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 소대장의 선택
'병신 같은 소대장.. 병신 같은 소대장.. 병신 같은 소대장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일단, 대장님과 대화를 해보자!'
"똑똑똑"
"누구야?"
"2 소대장입니다."
"...... 뭐야? 저리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깐 다신 얼씬도 하지 마!!!!!"
'포기하고 싶다..'
'억울하다..'
'도망가고 싶다..'
'그만하고 싶다..'
'이 고통을 멈추고 싶다..'
'저들이 나에게 보내는 경멸의 눈빛이 저주스럽다..'
'생명을 멈출 수 있게 해주는 스위치가 필요하다..'
'병력들 앞에 설 용기가 없다..'
'앞으로 어떻게 이 지옥 같은 분위기에서 2년을 버틸까?'
'자살할까?'
'내가 자살한 후에도 저들은 나에게 분노를 표출할까?'
'내가 죽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비겁한 도망자로 기억되느니, 뻔뻔한 개척자로 기억되자!'
'나만 힘들까? 그 누군가도 어디에선가 남모를 고충에 시름할 수 있을 수도..'
'ROTC 1년 차 생활이나 장교 훈련에 비하면 전혀 힘들 것 없는 부대 생활인데, 시련 좀 겪었다고 무너질 수는 없지!'
'어쩌면 정찰 분대장, 저 녀석 때문에 일이 이지경이 된 것인데, 저 녀석은 타격도 없이 평화롭구나. 저 녀석을 지켜주려고, 저 놈이 울타리를 타 넘어 술 사온 일을 말하지 않았던 나의 결정이 옳은 행동이었을까?'
"2 소대장, 조금 있다가 헌병대에서 수사관이 사건 조사하러 올 거야! 소대원들 병영 생활 기록부 미진한 부분 있으면, 문제없도록 잘 채워두고 대기하고 있어!"
"예...."
"2 소대장님 이신가요?"
"예, 제가 2 소대장입니다."
"잠시 얘기 좀 나누실까요?"
"네...."
"어디 조용한 공간이 있을까요?"
"간부 연구실로 가시죠.."
"네, 그러시죠."
"그 사건 말이죠? 어떻게 일어난 것이죠?"
"소대 회식이라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폭력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음.. 그 폭력이 왜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소대원들이 불편할까 봐 제가 자리를 피해 줘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그런가요?"
"네.."
"그렇다면, 2 소대장님은 24시간 소대원들과 밀착 생활을 하십니까?"
"그.. 그건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폭행 사건의 요점은 술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예, 술기운으로 인한 폭행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내에서 음주 시 지침 같은 것은 없었나요?"
"인원 별 소주 반 병만 마시도록 지침을 하달받았습니다."
"술을 못 마시는 소대원들도 있지 않을까요?"
"술을 못 마시는 소대원들은 음료수로 대체하였고, 술을 마시는 소대원들은 소주 반 병만 마시도록 제가 통제하였습니다."
"어떻게 통제하셨나요?"
"제가 참석하여 술을 마시는 병력과 못 마시는 병력의 테이블을 구분하였고, 술을 마시는 병력들은 2명 당 1병씩만 소주를 제공하였습니다."
"술을 마셔도 주량이 적은 소대원들도 있지 않나요?"
"주량은 모두 파악하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음.. 그렇군요.."
"네.."
"한 가지 더 궁금한 사항이 있는데, 보좌관님께서는 지침 수량을 넘어서는 소주가 발견되었다고 하시던데, 이건 어떻게 설명해주실 수 있죠?"
"네.. 그건...."
"말씀하시기가 곤란하신가요? 그냥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해 주시면 됩니다."
"그냥 제가 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제가 한 것으로 하겠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요?"
".............."
"아무한테도 피해가 가지 않으니, 안심하시고 말해주시면 됩니다."
"정말 아무한테도 피해가 가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럼요! 지금 이게 무슨 살인 사건이나 총기 사건도 아니지 않습니까? 문제의 심각성이 인지되었다면 제가 오는 대신, 소대장님이 헌병대로 출석하셨겠죠!"
"그렇습니까?"
"그냥 의무대를 통해 사건 발생 보고가 들어왔으니, 절차상 정황 파악만 하는 것이어서 아무 문제없습니다. 걱정 마시고 말해 보십시오."
"사실.... 그날 소대원들이 흥에 겨워 술을 더 마시고 싶어 했는데, 제가 못 마시게 통제를 했습니다."
"네.."
"그런데 정찰 분대장이 저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부대 울타리를 타 넘어 술을 더 반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아마도 몰래 더 반입한 그 술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소대장인 제가 현장에 있었다면, 또 괜찮았을 수도...."
"예, 소대장님 생각은 잘 들었고, 추가로 제가 알아야 할 사실들이 있을까요?"
"말씀드린 것 외에는 특별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럼, 저는 잠시 대장실에 방문해서 대화 좀 나누고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어이, 2 소대장! 수사관이 뭐래?"
"그냥 별말씀 안 하셨습니다."
"그래? 뭐 다른 말은 없고?"
"네, 그냥 이것저것 물어보시다가 지금은 대장실에 계십니다."
"그래? 그럼 좀 있다가 대장님 얼굴 보면 뭔가 나오겠군.. 그래, 수고했어!"
"아닙니다. 저 때문에 골치 아프실 텐데, 죄송합니다."
"2 소대장! 원래 인생이란 게 그런 거야! 잘 해결될 수도 있으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고 기다려 보자고!"
"2 소대장! 대장님 호출이다. 어서 가봐!"
"2 소대장 아버님이 전화를 주셨더라. 잘못한 만큼 호되게 혼내달라고 부탁하시길래 더 모질게 대했다."
"네, 감사합니다. 대장님."
"감사?! 껄껄껄. 야 임마! 장교가 어깨 펴고, 기죽지 마라! 나도 다 너 같은 때가 있었다. 나라고 편하기만 했겠냐?"
"네.."
"2 소대장! 너 기운 안 차리면 다른 부대로 전출 보내 버린다? 그럴까?"
"그나저나, 그 술을 정찰 분대장이 더 사 와서 이 사달이 난 거라며?"
"아닙니다. 제 불찰로 소대 지휘를 잘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알았다. 알았어! 방금 전 헌병대 수사관께서 다 말해주고 가시더라. 네가 너무 정직해서 고지식하다고!"
"......"
"진작에 사실대로 말했으면, 이 정도로 까지 상황을 나쁘게 끌고 가진 않았잖아? 안 그래?"
"소대장인 제가 지휘자로서...."
"아이 참! 그 얘기 좀 그만해라! 네 마음은 알겠고, 앞으론 너무 네가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라! 그렇게 다 짊어지고 가려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지 힘에 부쳐, 지 혼자 지쳐서 쓰러진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조언은 개뿔! 하아.. 2 소대장, 이 놈 재밌는 놈일세? 하하하하"
"........"
"이번 사건은 쌍방 과실로 잘 합의하고 마무리할 예정이니깐, 너무 기죽지 말고, 다시 소대 업무 진행해!"
"그럼.. 무사고 부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걱정마라! 그게 대수냐?"
"그래도, 대장님 인사고과에 나쁜 영향이 가실까 봐 걱정돼서 그렇습니다.."
"됐다! 마음이라도 고맙다! 이리저리 사건 처리 안 하고 넘어가기로 했으니깐, 문제없다! 군대가 다 그런 거 아니겠냐? 걱정 말고 부대 생활이나 열심히 해라!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Be a pioneer!
나는 내 인생의 개척자이자 주도자이다.
남이 했다면, 나도 할 수 있고,
내가 했다면, 남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