위한 자기 합리화와 방어 기제가 발동해서 그런 걸까? 일반 상식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일반 상식을 가뿐히 짓밟아 버리는 이러한 발언들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수많은 의문만 남긴 채 이렇게 글을 줄이려 한다.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꾸준히 약속을 지켜나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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