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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며서 말함

by JJ Jul 25. 2022

 오래전에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를 접한 적이 있다. 'The invention of Lying', '거짓말의 발명'이라는 영화인데, 영화 속에서 그려진 세상은 거짓 없이 사실만을 말하는 세상이었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찌질한 한 남자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여성이 사는 집 대문을 두드리자, 여성은 자위 중이었으니 그 남자에게 기다리라고 하며, 당신의 못생긴 얼굴을 보니 데이트가 기대도 되지 않는다고 면전에 대고 말해버린다. 사실 그대로를 말하는 어처구니없음에 홀로 폭소를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으나 순간 사색에 잠겼다.


'따지고 보면 예의를 갖춘다는 것 또한 허물없는 진실을 숨기기 위한 겉치레에 불과한 것인가?'


 거짓이 싫어서 거짓 없는 삶을 추구하는 나이지만 그렇다고 예의를 버릴 수는 없다. 영화 속 가상의 거짓 없는 세상을 마주하다 보니 예의 없는 모습이 참 기괴하고, 이상하다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거짓과 가식조차 인간의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는 필수적인 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영화감독의 메시지는 거짓과 가식을 배척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나 역시 하루가 다르게 수없이 많은 하얀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예의를 차린답시고, 상대방의 기분을 안 상하게 끔, 본인의 본래 의중과는 반대되는 말을 내뱉곤 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세상,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세상, 우리네들은 이런 복잡 미묘한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정직하게 살라고 말하지만 말 그대로 정직하게만 살면 괴짜 혹은 정신질환자로 비쳐 칠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단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100%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요소들과 압박으로 인해 사실을 말할 수 없기에, 거짓을 말해야 하고, 앞담화보다는 뒷담화가 편해지는 사회가 우리 사회의 단면이 아닐까? 이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려면 우리는 이따금씩 참보다는 거짓을 말하는 역량을 키워야만 한다.


'김 부장, 저 도둑놈, 직원들 성과 훔쳐서 지 성과로 만드네? 더러운 인간!'
"김 부장님, 이번 프로젝트는 부장님이 지도해주셔서 업무 성과가 유달리 높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재수 없는 년, 넘어져서 아프다고 말하더니 남직원들한테는 약한 척, 이쁜 척하느라 정신이 없네'
"많이 다친 거 아니에요? 많이 아플 것 같은데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더럽게 못 생긴 게, 생긴 대로 구네. 저 진상 또 왔어. 꼴도 보기 싫네.'
"안녕하세요, 손님! 또 오셨네요? 반갑습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물론 남에게 해가 되는 나쁜 거짓말을 계속 이어가도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전히 신뢰와 믿음은 건전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만 거짓이 난무하는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거짓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현명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임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거짓을 동일한 거짓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거짓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우리 사회는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을 위해 예를 갖춘 거짓을 필요로 한다. 우리 인간들이 그러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이 그렇다. 우리는 천성이 모순 덩어리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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