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 May 24. 2024

여유

물질적ㆍ공간적ㆍ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당신의 여유는 어떠하시나요?


 뜬금없이 갑작스러운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는 중이라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여유롭지 못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다소 높다. 이전 화에서 이미 언급하였지만, 생존의 쳇바퀴 위에서 여유를 찾기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그 쳇바퀴의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면, 혹은, 특정 시간만 올라탔다가 내려올 수 있다면, 아무래도 누군가는 여유라는 것을 만끽하며 살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여유롭다.'라는 단어는 그 어감에서 오는 부드러운 향기가 오감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시나브로 마음의 경계를 사라지게 해주는 마법 같은 단어이다. 실제로, 우리네들의 삶 속에서, 이 여유라는 단어는 알게 모르게 참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만큼 그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당신은 여유 있는 사람과 만나고 싶나요? 아니면 여유 없는 사람을 만나고 싶나요?


 꼭 금전적인 여유가 많다고 해야지만 여유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화에서는 좀 더 정신적 측면의 여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물론 여유라는 것이 물질적, 정신적, 공간적, 시간적으로 모두 연결이 돼 있기는 하지만 마음의 여유는 인간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여유가 없는 사람은 여유가 있는 사람에 비하여 감정적으로 더 절박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유 있는 미소는 들어봤어도, 여유 없는 미소는 듣보잡이지 아니한가? 생존의 쳇바퀴를 돌려야 하는 바쁘다는 연유로, 여유는 항상 문전박대를 당하고, 또 당한다. 실은, 항상 여유와 함께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여유는 자칫 게으름으로 오해를 받기 십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여유라는 녀석을 잠시 마음속 깊숙이 꼭꼭 숨겨놓아야 하는 경향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여유로운 분위기는 좋아하면서, 여유로운 사람은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랄까? 이 모순적인 상황은 비단 여유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네들의 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고 널렸다. 결론은 개개인이 여유를 가져야만, 진정으로 여유로운 분위기가 창출될 터인데, 그것이 불가능에 가까우니, 여유로운 분위기를 사회적 분위기로 만드는 것 또한 불가한 것이다. 그래서 여유로움도 여유로움을 창출해 낼 수 있고, 즐길 줄 아는 자들의 보여주기식 전유물로 전략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허례허식이 아닌, 진정으로 여유로운 사람의 태도와 행동에서는 고결한 기품의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누군가 대뜸 욕을 하더라도, 똑같이 욕을 하며 싸우기를 택하기보다는, 여유롭게 응대할 수 있을 것이고, 갑자기 기분 나쁘게 칼치기를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경적을 울려대며 욕을 하고 왈가왈부하는 대신에,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라고 다 여유로운 품격을 갖춘 것도 아니고, 가난하다고 여유로운 기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말이다. 여유로움은 단지 마음먹기 나름이다. 물론 그 사회적 분위기가 뒷받침을 해준다면, 그 효과는 배가되겠지만,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정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은 그런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감정적으로 각박한 상황에서 여유는 사치로 밖에 치부될 수 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배경을 벗어나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스스로 여유로움이라는 향기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일인이 될 수 있다면, 그 향기로움에 감동을 받은 타인 또한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작은 여유라는 선물이 이심전심 전달되어 좀 더 여유롭고 아름다운 향기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 번의 시행착오는 한 번의 여유를 제공해 주고, 수많은 시행착오는 수많은 여유를 선사해 줄 수 있다.
이전 10화 신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