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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Nov 30. 2022

올해 마지막 휴가, 베트남 여행

나 홀로 8박 11일 동안 베트남 호치민에서 휴가를 보내고 왔습니다

https://brunch.co.kr/@nashorn74/95

 

올해 상반기에 우연한 기회로 생전 인연이 없던 베트남에 다녀오게 되었고, 그 여행을 통해서 베트남에 새로운 동료와 친구들이 생기게 되었다. 하반기에 다시 베트남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과연 다시오게 될지 나조차도 알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국 베를린-호치민 왕복 항공권을 구입하고 호텔 예약까지 마치면서, 올해의 마지막 휴가지는 베트남의 호치민으로 당첨되었다. 항공사는 당연히 "카타르 항공"을 또 이용하기로 했고, (카타르 항공 마일리지는 항공권 구입시 현금처럼 사용 가능) 한국인이 많이 찾는 호텔인 것 같아서 약간 꺼려지기는 했지만 나름 괜찮아 보이는 5성급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호치민에서 체류하는 날짜는 5일 휴가의 앞뒤 주말을 최대한 활용해서 8박 11일이라는 일정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한국인은 무비자로 최대 15일까지 베트남을 방문할 수 있으니 문제 없지만, 한국폰(SKT)로 로밍하는 기간이 1주일을 넘길 수 밖에 없어서 한달짜리 서비스를 신청해야 했다. 첫방문시에는 빽빽한 미팅 일정이 잡혀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벅찬 일정이었지만, 이번 두번째 방문은 내가 직접 모든 스케쥴을 잡아야 했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그래도 첫번째 방문때와 달리, 이번에는 지난 몇개월간 같이 일을 해온 베트남 동료들과 꾸준히 연락을 해온 베트남 친구들이 있다는 점이 큰 매리트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은 워낙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오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만의 관광 코스 등이 이미 다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인터넷으로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첫방문때도 그랬던것처럼 나는 주로 호텔 직원들과 친해져서 그들의 도움을 받거나, 로컬인 베트남 동료나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 사람들은 어느 나라를 가던지 오직 한국 사람들만이 가는 명소, 식당, 카페 등이 정해져 있다보니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보이지 않고 그대로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로컬 친구가 없을때 가장 좋은 방법은 호텔 직원과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방법이다. 내 경우엔 특별히 도움이 필요없어도 일부러 부탁할 것을 만들어서 신세를 진다음 넉넉하게 팁을 주면서 시작하는 식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무려 8박이나 한 호텔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라, 자연스럽게 몇몇 친한 호텔 직원들이 생겼고 그들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기도 했다. 자신들 평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부킹닷컴의 리뷰에 일부러 두사람의 이름을 명시하기도 했다. 독일로 돌아와서 스파 직원의 실수로 마사지 비용을 중복으로 카드 결제된 것을 알게되었는데, 이 문제 역시 페이스북 친구가 된 호텔 직원의 도움으로 스트레스 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https://goo.gl/maps/JU6q6dQEhhPo3QsL7


도착한 첫날은 컨시어지가 추천해준 일식집으로 택시 타고 갔다. 토요일 저녁이라 가족 단위로 온 손님들로 꽤나 북적거려서 잠시 대기후에 자리를 안내 받을 수 있었다. 독일에서 주문하기 어려운 종류의 초밥 몇종과 라멘, 튀김 그리고 맥주 한잔까지 푸짐하게 먹었는데 겨우 2만원이라니, 베트남에 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독일에서도 일식집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메뉴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서 주로 사시미나 스시를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런데 베트남의 경우에는 맛이 일본 정도는 아니더라도 메뉴 종류가 다양해서 맛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된다. 독일에서는 독일 맥주가 최고이지만, 역시 일식집에서는 아사히나 삿포로와 같은 일본 맥주를 마시는 것도 필수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겨우 두번만 일식집을 이용하고 가급적이면 로컬 친구들이 소개하는 베트남 식당 위주로 다니려고 노력했다. 그중 한곳은 반년전에 왔을때 두번 정도 방문했던 곳인데, 언제나 좋은 퀄리티의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배달K라는 앱을 설치하고 일부러 호텔로 삿포로 맥주 10캔과 초밥 12피스를 배달시켜보았는데, 유로를 베트남동으로 환전해야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신속하게 배달되고 맛도 있어서 매우 만족도가 높았다.


https://goo.gl/maps/BQxSyRDq7ggrEe2K6

https://goo.gl/maps/wzEFQGrE8TZ7J2nX9


지난번 방문때, 카페를 한곳도 가보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일부러 카페에서 베트남 동료들을 만나서 같이 일을 하기도 했다. 한국처럼 크고 작으면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카페들이 많았고, 중심가일수록 사람이 많아서 자리 잡기가 힘들기도 했다. 작은 카페의 경우 아예 신용카드를 받지 않아서 동료한테 커피를 얻어마셔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우유를 넣은 White Coffee가 너무 마음에 든다. 11월인데도 베트남은 30도 전후의 온도에 습도가 높아서 에어컨이 없는 실외에 있는 것은 괴롭다. 가끔 비가 많이 오기도 했지만 여행 기간 중 절반 이상은 날씨가 좋아서 시원한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무언가를 하는 것은 필수였다. 점심 식사는 엄선된 베트남 식당 중에 매일 한곳씩 방문했었는데, 독일 기준으로 보면 괜찮은 가격에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매 식사때마다 사이공 맥주를 곁들여서 마시는 것은 필수. 지난번처럼 대부분의 이동은 비나선 같은 택시를 이용했는데, 베트남 동료나 친구들과 같이 있을때는 그들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이동을 하기도 했다. 일단 베트남은 택시가 쉽게 잡히고 가격이 저렴해서 무척 마음에 든다. 독일도 택시나 우버를 이용하는게 그다지 어려운 편은 아닌데, 한국은 지난 9월과 10월 방문때 새삼 느꼈지만 택시 잡기가 너무 힘들다. 오토바이 뒤에 타고 이동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라 이전에 비해 크게 긴장하지 않고 나름 능숙하게 타고 다녔는데, 헬멧은 물론 매연 때문에 마스크는 필수. 비오는 날 저녁 친구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할 기회가 있었는데, 택시를 타거나 자동차를 운전할때와는 또다른 뭔가 낭만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https://goo.gl/maps/kyU8QBS4GVbApURW9


사실 내가 아는 베트남 음식이라는 것은 쌀국수와 스프링롤, 서머롤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로컬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베트남 식당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매일 아침 오전 6시 30분마다 룸서비스로 Pho를 보내달라고 해서 먹기는 했지만, (독일에서는 베트남 식당에 가면 매번 Pho Bo만 주문해서 먹음) 덕분에 먹어보는 다양한 베트남 음식들의 낯선 식감과 향, 풍미 등은 그야말로 이런 여행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번엔 호텔 직원과 찾았던 "부이비엔 워킹 스트리트"를 이번에는 베트남 동료들과 함께 찾아가보았다. 반년전만해도 이제 막 코로나로 인한 여행 금지가 풀린 시기라 외국인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어딜가나 외국인들로 만원이었다. 때마침 월드컵 시즌이라 대부분의 업소들은 대형 스크린을 안팎에 설치해서 손님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한바퀴 돌면서 괜찮은 곳을 찾다가,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한곳에 자리 잡고 술과 안주를 시켜 마셨다. 원래 이곳은 저녁 8시 이후에 다들 퇴근하고 오는 시간부터가 재미있다는데, 지난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결혼한 베트남 동료와 나는 8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날씨가 후덥지근 한데다가 하루종일 싸돌아다니느라 피곤해서 밤늦게까지 노는 것은 무리다. ㅎㅎ


https://goo.gl/maps/mwsPbG7356uExhFw7

https://goo.gl/maps/iJuEu6p7U3ChuQF39


한 호텔에서 8박 9일을 지내고 직원들과 친해지다보니 나중에는 마치 내 집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짜증스러움만 빼면 대만족이었음) 이번에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새삼 느낀 것이지만, 내가 종사하는 분야일 경우 혼자나 커플이라면 일은 세계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 유럽이나 한국에서의 생활비 수준이면 적당한 가격의 호텔에 장기 투숙을 하면서 럭셔리하고 여유롭게 살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처럼 15일 이내의 무비자 여행과 달리 장기 거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이슈가 있기는 하겠지만. 호텔 내에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스파가 있어서 2번 마시지를 받아보았는데, 상당히 새롭고 인상적인 마사지였지만 (왠지 내가 쥐어짜지는 느낌) 아쉽게도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난번에 2번 이용했던 다른 5성급 호텔의 스파를 일부러 찾아가서 마사지를 받고 오기도 했다. 특별이 일정이 없는 날에는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1~1.5시간 정도 운동하며 땀을 빼었는데, 규모는 작았지만 장비나 설비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평소 일주일 정도 여행을 하면 중간에 한두번은 코인 빨래방 같은 곳에서 세탁을 하는 편인데 가까운 빨래방에서 저렴한 가격에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굳이 코인 빨래방을 찾아서 빨랫감들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직접 와서 받아가고 세탁한 다음 다시 가져다주니 얼마나 편한가! 게다가 문의나 신청은 구글 메신저를 통해서 영어로 가능한 것도 너무 좋았다. 배달K를 이용한 배달 서비스나 이러한 세탁 서비스 등을 보면 왜 사람들이 베트남이나 동남아시아 여행을 좋아하는지 이제서야 비로서 알게 된 것 같다.


https://goo.gl/maps/xzF5TEwSCbNLss3d8


이번 여행에서 예측 가능했던 서프라이즈와 예측 불가였던 서프라이즈가 있었는데, 예측 가능했던 것은 "라 벨라 사이공 호텔"의 루프트탑 수영장이었고 예측 불가했던 것은 호텔 직원 영업에 낚여서 이용하게 된 VIP 라운지였다. 숙박일 중 하루는 새벽 6시부터 날잡고 하루종인 루프트탑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 뒹굴거리면서 지냈는데, 정말 끝내준다고 밖에 설명을 할 수 없다. 하루 1인당 15유로 정도의 VIP 라운지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오후 티타임과 저녁 해피아워는 물론 근무시간대에 들러서 음료를 즐길수 있다. 사실 가격만 놓고 보면 그다지 비싸다고 생각들지 않았고, 한국 호텔들에서의 VIP 라운지나 해피아워 경험이 생각나서 흔쾌히 4일간 이용하겠다고 비용을 지불했다. 아니 그런데 VIP 라운지를 이용하는 것은 오로지 나 한명 뿐이라는건 몰랐기에 첫날부터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전에는 VIP 라운지를 이용하던 사람이 아예 없었는지, 첫날 VIP 라운지를 방문하니 아무도 없어서 업소용 냉장고에 있는 콜라를 하나 꺼내 마시고 있었다. 잠시후 부랴부랴 호텔 직원들이 달려오더니 여기서 뭘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래서 다른 호텔 직원과 메신저로 주고받은 VIP 라운지에서 제공한다는 서비스 내용을 보여주었더니, 그제서야 다들 이게 맞다면서 전용 용기에 담긴 음료수를 가져다 주고 어디선가 간단한 스낵을 가져다가 세팅을 했다. 나만을 위한 VIP 라운지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오로지 한사람을 위해 여러 직원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매번 지켜봐야 했다.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생각해보니 말그대로 VIP 대접을 받는 것이라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문제는 해피아워 시간이 되면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단지 나 한사람을 위해서 풀 세팅 된다는 것이다. 이곳을 담당하는 직원중 한명은 그 음식들을 나에게 하나하나 날라다주면서, 우리 어머님처럼 그 음식들을 남김없이 먹을 것을 압박해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웃음이 절로 났다. 나 빼곤 아무도 없는 VIP 라운지에 풀세팅된 음식들, 그리고 내 앞에 쌓여있는 접시들. 사람들도 좋고 음식 맛도 있고 다 좋았지만 솔직히 너무 부담스러운 서비스였다. 물론 여기서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가지는 등 최대한 활용하기는 했지만 다음에 다시 방문한다면 VIP 라운지는 패스.



5~6개월전부터 계획했던 여러가지 일들을 대부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나름 바쁘게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어느덧 출국 전날이 되었다. 이날은 베트남 동료들과 호치민 전쟁 박물관을 관람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둘러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달려 갔다. 두친구 모두 결혼을 했는데, 그 중 한친구가 와이프와 함께 와서 동행했다. 이 친구의 와이프가 바로 우리가 다니던 베트남 식당들을 추천해준 장본인이었고, 이날 가이드 역할도 도맡아서 해주었다. 아마 혼자 왔었다면 사진만 보다가 갔을텐데, 친구들의 설명을 들으며 베트남 사람들 입장에서의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 바라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미국 중심의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는 영화, 다큐멘터리, 책 등 밖에 볼 수 없었기에 이런 경험은 무척 소중하다. 전쟁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베트남 통일궁도 잠시 들러서 구경한 다음, 점심 식사를 위해 70년 역사를 가졌다는 베트남 식당으로 갔다. 입구와 내부 인테리어부터 범상치 않았는데 (내부 인테리어는 타이타닉에서 따왔다함) 마음껏 먹고싶은 것을 시키라고 이야기 했더니 다양하고 예사롭지 않은 음식들이 줄줄이 나왔다. 동료들과 즐겁게 먹고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가진 다음 마주한 계산서는 "아, 이 친구들이 작정하고 먹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ㅎㅎㅎ 뭐, 나름 호기롭게 메뉴도 안보고 마음껏 주문하라고 큰소리 쳤으니 부자놀이 한셈 치고 계산을 했다. 


https://goo.gl/maps/51N9psDnUnR61jeNA


좋은 날씨, 좋은 사람, 좋은 음식 등으로 둘러싸여 8박 9일간의 호치민 여행을 마치고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고 호텔을 나서니 만감이 교차했다. 불과 1년전만해도 내가 베트남에 올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최소 10명 이상의 베트남 동료와 친구들이 생겨서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꿈만 같고 가슴 설레이는 일을 겪기도 했고 앞으로도 계속 베트남 동료, 친구들과 함께 도전해볼 기회들도 엿볼 수 있었다. 덕분에 올해 남은 휴가를 모두 다써버려서 12월에는 휴가를 갈수 없게 되긴 했지만, 올해만 2번의 베를린-한국 왕복, 2번의 베를린-베트남 왕복이라는 장거리 여행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한국에선 겨우 5~6시간이면 갈수 있는 베트남이지만, 이번에는 무려 19~22시간 (환승시간 5~7시간) 걸려서 다녀와야 했어도 올해 처음 이용해본 카타르 항공과 도하 공항 라운지 덕분에 그다지 힘든 여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년에도 최소 한번 정도는 호치민이든 하노이든 방문할 생각이 있는데, 그 때에는 또 어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신짜오, 비엣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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