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본인만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 그 향기는 산들바람처럼 풋풋한 향일수도 있을 것이고, 더러는 오랜 시간 묵혀둔 음식물 쓰레기 냄새처럼 코끝을 강타하는 고약한 악취가 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말하자면, 사람 냄새는 무색무취이다. 그래서 그 사람 냄새가 좋건, 나쁘건, 본인 스스로는 그 냄새를 쉬이 자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람 냄새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게 되는데, 그 길의 향방은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각자가 처한 사회적 환경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각양각색의 인격을 구색하게 된다.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굳이 오랜 시간을 지켜보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어투나 사소한 행동에서 풍겨오는 무색무취의 냄새에 대한 느낌을 알아챌 수 있는 통찰력이 생겼다. 그렇지만 자칫 잘못하면, 고정관념이나 색안경 등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의 경계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객관적, 이성적 판단을 하도록 힘써야 한다.
서로의 결이 맞고, 안 맞음을 뜻한다는 거랄까?
결이 잘 맞던 사람도 시간이 흐르면서 결이 잘 안 맞게 될 수도 있고, 결이 잘 안 맞던 사람도 결이 잘 맞게 될 수도 있는 것이 우리네들의 인간사인 듯싶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본인의 결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본인의 성향에 따라 각양각색의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자신도 알게 모르게 시나브로 직업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신의 주변에 어떤 이들이 있느냐에 따라 본인의 결도 그 색깔을 변화하게 되는데, 그 결의 변화로 인해서 어떤 이들과는 계속 잘 어울리며 지낼 수 있겠지만, 소중한 어떤 이들은 그 결의 변함을 인지하고 그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흔히 우리네들이 말하는 일반 상식선에서 좋은 쪽으로 결이 변했다면, 큰 이상이 없겠지만, 그 결이 좋지 못한, 또는 거북한 쪽으로 변했다면, 아무리 둘 중 하나가 죽고 없어서 못 사는 관계였다고 할지라도 그 결의 다름이 너무나도 극명하기에 그 관계는 험난한 기로에 서게 된다. 단짝 친구였어도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서로 미친 듯이 사랑하여 결혼한 부부 사이일지라도, 원수처럼 으르렁대며 꼴도 보기 싫은 그런 사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하얀 도화지 같은 백지상태에서 태어나게 된다. 물론 유전자의 지대한 영향을 받거나, 부모님에게 막대한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그 도화지는 남이 그려줄 수 없는 본인 만의 도화지이다. 사회적 영향을 받든, 직업적 영향을 받든, 본인의 도화지에 그리고 싶은 내용은 본인의 의지로만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한번 그린 그림은 지워질 수 없을 것이고, 그 그려진 그림으로 인해 그 도화지는 더 이상 백지상태가 아니게 된다. 그렇다. 그 그려진 그림을 우리네들은 결이라고 부른다. 평생을 덧칠하고 색을 바꿔가며 그리는 그 미완성의 작품은 우리가 어떻게 획을 추가하느냐 따라서 우리네들의 결의 향방을 결정한다. 한번 잘못 그려진 획은 지워질 수 없다. 다만 그 획을 토대로 아름다운 작품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망친 상태로 둘 것인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다. 상대방의 결이 달라졌다고, 서운해하거나 아쉬워하지 말자. 그 상대방이 그것을 자신의 그림으로 삼았음을 탓하거나 책망할 수는 없다. 그저 응원할 마음이 남았다면 먼발치에서 응원을 이어가거나, 아니면 서서히 멀어지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