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하며

by 김대일

나는 72년생이다. 올해(2020년)가 지나면 오십 줄이 그야말로 코앞인 중년. 반백 년 가까이 살면서 남 못지않게 우여곡절을 겪었고 앞으로 더 겪게 될지 모를 일이다. 파란만장이란 단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지만 고단했던 지난 역정으로 인한 후유증도 만만치가 않다(어느 정도 극복이 되었다고 여겨지지만 불쑥불쑥 그 마각이 드러날라 치면 섬뜩해지는 걸 어쩔 수 없으니까).

중년의 위기는 여러 가지 탈을 쓰고 덤벼든다. 사람, 일, 금전 따위 연유가 하나로 또는 떼로 몰려와 사람 속을 뒤흔들어 놓는다. 중년의 위기는 청년의 질풍노도와는 차원이 다르게 치명적이어서 웬만해서는 원상회복이 난망하다. 소싯적 남부럽지 않은 자부심과 인간 관계망을 자랑했으나 두 번에 걸친 경제적 파국을 겪은 뒤로 자꾸 쪼그라들고 마는 한 남자는 기어이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 가까스로 벗어나긴 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내 맘 같지 않을 지경에 처하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촉수를 뻗치는 우울이란 놈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어서 남자는 전전긍긍한다. 그 남자가 바로 나지만 꼭 나만이 독특하게 치르는 체험이 아니란 건 주변 중년 지인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소싯적을 정상 상태라고 본다면 현재 나는 전혀 정상적이지 않고 이대로 고착될 공산이 크다. 예전 모습을 회복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을 어떡하든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에, 기세등등했던 소싯적 자존감의 반의반만이라도 복구시키고 싶은 마음에 안간힘을 여간 쏟는 게 아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를 그대로 쏟아내는 '글쓰기'는 그래서 내게 그 의미가 깊고 크다.

아주 현실적으로 인생을 팔십이라고 잡으면 내 수명은 앞으로 30여년 남았다. 인생 전반기 끝이 블루로 창백하게 물들여졌던 탓에 후반기 전망이 썩 밝지만은 않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다. 전반생이 비극적이었다고 후반생마저 덩달아 그래야 한다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하여 나는 결심했다. 쉽진 않겠지만 내 후반생은 무조건 유쾌해지기로! 반도 채 안 남은 인생이 버슬버슬 바스러지는 부스러기 같을지언정 유쾌하게 장식하고 싶다고! 앞으로 내 일상이 같잖은 비운 따위로 주눅 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유쾌한 그 무엇을 늘 희구하고 수집해서 정성스럽게 여투어 두기로 작정했다.

내 유쾌가 꼭 우스꽝스럽고 맨날 즐겁기만 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에 집중해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일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한 사람이 걸어온 발자취를 좇아가면서 거기에 감춰진 이야기의 화수분을 캐고 싶다. 단 한 편도 내용이 똑같을 수 없는 1인극의 대본을 하나씩 써나가다 보면 거기에는 상투적인 권선징악은 말할 것도 없고 감동을 품은 익살, 슬픔을 머금은 역설, 드라마틱한 전복과 반전 따위가 마구 쏟아질 것이다. 내 유쾌는 그 모든 걸 망라한다. 하여 유명한 영화의 제목처럼 ‘인생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고 싶다. 자, 바야흐로 나는 발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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