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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바 May 21. 2020

허브란 무엇인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어떤 생각이 널리 퍼질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 생각이 가진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생각이 얼마나 빨리 퍼지는가, 즉 '속도'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사회적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하는 허브(HUB) 또는 연결자(Connector)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컴퓨터에 익숙하신 분들에겐 허브라는 존재가 익숙하실 겁니다. 허브는 네트워크에서 다수의 시스템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장비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많은 시스템, 컴퓨터들이 허브라는 장치에 연결되어 있으면 그 허브에 연결된 시스템과 컴퓨터 사이에서 서로 통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사회적 네트워크에도 이렇게 여러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는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연결고리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사회적 위치, 사교성, 직업적 특성 등에 따라 각자 연결된 사람들의 숫자가 다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학교에서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지내는 학생과 학생들 사이에 중심적 역할을 하는 학생회장과 같은 학생은 학교 내에서 친한 친구들의 숫자가 전혀 다를 것입니다.


네트워크 구성원들이 모두 유사한 연결고리를 갖는 경우의 네트워크 구성(좌)과 각자 갖고 있는 연결고리의 숫자가 다른 경우의 네트워크 구성(우)


앞서 언급했던 <행복은 전염된다>에 따르면 미국인 3,000명에게 물어본 결과 평균적인 미국인은 가까운 사회적 접촉을 하는 사람의 수가 4명이었으며, 2~6명인 사람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미국인 중 12%는 중요한 문제를 상의하거나 여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반대로 5%는 그런 사람이 8명이나 있다고 합니다. 


사회학자 피터 마스던은 우리가 이렇게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논의하는 집단을 '핵심 논의 네트워크(core discussion network)'라고 하는데,  1980년대 미국인 1,53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마스던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핵심 논의 네트워크의 크기가 줄어들고, 전체적으로 그 크기에 남녀 차이가 없으며,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고등학교를 마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그 크기가 거의 두 배에 이른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출판 기술이 미미하여 굉장한 부자들만이 책을 구할 수 있었던 과거에는 생각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기 때문에 허브의 역할도 사람만이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기술 발전 덕분에 동시 다발적인 접촉이 가능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아무리 영향력이 높은 허브라고 할지라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수백 명에 불과했지만, 라디오와 TV가 등장한 이후로는 동시에 몇백만~ 몇천만 명에게 생각을 전파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라디오와 TV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진 않지만, 그래도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생각과 정보를 퍼트리는 허브로써의 힘은 훨씬 더 강해졌습니다.


여기에 정보화 혁명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더 다양한 채널이 발전하게 되자, 이제는 실시간으로 양방향 소통까지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에는 거대 언론만이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개인들 마저도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을 맺고 생각을 전파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결국 기준에 비해 허브가 더 다양해지고,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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