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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May 21. 2020

허브를 통한 생각의 전파 속도

허브의 등장으로 인해 생각의 전파 속도는 전례 없이, 아니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밀접하게 연결을 맺고 생각을 교환하는 사람이 4명이고, 하루에 한 번씩 생각을 교환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100만 명 정도가 시청을 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TV 프로그램이 어떤 생각을 전파한다면 하루에 100만 명에게 생각이 전파됩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에는 다시 이 100만 명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4명이 생각을 전달받게 됩니다. 그다음 날에는 다시 두 번째로 생각을 전달받은 사람들이 또 다른 4명에게 생각을 전달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전파가 이루어지면 TV 프로그램의 선택을 받은 생각은 단 3일 만에 1,600만 명에게 퍼질 수 있습니다. (1단계 전파 100만 명 x 2단계 전파 4명 x 3단계 전파 4명= 1,600만 명)


만약 허브의 도움 없이 하루에 한 단계씩 전파가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1,600만 명 이상에게 전파되기 위해서는 총 12일이 소요됩니다.(4의 12승 = 16,777,216) 3일과 12일을 비교하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앞서 소개한 '3단계 영향 규칙' 등을 살펴보면 생각은 사람들 사이에 전파되는 과정에서 그 전파 에너지가 점차 소모될 수 있습니다. 전파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점차 줄어든다면 1,600만 명은 커녕 몇십, 몇백 명 규모로 생각이 퍼지다 말 것입니다.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더 열린 사회, 정보 교환이 자유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허브에 종속적인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정보화시대 허브의 아이콘이라 부를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와 인터넷 포털/검색 서비스, 콘텐츠 제공자, 인플루언서 등은 범람하는 정보 중에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정제하여 추천하기 마련이고,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 중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찾기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허브의 추천에 따르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취향이 점점 더 허브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 것입니다.


허브의 영향력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은 허브는 허브끼리 서로 동기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언론사들은 때때로 자신들이 보도하진 않았지만 다른 언론사들이 먼저 터뜨린 보도나 이슈에 따라 관심의 초점을 옮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인플루언서들은 다른 인플루언서들과 서로 친분을 과시하며 서로 연결고리를 갖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언론과 인플루언서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조차도 유행에 따라, 사회적 네트워크에 따라 연구 주제가 특정 주제로 몰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은 앞서 살펴봤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구조에 그 원인이 숨어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는 완전히 무작위적인(Random) 연결을 갖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질서 정연한 연결을 갖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들은 허브를 중심으로 곳곳의 군집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기업의 조직들은 보통 그 조직의 수장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말단사원은 상급자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상급자는 조직의 장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의 장들은 또 다른 조직의 장들과 연결되어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함께 일합니다. 여기서 조직의 장들은 일종의 허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조직이 다른 조직과 의견을 나누고 어떤 사안에 있어 동기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말단 사원이 다른 조직의 말단 사원과 교류한 끝에 서로 의견이 통일될 가능성보다는 조직의 장들 간에 의견 교류가 일어나 서로 동기화가 일어나고, 그 결과가 다시 말단 사원까지 미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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