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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May 31. 2024

버릇없는 어른

버릇없는 아이는 훈육이라도 할 수 있지.

 어른이 버릇이 없다는 표현은 상당히 생소하지만 충분히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흔히들 '건방지다.' 혹은 '싸가지없다.' 또는 '개념 없다.', '꼰대.'라고 많이들 표현하고 생각하는 그것이 맞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이러한 사람들은 어쩌면 버릇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본인에게 대놓고 뭐라고 그러는 사람도 없고, 자신이 편안해하고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스스로 버릇이 없어진 것이다.


 이런 존재가 남일 수도 있겠지만, 나일 수도 있는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 혹은 친구가 아니라는 법은 없다. 입만 열면 입방귀를 뀌어대는 사람은 분명 이곳, 저곳에서 그 지독한 방귀 냄새를 흩뿌리고 다닐 것이다. 남들이야 헛구역질을 하든 말든, 본인은 방귀를 뀌고 싶으니, 그 매캐한 언어적 비수를 제멋대로 날리고 다니는 것이다.


 버릇없는 아이는 올바른 부모가 있다면, 훈육이라도 가능하겠지만, 버릇없는 어른은 그 병증이 초말기에 간다고 한들, 제대로 된 진단은커녕 치료도 거의 불가하다. 그 버릇없음으로 인하여 주변 지인들과는 점점 소원해질 것이고, 자아 성찰의 능력은 현저히 떨어질 터이니, 본인이 버릇 있는 어른으로 소프트웨어를 재설치하지 않은 이상, 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사회 도처에 포진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버릇없는 이들 조차 버릇없는 어른들을 보면 손사래를 치며 서로를 멀리한다는 것이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슨 자석의 척력이 작용하는 것처럼 서로를 경계하며 싫어한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버릇없는 행동은 버릇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싫은가 보다. 그렇게 시시비비를 판단할 수 있는 눈은 있으면서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는 그들의 언행불일치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들의 횡포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인들 까지도 감정적 사지로 몰아넣게 되는데, 이러한 횡포의 결말을 보기 위해서는 안타깝게도 절연만이 유일한 해답인 것 같다. 직장으로 치자면 퇴사가 될 것이고, 결혼 생활로 치자면 이혼이 될 것이고, 사회적으로 보자면 이민정도가 그 해답의 예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기적처럼 사람이 바뀌거나, 혹은 그 사람의 비위를 끊임없이 맞춰줄 자신이 있다면, 절연이라는 파국의 종착역까지 가는 행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글쓴이의 인간사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사람의 뇌를 바꾸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이 올바르게 변할 확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사람은 본디 바뀌려는 성질보다는 바뀌지 않으려는 성질이 더 강한 존재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어느 누가 자기 자신을 포기하면서 까지 그 힘겨운 연을 이어가려고 노력할 수 있을까?




 나의 에너지가 빨리는 인간관계라는 것은 다른 말로 치환하면, 충만했던 나의 감정들을 매우 적극적으로 소모시키는 그런 사람들과의 대인 관계를 일컫는다. 의도를 했건, 안 했건, 상대방의 무례한 언행은 무슨 시퍼렇게 날이 잔뜩 선 칼날처럼 당사자의 가슴속을 후벼 파고 짓이긴다. 그들은 무례하고 싶어서 무례하게 구는 것일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그 해답은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정말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망신시켜 주기 위해서 뱀의 혀를 숨 쉴 때마다 날름거리는 것일 수도 있다.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인 여러 번의 입방귀가 의심되는 상대방이 있다면, 되도록 그 사람과는 말을 많이 섞지 않기를 권장한다.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겠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잡음과 에너지 소모는 나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 수도 있다.


 카멜레온처럼 이 색, 저 색으로 변하며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그들의 색깔대로 응대해 줄 수 있다면야 금상첨화이겠지만, 이러한 감정 소모는 본인의 정신 건강에 이롭지 않다. 버릇없는 어른에게 왜 버릇이 없느냐고 묻거나, 당신의 언행이 항상 나를 힘겹게 한다고 호소하며 파해법을 도출하는 전략도 있기는 하겠지만, 사람은 어진 간하면 쉽게 변할 수 없기 때문에, 힘겹고 어색한 동행은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번 감정의 골이 생긴 사이는, 아무리 이상적인 화해를 하더라도, 함께하고 싶은 말동무보다는,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싶은 그런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웃고 즐기며 감동하고, 울고 싸우며 질겁하는 수만 가지 경우의 수가 매초, 매 순간 발생하는 인간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말에 대한 중대함을 인지하고, 스스로 한마디 한마디에 온 힘을 다해야만 한다. 말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중히 여길 때, 비로소 우리네들은 다른 이들의 인격을 소중히 대해줄 수 있다.


내가 뿜어내는 말과 행동은, 내 인격의 향기이자 냄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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