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허브는 사회적으로 연결고리가 많은 만큼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도 더 큽니다. 사회적으로 연결된 사람이 단 10명 이하인 사람과 수십~수백 명과 연결된 사람은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이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게 차이 날 것입니다. 어느 이름 모를 인터넷 전문 언론사에 올라온 신문 기사는 대형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에 올라온 개인 블로그의 글보다도 신뢰도가 낮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1954년 컬럼비아 대학의 응용사회조사연구소 연구원이었던 엘리후 카츠(Elihu Katz)는 동료 연구원인 제임스 콜먼(James Coleman)과 허버트 멘첼(Herbert Menzel) 등과 함께 당시 개발된 강력한 항생제인 테크라사이클린(tetracycline)의 수용 과정을 통해 사회관계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들 연구진들은 일리노이 주의 한 소도시를 대상으로 125명의 의사들을 면접 조사했습니다. 조사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진단과 치료법에 대해서 의논하는 상대, 의약품에 관한 자문을 구하는 상대, 그리고 친구라고 생각하는 동료 의사를 각각 세 명씩 열거해보라고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연구진들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 집단에 존재하는 복잡한 사회관계의 네트워크를 재구성하고 그 영향력을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먼저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자신들의 일상적인 의사 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동료 의사는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소수의 의사들은 대부분 네트워크의 허브에 해당하는 의사들이었습니다. 반면에 허브로 평가될 수 있는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의사들은 다른 의사들에게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테크라사이클린의 확산에 관한 질문에서는 3명 이상의 응답자에 의해 친구라고 지목된 의사들이 단 1명도 친구라고 지목한 응답자가 없는 의사들에 비해 신약 사용 비율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결국 사회적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한 사람들이 혁신가와 접촉할 기회가 더 많기 때문에 먼저 신약을 수용하고, 다시 허브에 의해서 일반적인 의사들에게 신약 사용이 전파되는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