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망했다」를 읽고

by 김대일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이 시끄럽다. 브런치에서 이른바 작가로 활동하는 이들에게 수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선의에서 비롯된 기획에 반발이 만만찮다. 브런치를 꾸리는 회사는 정기적으로 연재하는 작가 중에서 회사 내부 기준에 부합하는 스토리 크리에이터(창작자를 의미하나 본데 영어로 명명하면 뭐든 좋고 세련되어 보이는 사대주의적 발상인 양 언짢으면서 가소롭다)를 선별해 '응원하기'란 미명 하에 응원 금액과 댓글을 보내는 시도를 선보였다.

문제는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는 데 있다. 회사에서 엄선했다는 크리에이터들의 역량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크리에이터를 뽑는 창작 분야가 여행, 가족, 이혼, 퇴사 따위 회사 입맛에 맞는 주제에 끼워 맞추면 일단 후한 점수를 얻게 한정적이고 편협하다. 더군다나 창작 플랫폼이라고 하면 당연히 글재주로 그 우열을 가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졸렬한 깜냥이 버젓이 드러난 작가가 오히려 대접받는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쳇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둘 수가 없다는 거지.

브런치에서 내 글을 구독 신청하면 구독하는 이의 닉네임이 메시지로 뜬다. 40명을 이제 겨우 돌파했을 뿐인 구독자를 평소에는 그닥 신경 쓰지 않다가 그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42번째 구독자의 정체가 궁금해 찾아봤다. 그 구독자의 공간에는 많은 글이 쌓여 있었는데 그 중에서 「브런치는 망했다」라는 글은 도발적이었다. 현재 시행 중인 '응원하기'에 대한 저돌적인 비판글이었다. 공감 가는 부분이 적잖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성토하는 글이 장황할수록 모처럼 열린 수익 창출이라는 꽃길에 동참하지 못하는 울분이 배어 있는 것도 그렇고 도대체 글을 쓰는 사람에게 글이란, 창작이란 무엇을 위한 수단인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게 해서 말이다. 나는 그의 글을 읽고 난 소회를 아래처럼 댓글로 달았다. 그가 뭘 썼길래 이리 호들갑이냐 궁금해할 분을 위해 그의 글도 함께 걸어 두었다.

시작이 아무리 순수해도 돈이 끼면 추잡해지고 갈등은 첨예해지기 마련이다. 아직 망한 건 아니지만 망조가 든 <브런치>인 건 분명한 듯싶다. 비단 <브런치>만의 문제일까. 글을 위한 글에는 관심이 없고 떡고물에만 눈독을 들이는 이들이 작가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것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내가 너무 나이브한지 몰라도.

내 브런치를 구독하겠다는 사람을 궁금해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님 브런치에 들어가봤습니다. 「브런치는 망했다」란 도발적인 제목의 글이 눈에 확 들어와 얼른 훑어봤죠. 대충 뭘 성토하려는지 감은 잡았습니다. 동조라기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 간략하게나마 소회를 남깁니다.

나는 2021년 6월 중순부터 매일 글을 써 올리고 있습니다. 계기가 있었는데 여기서 거론하자니 썩 요긴한 내용이 아닙니다. 보다 중요한 핵심은 간단없이 글을 쓰고 있다는 점과 글을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사실을 반추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입니다. 무슨 의미인고 하면, 글을 쓰는 목적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해 이른바 브런치 작가라고 칭하는 이들은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요행히 발탁되어 작가라는 칭호를 부여받긴 했지만 과연 내가 작가 깜냥이 되긴 하나 냉정하게 판단해봤습니까? 나는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혹시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역량인 주제에 겉멋만 잔뜩 들어서 작가입네 거들먹거리는 게 아닌가 게시된 내 글을 볼 적마다 얼굴이 화끈거리기 일쑤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브런치 작가로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 목적의식도 다 다를 겝니다. 그러니 나와 다르다고 해서 비난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길거리에 굴러다녀도 아무도 주우려고 안 하는 백 원짜리 동전 같은 흔하디 흔한 작가일지언정 글을 다루는 쟁이로서 품어야 할 일말의 자존심, 즉 글을 가지고 노는 이의 품위는 지니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달리 말하면 돈을 벌려고 글을 쓰기보다는 읽을 만한 글을 쓰니까 돈이 들어오더라가 훨씬 그럴듯한 구도가 아닐까요.

수익성 운운하는 순간 돈이 개입되면서 갈등은 첨예해지기 마련이고 그럴 걸 충분히 예상했었습니다. 브런치 내부에서 정하는 잘 나가는 작가와 그렇지 못한 찌끄래기를 나누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나 역시 비판적으로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말씀드리고픈 것은, 애시당초 돈벌이 수단으로 브런치 작가 돼서 왕창 댕겨보겠다고 작심한 게 아니라면 작가인 내 이름에 먹칠하지 않을 글 다운 글을 남겨보겠다는 구도의 자세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글쟁이 배고픈 건 예나 이제나 마찬가진데 돼먹지 않은 배부른 소리 집어치우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습니다. 밤낮으로 책상머리에 붙어 앉아 글 구상만 하다 세월 허비하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상머리죠. 일하면서 글 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끼적거리거나 혹은 그 반대로 운용해도 괜찮을 법한 그야말로 주경야독형(혹은 주독야경형) 인간이 그렇지 않은 얼치기보다 활동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가 더 많으리라 기대하고 확신합니다. 눈 앞의 수익, 더 냉정하게 말해 잡히지도 않을 신기루를 쫓기보다는 착실하게 내실을 기하는 데 우리 열중합시다. 그렇게 열심히 꿈을 좇다 보면 돈을 내면서까지 내 글을 찾는 이른바 빠들이 생겨날지 누가 압니까. 참고로 나는 5천 원짜리 커트 요금을 받으면서 남의 머리를 깎아주는 깎새로 주경야독 중입니다.

님의 진정한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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