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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Aug 13. 2023

커피를 왜 마실까?

 https://groro.co.kr/story/4894



 1979년 10월 25일 생으로 지금 현재 만으로 43년 하고 10개월 정도를 살았다. 커피와 인연을 맺은 건 살아온 인생의 절반 정도를 지난 시점인 2002년 겨울쯤이었다. 그전까지는 사실 커피를 접할 일도 거의 없었다. 초중고등학생이 커피를 마시는 경우는 드무니까... 커피는 써서 보통 쓴 걸 먹지 않는 애들이 먹을 일이 없다. 물론 애들은 쓴 걸 먹으면 안 된다는 법도 없고 역시 어른이라고 쓴 걸 꼭 먹어야 되는 이유도 없다. 나 스스로도 쓴 커피를 좋아 하지만 달달한 과자, 빵, 아이스크림 이딴 것도 상당히 좋아하는 초딩 입맛을 가지고 있다.



 쓴 커피의 음용 여부를 애 어른으로 구분할 문제는 아니지만 보통은 그렇다는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면 그 일반적인 이야기가 꼭 모두에게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이상한 관점에서 따져 묻는 사람들이 있어 사족 같은 이야기를 첨 한다. 이봐요 들, 일반적인 이야기엔 언제나 항상 예외가 있는 거야, 거 좀 앞 뒤 옆 좀 보고 융통성이라는 걸 좀 발휘하면서 살아 보라고. 사람이 뭔 기계여? 그렇다면 꼭 그래야 되게?



 글을 쓰면서 이렇게 옆으로 세는 걸 좀 고쳐야 되는데 영 고치지 못해 탈이다. 여하튼 살아온 인생의 절반 정도를 지날 무렵 우연한 기회로 커피와 인연을 맺고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바리스타 그리고 커피학원 강사로도 일을 했다. 커피 공부도 나름 했고 먹기도 정말 많이 먹었다. 카페인에 완전 내성이 생겨 시도 때도 없이 커피를 마셔도 머리만 대면 잘 자는 정도가 됐다.



 문제는 졸릴 때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 빨이 전혀 안 받는 부분이 있는데 그저 쓴 커피를 마시며 스스로 속이면서 졸음을 버텨 내려고 애를 쓴다. 커피 속의 카페인에 의해 졸음이 달아 난다기 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로 뇌에 졸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카페인에 둔한 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바리스타로 한 참 일할 때 음료를 만들고 남은 에스프레소를 목을 축이기 위한 개인 컵에 담고 그야말로 물처럼 마시다 보면 웬만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카페인에 내성이 생겼을 것이다. 딱 한 번 학원에서 강사로 일할 당시 학원에서 운영하는 자체 프랜차이즈 오픈을 위해 매장 에스프레소 머신 추출 세팅을 할 때 정말 죽어라 에스프레소 맛을 봐야 하는데 그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던 적이 있다. 내성이 생겼다지만 커피의 정수인 에스프레소를 몸에 쏟아붓다 보니 견뎌낼 재간이 없었던 거 같다. 커피와 연을 맺은 근 20여 년이란 시간 동안 커피를 마셔 잠이 안 온 경우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보통은 잠이 안 오게 혹은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데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게 전부라면 커피나무를 키워 열매를 맺고 열매를 따 과육은 죄다 제거하고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생두를 잘 말려 보관하다 필요할 경우에 볶아서 갈아 물을 이용해 추출해 마시기에는 너무 번거롭다. 그냥 잠이 오지 않는 약 하나 사 먹으면 세상 편할 텐데 굳이 앞에서 언급한 상당히 귀찮은 과정을 거쳐 커피를 마시는 걸 보면 졸음과 관련한 부분은 지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임을 나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럼 커피가 맛있어서 마실까? 글쎄... 뭐 그럴 수도 있고 그렇기도 하고 맛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일반적으론 쓰다. 다양한 재료를 첨가한 베리에이션 커피는 맛있다. 맛있다는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우유, 시럽, 초콜릿 등을 첨가한 커피는 일반적으로 맛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기본 커피라고 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 핸드드립 커피 그리고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아메리카노의 맛이다. 커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쓴맛 이외에도 단맛과 신맛을 가지고 있다. 쓴 커피에 단맛이 있냐고 되묻는 경우도 많지만 커피에 신맛이 있다고? 당황해하는 경우는 더 많다.



 익숙하지 않은 단맛과 신맛은 이외로 확인이 쉽다. 당연히 커피를 마심으로써 단맛과 신맛을 느낄 수도 있다. 더해서 단맛은 특히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잔 바닥에 말라 버린 커피를 보면 아주 약간의 끈적거림으로 확인할 수 있고 킁킁거려 보면 단내도 맡을 수 있다. 신맛은 커피를 볶는 과정인 로스팅을 통해 조절해 뽑아낼 수 있는데 문제는 보통의 카페에서 쓰는 원두가 생두를 강하게 볶아 낸 경우가 많아 신맛을 느끼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생두를 강하게 볶으면 쓴맛을 넘어 탄 맛까지 나게 된다. 이는 커피는 쓴맛이 전부라는 인식을 이용해 저 품질의 생두를 강하게 볶아 원가절감에 이용해 먹으려는 업계의 불편한 진실도 한 몫하고 있다.



 설명을 하자면 그렇다는 거고 사실 단맛과 신맛은 도드라진 쓴맛에 가려 사실 거의 느끼기 힘들다. 물론 일부 원두는 초콜릿의 풍미를 머금은 단맛이 나기도 하고 아이스 핸드드립을 잘 내리면 히비스커스가 연상될 만큼 상큼한 신맛을 느낄 수도 있다. 좋은 품종의 생두를 성격에 맞게 적절히 로스팅을 하고 숙련된 바리스타가 추출을 했을 때라는 전제가 깔리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다만 아직도 많은 카페가 다양한 맛보다는 커피의 맛은 쓰다는 인식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된 부분도 있고 다양한 맛에 집중하는 카페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은 미미하다.



 그렇다면 커피의 맛도 커피를 마시는 궁극적인 이유라고 하기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음료 그러니까 넓게 보면 하나의 음식인데 음식을 먹는 주된 이유가 맛이 아니라고 하는 부분이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사실 무언가를 먹는 행위의 근본 목적은 맛보다는 생존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또 그렇게 의아하거나 이상할 문제도 아니다. 카페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가 된 부분에 의지해 맛이라고 하는 부분에 있어 기본은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어쩌면 맛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과연 뭘까? 단순히 잠을 쫓기 위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맛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잠을 쫓기도 하고 대단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다양한 맛을 즐기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커피 공부를 한참 할 때 책을 통해서 배운 내용이라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질 수도 있으나 책에 수록된 지식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니 이야기를 해 본다면 우리가 지금 흔하게 즐기는 커피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이탈리아의 커피는 에스프레소 그 자체다. 아직 가 본 적은 없고 요즘은 조금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이탈리라에서 커피 주세요 하고 주문을 하면 에스프레소가 나온다고 한다. 우리에겐 에스프레소가 특별한 커피 메뉴 중에 하나지만 이탈리아에선 커피가 그냥 에스프레소고 에스프레소가 커피다. 이탈리아 90% 이상의 가정집에는 간이 에스프레소 추출도구가 다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커피애호가들도 종종 구매해서 가정에서 이용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그런 이탈리아에선 커피 마시는 일이 대단한 무엇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잔, 밥 먹고 나서 한잔, 쉬기 전에 혹은 쉬고 나서 한잔 등등등. 카페에서도 우리처럼 자리를 잡고 한참 이야기를 하면서 마시기보다는 카페에 들어가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 커피 그러니까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고 이름답게 빠르게 나온 에스프레소를 그야말로 호로록 우리가 소주를 입에 털어 마시듯이 마셔 버리고 나가 버린다.



 그런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문화에 홀랑 반해버린 하워드 슐츠가 미국에 잘 접목시켜 전 세계적으로 팔아먹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스타벅스다. 그 스타벅스를 정말 많은 업체가 벤치마킹을 해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 커피를 팔아먹고 있고 개인 카페들도 그 영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소위 커피전문점이란 이름 아래 커피를 팔고 있다.



 우리가 늘 즐기는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카페라떼 등등이 따지고 보면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30~50ml 정도 되는 커피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물을 타서 아메리카노로 우유를 타서 카푸치노와 라떼 등으로 즐기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우리는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사랑방 문화가 접목돼 카페에서 커피를 물처럼 호로록 마시고 나서지 않고 보다 좋은 공간과 환경 등을 만들어 놓고 에스프레소에 여러 가지를 첨가한 베리에이션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 지인들과 상대적으로 장시간 담소를 나누는 매개로 활용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니까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졸음을 쫓는다든지 맛을 음미한다든지 하는 직관적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마시는 이유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말고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차도 괜찮은 아이템이 될 수 있으나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다소 죄송하지만 사람과 만나는 하나의 매개로 활용한다고는 하지만 차는 커피에 비해 그 존재가 요즘엔 너무 미미한 거 같다.



 물론 예전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이렇게 성행하기 전에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차나 한 잔 하자는 말을 자주 한 걸 보면 그때는 분명히 커피대신 차가 그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커피문화가 확산이 되면서 그 자리를 커피에게 자연스럽게 내어준 걸 보면 여러 다른 이유들이 있겠지만 짧은 견해로는 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는 너무 심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사람은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못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보다는 바리스타로 일을 하다 보니 습관적으로 물처럼 마시는 경향이 강해져서 마시는 쪽이긴 하지만 역시 사람을 만날 경우에 보조적인 수단으로 가장 많이 애용하는 건 커피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어떻게 마시는 것이 올바르게 마시는 건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고 그런 게 있을 리도 없다. 기호식품을 먹는 방법에 정의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내가 좋다면 커피에 소금을 타 먹어도 그만이다. 밥을 커피에 말아먹는다고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실례로 스님들이 커피를 좋아하는 편인데 아메리카노를 연하게 타서 국수를 말아먹는 스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상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맑고 연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간을 전혀 하지 않은 삶은 국수를 말아먹으면 여름에 즐길 수 있는 나름 별미가 될 수도 있다. 커피와 흔히 같이 먹는 여러 빵, 쿠키, 케이크 등이 다 탄수화물인데 국수 역시 대놓고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개인적으로 종류를 막론하고 탄수화물을 먹은 뒤에 마시는 커피는 다 맛있다.



 커피는 커피일 뿐이다. 음료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다. 물을 마시기에는 조금 심심해서 마시는 정도로 생각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고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인간이 마실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음료 중에 하나로 볼 건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건지는 선택의 문제다.



 사실 기호식품을 먹는 데 있어 이유나 옳고 그름 등을 찾는 것도 웃긴 일이다. 어떤 형태로든 내가 즐겁다면 그것 자체로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고 커피의 종류도 사실 별 의미가 없다. 피곤한 몸에 달달한 믹스커피만큼 행복을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길거리에 오아시스처럼 있는 자판기 커피도 내 상황에 따라 그 어떤 커피보다 소중할 수 있다. 로스팅과 추출방식을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뽑아낸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커피 역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커피 공부를 하고 커피를 만들어 팔면서 제일 혐오하는 인간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꼴에 핸드드립 커피 마신다고 믹스커피 마시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무식한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들의 존재 자체가 커피에 대한 모욕이며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인간들 100명 보다 믹스커피를 마시며 인생의 참 행복을 찾는 1명의 사람이 커피에겐 축복이다.



 우쥬 라이크 썸싱 투 커피?

아무리 생각해도 영어를 너무 잘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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