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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Sep 16. 2022

Ep 33: 인생 최악의 순간 Part2

병신 소대장의 선택

 마주하기 싫은 다음날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화창하게 밝아왔다. 티 없이 청명한 하늘은 나의 기분 따위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그 자태를 뽐내며 남들에게는 기분 좋고 상쾌한 아침을 선사하고 있었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대역죄인이 된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용의가 있었으나, 두 번째 기회는 그리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BOQ에서 부대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였지만, 그날따라 발이 천근만근이고, 정신줄은 놓아버린 지 오래여서 좀비처럼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쇠사슬이 나를 옭아매어 가기 싫은 부대로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는 느낌이었다. 부대에 가까워질수록 부사관들의 비웃음 소리와 수군거리는 소리가 귓속에 맴도는 듯했고, 나도 모르게 움츠려 들어 사람들을 피해 도망 다니고 있었다.


'병신 같은 소대장.. 병신 같은 소대장.. 병신 같은 소대장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어 병신 같은 소대장이 됐으니, 힘도 없었고, 그나마 남아 있던 영향력도 스스로 소멸해 버리는 듯싶었다. 행정관의 텃세에 대항하여 싸울 능력과 전의는 온데간데없고, 헌병 수사와 징계만 기다리고 있는 얼빠진 시체 덩어리는 사람들이 없는 구석을 찾아 자리를 잡은 후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주변 소대장님들의 어떠한 위로와 안부도 나의 좌절감과 수치심을 없애주지는 못했다. 어두컴컴한 암흑 속에서 스스로 빠져나가야 할 출구를 찾아야만 했다. 고민을 했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생각나지도 않았다. 생각을 하려고 할수록, 생각이 안 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면서, 평소 몸에 지니고 다니던 간부 수첩에 해야 할 일을 적어보기로 했다.


- 폭력 사고: 엎질러진 물.... 되돌리 수 없다....

- 징계: 강등, 감봉, 정직, 부대 재배치....

- 예상 결과: 지휘관 진급 누락, 사단장? 대장? 보좌관? 비난의 화살..
- 나의 위치: 지하.... 업무 배제, 고문관? 병신?
- 해결법:???????? 없음. 기다림. 자살? 대화?


 심각한 스트레스와 부대원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해 제대로 된 생각이 잘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해결 방법은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거나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대장님과 대화를 해보자!'


 누구보다 마주하기 싫고 마주할 용기도 나지 않던 대장님이었지만, 별다른 방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대장실 문을 노크했다.


"똑똑똑"
"누구야?"
"2 소대장입니다."
"...... 뭐야? 저리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깐 다신 얼씬도 하지 마!!!!!"


 대장실 문 너머에서 분노에 가득 찬듯한 목소리만 쩌렁쩌렁 들려올 뿐, 결국 대면을 하지 못했다. 당번실에 있던 당번병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나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대장님의 완강한 의지를 확인했으니, 더 이상 다가갈 명분이 없었다.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부대 주변만 빙빙 맴돌았다.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었으니 부대원들 앞에 서기도 창피하고 자신 없었지만, 나 자신을 숨길 공간이 필요했다. 결국 부대 뒤편 야산에 운영되지 않는 경계 초소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다. 텅 빈 경계초소 안에서 쭈그려 앉자마자, 그간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흘러내리는 나의 눈물은 내 마음속 암흑에게 영양분을 주어, 부정이 가득한 블랙홀의 그 규모를 더욱 키우고 있었다.


'포기하고 싶다..'
'억울하다..'
'도망가고 싶다..'
'그만하고 싶다..'
'이 고통을 멈추고 싶다..'
'저들이 나에게 보내는 경멸의 눈빛이 저주스럽다..'
'생명을 멈출 수 있게 해주는 스위치가 필요하다..'
'병력들 앞에 설 용기가 없다..'
'앞으로 어떻게 이 지옥 같은 분위기에서 2년을 버틸까?'
'자살할까?'
'내가 자살한 후에도 저들은 나에게 분노를 표출할까?'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해결책이라고는 오로지 이 상황을 회피하는 것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병사들마저 나를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지만, 그것이 나를 피하기 위함이었는지,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던 것인지, 아니면 간부들이 무시하니 덩달아 무시한 것인지는 도저히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치욕스러움과 수치심에 목을 매달아 죽어볼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더 이상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기로 다짐했다.


'내가 죽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비겁한 도망자로 기억되느니, 뻔뻔한 개척자로 기억되자!'
'나만 힘들까? 그 누군가도 어디에선가 남모를 고충에 시름할 수 있을 수도..'
'ROTC 1년 차 생활이나 장교 훈련에 비하면 전혀 힘들 것 없는 부대 생활인데, 시련 좀 겪었다고 무너질 수는 없지!'


 스스로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었지만,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면서 왕따를 당한다는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가 없었다. 그냥 쉽게 갈 수 있었던 길을 좀 더 어렵게 가게 된 것쯤이라고 위안하기로 했다. 그 길로 간부 연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영 생활 행동 강령'과 '야전 규범' 등등의 병영 서적들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 정신적 상태는 아니었지만, 무엇이라도 해야 했기에 관련 서적과 화학 제독, 정찰 장비 관련 모든 지식들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였다. 중간중간 시간이 남을 경우에는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두려움을 억누르고 대장실에 방문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항상 얼굴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고, 고함과 함께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차선책은 후일을 기약하며 터벅터벅 뒤돌아 나오는 것이었다.


 식욕도 없고, 의욕도 없었지만 고작 이 정도 사건으로 무너질 내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모든 주변 상황들이 나의 의중과는 반대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상황을 버텨낼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며칠째 눈치를 보느라 간부 식당에 방문하지 않았다. 식욕도 없었지만 부대원들의 눈초리가 더욱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세상과 단절된 혼자만의 생활을 하는 듯싶었지만, 그들의 생활은 나의 생활과 다르게 평상시와 다름없어 보였다. 먼발치에서 지켜본 부사관들은 맛있게 점심을 먹은 후, 평화롭게 족구를 차대며 소리를 지르고 웃고 있었고, 2소대 정찰 분대장이란 녀석도 거기에 합류해 나름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이없는 풍경에 실소가 터져 나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볼 뿐이었다.


'어쩌면 정찰 분대장, 저 녀석 때문에 일이 이지경이 된 것인데, 저 녀석은 타격도 없이 평화롭구나. 저 녀석을 지켜주려고, 저 놈이 울타리를 타 넘어 술 사온 일을 말하지 않았던 나의 결정이 옳은 행동이었을까?'


 그렇게 소대 관련 일도 모두 내팽개치고 칩거 생활을 하며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보좌관님께서 성급히 나를 호출하셨다.


"2 소대장, 조금 있다가 헌병대에서 수사관이 사건 조사하러 올 거야! 소대원들 병영 생활 기록부 미진한 부분 있으면, 문제없도록 잘 채워두고 대기하고 있어!"
"예...."


 간부 연구실로 복귀하여 병영 생활 기록부를 틈틈이 살펴보았다. 특히 이번 폭행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기록부를 더욱 면밀히 살펴보았다. 큰 특이 사항은 발견할 수 없었고, 나 역시 큰 코멘트를 남겨놓지는 않은 상태였다. 꾸밀 것도 없고, 거짓말 칠 것도 없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말해 줄 심산이었기 때문이었다. 병영 생활 기록부를 뒤로한 후, 병영 서적들을 다시 집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보좌관님이 다시 한번 나를 호출했다. 헌병대 수사관께서 도착한 것이었다. 정장 차림의 수사관께서는 상황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2 소대장님 이신가요?"
"예, 제가 2 소대장입니다."
"잠시 얘기 좀 나누실까요?"
"네...."
"어디 조용한 공간이 있을까요?"
"간부 연구실로 가시죠.."
"네, 그러시죠."


 간부 연구실로 이동을 한 후, 수사관은 사건에 대해 간략히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 사건 말이죠? 어떻게 일어난 것이죠?"
"소대 회식이라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폭력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음.. 그 폭력이 왜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소대원들이 불편할까 봐 제가 자리를 피해 줘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그런가요?"
"네.."
"그렇다면, 2 소대장님은 24시간 소대원들과 밀착 생활을 하십니까?"
"그.. 그건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폭행 사건의 요점은 술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예, 술기운으로 인한 폭행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내에서 음주 시 지침 같은 것은 없었나요?"
"인원 별 소주 반 병만 마시도록 지침을 하달받았습니다."
"술을 못 마시는 소대원들도 있지 않을까요?"
"술을 못 마시는 소대원들은 음료수로 대체하였고, 술을 마시는 소대원들은 소주 반 병만 마시도록 제가 통제하였습니다."
"어떻게 통제하셨나요?"
"제가 참석하여 술을 마시는 병력과 못 마시는 병력의 테이블을 구분하였고, 술을 마시는 병력들은 2명 당 1병씩만 소주를 제공하였습니다."
"술을 마셔도 주량이 적은 소대원들도 있지 않나요?"
"주량은 모두 파악하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음.. 그렇군요.."
"네.."
"한 가지 더 궁금한 사항이 있는데, 보좌관님께서는 지침 수량을 넘어서는 소주가 발견되었다고 하시던데, 이건 어떻게 설명해주실 수 있죠?"
"네.. 그건...."
"말씀하시기가 곤란하신가요? 그냥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해 주시면 됩니다."
"그냥 제가 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제가 한 것으로 하겠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요?"
".............."
"아무한테도 피해가 가지 않으니, 안심하시고 말해주시면 됩니다."
"정말 아무한테도 피해가 가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럼요! 지금 이게 무슨 살인 사건이나 총기 사건도 아니지 않습니까? 문제의 심각성이 인지되었다면 제가 오는 대신, 소대장님이 헌병대로 출석하셨겠죠!"
"그렇습니까?"
"그냥 의무대를 통해 사건 발생 보고가 들어왔으니, 절차상 정황 파악만 하는 것이어서 아무 문제없습니다. 걱정 마시고 말해 보십시오."
"사실.... 그날 소대원들이 흥에 겨워 술을 더 마시고 싶어 했는데, 제가 못 마시게 통제를 했습니다."
"네.."
"그런데 정찰 분대장이 저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부대 울타리를 타 넘어 술을 더 반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아마도 몰래 더 반입한 그 술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소대장인 제가 현장에 있었다면, 또 괜찮았을 수도...."
"예, 소대장님 생각은 잘 들었고, 추가로 제가 알아야 할 사실들이 있을까요?"
"말씀드린 것 외에는 특별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럼, 저는 잠시 대장실에 방문해서 대화 좀 나누고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예상외로, 병영 생활 기록부를 면밀히 검토한다거나 취조하는 듯한 분위기는 아니었고, 뭔가 가벼운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헌병대 수산관께서는 그 길로 바로 대장실에 가셔서 한 동안 대화를 나누시는 듯 보였다.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데, 보좌관님이 또다시 나를 호출하셨다.


"어이, 2 소대장! 수사관이 뭐래?"
"그냥 별말씀 안 하셨습니다."
"그래? 뭐 다른 말은 없고?"
"네, 그냥 이것저것 물어보시다가 지금은 대장실에 계십니다."
"그래? 그럼 좀 있다가 대장님 얼굴 보면 뭔가 나오겠군.. 그래, 수고했어!"
"아닙니다. 저 때문에 골치 아프실 텐데, 죄송합니다."
"2 소대장! 원래 인생이란 게 그런 거야! 잘 해결될 수도 있으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고 기다려 보자고!"


 '죄송하다'라는 말 대신 '잘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치환하여 사용하는 나였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도저히 '잘하겠다'라는 말을 사용할 수가 없어서 죄스러운 마음을 말 그대로 전달하였다. '죄송하다'라고 말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간부 연구실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갑자기 보좌관님이 문밖으로 뛰쳐나와 나를 멈춰 세웠다.


"2 소대장! 대장님 호출이다. 어서 가봐!"

 

 일주일 만에 어렵게 성사된 대장님과의 만남에서 대장님께서는 그간 내가 알지 못했을 사실들에 대해 하나둘 씩 말씀해 주셨다.


"2 소대장 아버님이 전화를 주셨더라. 잘못한 만큼 호되게 혼내달라고 부탁하시길래 더 모질게 대했다."
"네, 감사합니다. 대장님."
"감사?! 껄껄껄. 야 임마! 장교가 어깨 펴고, 기죽지 마라! 나도 다 너 같은 때가 있었다. 나라고 편하기만 했겠냐?"
"네.."
"2 소대장! 너 기운 안 차리면 다른 부대로 전출 보내 버린다? 그럴까?"


 순간, 대장님의 농담 같았던 그 제안을 덥석 붙잡고 싶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나저나, 그 술을 정찰 분대장이 더 사 와서 이 사달이 난 거라며?"
"아닙니다. 제 불찰로 소대 지휘를 잘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알았다. 알았어! 방금 전 헌병대 수사관께서 다 말해주고 가시더라. 네가 너무 정직해서 고지식하다고!"
"......"
"진작에 사실대로 말했으면, 이 정도로 까지 상황을 나쁘게 끌고 가진 않았잖아? 안 그래?"
"소대장인 제가 지휘자로서...."
"아이 참! 그 얘기 좀 그만해라! 네 마음은 알겠고, 앞으론 너무 네가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라! 그렇게 다 짊어지고 가려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지 힘에 부쳐, 지 혼자 지쳐서 쓰러진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조언은 개뿔! 하아.. 2 소대장, 이 놈 재밌는 놈일세? 하하하하"
"........"
"이번 사건은 쌍방 과실로 잘 합의하고 마무리할 예정이니깐, 너무 기죽지 말고, 다시 소대 업무 진행해!"
"그럼.. 무사고 부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걱정마라! 그게 대수냐?"
"그래도, 대장님 인사고과에 나쁜 영향이 가실까 봐 걱정돼서 그렇습니다.."
"됐다! 마음이라도 고맙다! 이리저리 사건 처리 안 하고 넘어가기로 했으니깐, 문제없다! 군대가 다 그런 거 아니겠냐? 걱정 말고 부대 생활이나 열심히 해라!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한 순간에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었다. 마치 별일도 아닌 일이었던 것처럼. 나의 가슴을 미치도록 후벼 파고, 자살까지 생각하게끔 만들었던 그 괴로웠던 문제가 이렇게 쉽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해결되다니. 그 오묘하면서도 기분 나쁜 감정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아무튼 사건에 진전이 있더라도, 나의 지위는 여전히 병신 같은 소대장으로서 바닥에 머물고 있었다. 악몽 같았던 1주일 간의 인생 나락 경험은 나의 안일한 정신을 재무장하게 해 준, 피하고 싶었던 값비싼 경험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 비록 그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고 힘겨울 것이지만 말이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별일도 아닌 것 같은 일이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세상이 멸망하고 모든 것을 잃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한 순간에 대역죄인 취급을 받으며, 경멸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고 생각해 보라. 그 어떤 것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병력들이 모두 바라보는 앞에서 '병신 같은 소대장'이라는 지탄을 받았던 것이다. 정강이 조인트를 까인 것도, 따로 뒤로 불러내어 욕을 먹은 것도, 모두 참아낼 수 있었지만, 전병력이 보는 앞에서 소대 지휘관의 양 날개를 꺾어버렸던 호통은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이자 수치였다. 양 날개를 잃어버린 나는 끝없이 추락하고 또 추락했다. 그 어떤 위로와 격려도 이미 철저히 무너져 버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 수는 없었다. 그때 나를 다시 일어서게끔 만들어줬던 것은, 대장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도, 부모님의 격려도, 소대원들의 응원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믿음뿐이었다. 물론 주변의 도움으로 좀 더 빨리 문제를 수습할 수는 있었지만, 나 자신이 다시 일어설 의지와 믿음이 없었다면, 나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기보다는 믿어보자. 자신을 믿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남을 믿고, 남이 나를 믿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본인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충만할 때, 그 능력은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병신 같은 소대장이라고 멸시받던 나도 해냈는데, 당신이라고 못 해낼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Be a pioneer!

나는 내 인생의 개척자이자 주도자이다.

남이 했다면, 나도 할 수 있고,
내가 했다면, 남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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