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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Aug 18. 2023

브런치는 망했다.

 지금 브런치가 조금 시끄럽다. 그동안 브런치 작가들의 숙원이었던 수익화 모델이 베타테스트긴 하지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뭐 워낙에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관련해서 글을 써서 올렸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다. 당연하게도 브런치팀에서 공지한 내용도 있으니 세부적인 내용을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두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첫 번째 나는 크리에이터로 선정이 안 됐다. 애초에 될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런데 동시에 어쩌면 될 수도 있겠다 하는 아주 약간의 가능과 기대는 있었다. 결과적으로 되진 않았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내가 글을 엄청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늘 떠들고 다니듯이 조금 적극적인 일기를 쓸 뿐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었으니 나보다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됐겠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브런치는 들끓었다. 매일 이번 수익화 모델에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 고대했던 시스템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관련해서 올라오는 글들이 대부분 부정적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크리에이터가 되지 않아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뭐 눈에는 뭐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부 잘 되길 바란다는 글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이번 변화가 문제가 많다는 글들이었다.



 사람이 간사하다. 그냥 넘기려 했던 마음이 자꾸 일렁일렁거렸다. 사실 성격 자체도 그렇게 고운 편이 못 된다. 있다면 약간의 반골 기질도 있는 성격이다. 그나마 좋아하는 글쓰기와 관련된 일이라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넘어 가려했는데 기어이 가만히 있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슬슬 상황을 보고 따지기 시작했다.


 알아서 잘했겠지 한 선정 조건을 처음으로 자세히 봤다. 전문성, 영향력, 활동성, 공신력 이렇게 4가지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일단 내 글은 공신력 부분이 부족한 거 같긴 했다. 프로필에 이런 소개가 있다. ‘살아온, 살고 있는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를 쓰겠다.’ 뭐 대충 이렇다. 즉, 지극히 개인적인 나란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쓰는데 무슨 특별한 공신력이 있을까? 아니 그전에 공신력이라는 게 필요할까? 또 한 편으로는 내 삶을 내가 거짓 없이 쓰는데 공신력이 없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전문성이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옮겨 갔다. 분야별로 크리에이터들이 선정이 됐는데 어떤 분야가 있나 찾아봤더니 웃기지도 않았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 글과 관련된 분야만 짚어 보니 여행, 가족, 라이프, 글쓰기가 있었다. 라이프라는 분야가 제일 웃겼다. 아니 내 브런치 프로필 자체가 내 삶 자체를 쓰겠다는 거였고 실제로 내 삶을 썼다. 분야를 나눴다는 것 자체가 특정 분야 하나하나를 전문 분야로 보겠다는 건데 그렇다면 나뿐만 아니라 브런치 작가 모두가 자기 삶의 전문가 아닌가? 그런데 누군 되고 누군 되지 않는다는 것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라이프가 그 라이프가 아닌가 보다.



 아? 선정이 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글을 월등히 잘 써서 그런 거구나! 그런데 정말 그럴까? 브런치는 일단 기본적으로 일정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만 글을 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력의 편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대다수 작가들의 필력은 심사과정을 통과할 정도의 역량이란 점에서는 고만고만할 것이다.



 이왕 불만을 이야기하는 길에 조금 격하게 떠들어 보면 이전에도 메인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 같잖은 글들이 수두룩 빡빡 이었다. 기승전결 따위도 없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도 개판이고 쓰다가 만 글도 있고 짧아도 너무 짧은 글들도 많았다. 메인에 오르는 대다수의 글이 양질의 글들이지만 일부 쓰레기 같은 글이 왜 메인에 올라오지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 걸 보면 브런치 작가들의 글은 평균적으로 거기서 거기라고 거칠게 후려칠 수 있다. 백번 양보해 크리에이터가 된 작가의 글이 그렇지 못한 작가의 글보다 잘 쓴 글일 가능성은 있지만 오십보백보라는 거다.



 더불어 쓰긴 썼지만 연재 형식을 빌려 지속적으로 여행, 가족, 글쓰기를 주제로 글을 쓰지 않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다. 일단 내 브런치북 중에 여행 관련 브런치 북은 하나가 있다. 가족이란 주제로 특별히 묶어 브런치북을 내진 않았지만 여행이야기가 결국 가족 이야기다. 글쓰기를 주제로 한 글도 브런치 북으로 묶지 않았다 뿐이지 잊을 만하면 써 올렸다. 지금까지 써 온 400여 개 글 중에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아 그렇지 주제 자체는 명확하게 구분해 나름 꾸준히 써 왔다.



 구독자가 지금 현재 409명이다.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적은 수가 아닌데 되질 않았다. 구독자가 1~200명인데 크리에이터가 된 분들이 있다. 뭐지 싶었다. 구독자가 전부는 아니지만 구독자는 많은 걸 설명한다. 유튜브를 보면 알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나보다 구독자가 월등히 많은 분들 중에 크리에이터가 되지 않은 분들을 보면서 수긍이 가면서도 그래도 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2년 하고 3개월이 조금 안 된다. 대략 800일 정도가 됐다. 계산하기 좋은 숫자가 나왔다. 글 403개를 800일로 나누면 하루에 0.5개 정도의 글을 썼다. 이틀에 한 개 정도의 글을 쓴 셈이다. 꽤 성실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공신력부터 시작해 전문성, 영향력, 활동성까지 따져 봤다. 뭐가 부족한 걸까? 아!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글을 못 쓰는 것 같다. 그렇게 이해를 해야지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 이해가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할 길이 없다.



 앞에서 브런치에 있는 작가들의 수준이 고만고만하다고 했지만 그중에 나는 글을 못 쓰는 작가라고 결론지어야 이 상황이 이해가 될 거 같았다. 그거 말고는 이해할 길이 없다. 전문성이라는 부분이 ‘키워드’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한 어떤 작가님의 글을 봤다. 상당히 합리적인 추론 같지만 그래서 그 부분으로 더 따지고 물어뜯고 싶지만 그냥 내가 글을 못 쓰는 걸로 정리하려 한다.



 두 번째 브런치 작가들이 문제다. 나를 포함한 이야기다. 나를 포함한 이야기니까 마음껏 욕을 해도 된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보통 쌍방 간의 문제다. 과실 비율을 따져 봐야겠지만 어느 한쪽이 100% 잘못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사달이 난 이유가 브런치에게만 있을까? 브런치의 모회사는 그 유명한 카카오다. 돈이 되면 뭐든지 하는 카카오, 반대로 돈이 안 되면 뭐든지 버릴 수 있는 카카오다. 그런 카카오가 땡전 한 푼 안 되는 브런치를 지금까지 유지한 게 신기할 정도다. 카카오의 성향을 생각하면 애초에 버려도 버렸을 서비스다. 뭐랄까 이런 생각도 해 봤다. 지극히 세속적이고 통속적이며 현실적인 카카오의 유일한 순수성 같은 건가?



 여하튼 그런 카카오는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브런치를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잘 모르지만 특별히 들어가는 돈도 없으니까 소위 예쁜 쓰레기 같은 집 선반에 올려두는 인테리어 소품처럼 가지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돈을 버는 방법에 있어선 이골이 난 카카오가 브런치를 이용한 돈벌이 생각을 안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럴 수가 없다. 카카오는 그런 회사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건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다. 브런치를 검색해 글을 볼 수도 있지만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브런치 글을 일반 기사인 줄 알고 보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건 어떠한 경로건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들락거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는 아주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그냥 광고 하나만 끼워 넣으면 그만이다.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순수해도 너무 순수한 그래서 고고해진 브런치 작가들의 반발이 두려워서인지 그러지 않고 있다. 이 부분도 의아하다. 브런치가 아니 카카오가 이런 걸 무서워했나? 딱히 그런 기업이 아닌데 여하튼 브런치 작가들은 무서워하는 거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광고 하나만 끼워 넣으면 아주 간단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을 이렇게 놔 둘 리가 없다.



 나 역시 광고가 없는 깨끗한 브런치가 좋다. 그야말로 글만 써서 올리고 그런 글을 쓰는 작가들과 공유하고 가끔 다음 메인에 올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봐주는 지금이 너무 좋다. 나쁠 이유가 없다. 광고가 끼면 돈이 들러붙으면 더러워지는 건 기정사실이니까.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는 시조의 구절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광고가 그렇게 더러운가? 우린 너무나도 익숙하게 광고를 봐 왔다. 지금처럼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 놓이기 이전부터 그랬다. 미디어라고 해 봐야 TV, 신문 밖에 없던 시절을 생각해 보자. TV드라마를 보는 사이사이에 무엇이 나왔던가? 신문지면에 100% 기사만 실렸는가? 아니다. TV프로그램 사이엔 너무나도 당연하게 광고가 나왔고 때론 그 광고조차 재밌게 봤다. 신문지면의 거의 반은 광고가 차지했다.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나 기사를 보는데 영향이 있었는가? 광고는 광고고 드라마는 드라마 기사는 기사, 이렇게 충분히 구분을 하면서 볼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유튜브인데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보는 중간에 광고는 기본 아닌가? 아! 다들 유튜브를 프리미엄으로 이용해서 광고 따위는 보지 않는 건가? 설령 그렇다고 해도 프리미엄은 결국 광고를 보는 것과 같다. 광고를 보는 시간 혹은 건너뛰기라는 귀찮은 행동을 돈으로 덮어 버린 거니까 본 거나 다름없다. 유튜브만 그런가? 이러저러 정보를 찾기 위해 블로그의 글을 보게 되는데 블로그는 그야말로 광고로 도배된 매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재미있는 유튜브의 동영상과 블로그의 정보를 광고와 분리해 볼 수 있다.



 유튜브나 블로그에 붙어 있는 광고는 괜찮고 브런치는 안 된단 말인가? 심지어 블로그도 결국엔 글인데 블로그에 올린 글엔 광고가 붙어도 되고 브런치에 올린 글엔 광고가 붙으면 안 되는 건가? 뭐 얼마나 대단한 글이라고 안 된단 말인가?



 아! 작가라서... 작가라는 위치에서 쓰는 글이니까 크리에이터가 만들어 올린 영상과 보통 정보성 글을 써 올리는 블로거의 글과는 다르다 뭐 그런 건가? 작가와 크리에이터, 뭔가 많이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인가? 작가라는 단어에서 작作이라는 글자의 뜻을 보면 짓거나 만든다는 뜻이다. 즉, 글을 쓰는 사람만이 작가가 아니라는 거다. 무언 갈 창조 해 내면 그게 바로 작가다.



 그림을 그리는, 조각을 하는, 음악을 하는, 글을 쓰는,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정보성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이 무언 갈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기존의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글을 쓰는 사람만 특별히 작가라고 뭐 대단한 위치를 고수할 만한 그 어떤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순수하게 글에 집중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냥 일기를 노트북의 한글 문서에 쓰던지 집에 굴러다니는 다이어리에 쓰세요. 아니,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를 조금 하면서 공감대도 형성하는 과정을 통해 블라블라... 그럼 저기 네이버 블로그에 쓰세요. 광고 붙여 주세요 하지 않으면 붙여 주지도 않고 신청한다고 다 붙여 주는 것도 아니에요. 얼마든지 광고 없이 원하는 대로 순수하게 글을 쓰고 공유할 수 있어요. 오히려 심사과정도 없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으니 브런치보다 더 낫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좋은 이 세상, 다소 간에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 이 세상, 이슬만 먹고살 것 같은 아름다운 여자도 너무나도 잘 생겨서 조각 같은 남자도 똥오줌은 싸는 세상, 더러운 개똥밭에 발을 딛고 하늘을 바라보면 순수한 별을 바라볼 수 있는 이 세상, 더러운 개똥이지만 거름이 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이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브런치 작가들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 현실과 타협해서 광고 하나만 중간도 아닌 글 말미에 넣을 수 있게 해 줬다면(작가들이 해 주고 말고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브런치가 이런 개그지 같은 수익화 모델을 만들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 난 정확히 내가 크리에이터가 되지 않아 이런 글을 쓴 것이다. 만약 크리에이터가 됐다면 그냥 조용히 있었을 것이다. 됐는데 뭐라 뭐라 나불거리는 건 안 된 분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난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세속적이면서 통속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브런치와 작가들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그런 수익 모델로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



 땡전 한 푼 안 되는 브런치를 지금껏 유지해 온 카카오도 상당히 답답할 것이다. 왜? 최근에 글쓰기 플랫폼이 여기저기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어서 작가를 그러니까 들락거리는 사람을 뺏기기 아주 좋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떠한 방법이든 작가들을 사람들을 잡아야 하는데 우리 작가들이 바라마지 않는 상황과 환경 등을 이상하게 고려하다 보니 이런 뭐 같은 상황이 초래된 거 같다. 바라건대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https://brunch.co.kr/@tharos/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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