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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Apr 17. 2022

독일 정부가 지원해 준 휴가 여행

부활절 방학 기간에 5박 6일간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https://brunch.co.kr/@nashorn74/85


몇개월 전에 위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독일 정부가 코로나 시기에 아이들과 휴가를 가지 못한 가정을 위해 2021년에 7박, 2022년에 7박까지 90%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시행되었고, 나름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 중 한곳에서 4월에 5박 6일간의 숙박을 예약할 수 있었다. 예약에 성공한 이후 꽤나 남아있었던 여행 날짜가 어느덧 다가왔고, 부활절 방학 (2주)의 첫번째 주에 4일의 휴가 (4월 15일 금요일은 공휴일이기 때문)를 내고 5박 6일간의 여행을 출발하였다.


예약을 한 호텔은 드레스덴에서 동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체코 국경 근처의 시골 마을에 위치해있어서, 베를린에서 약 300km를 운전해서 가야했다. 독일 북부 지역은 공사 구간을 제외하면 고속도로에서 차량 정체가 없고 아우토반 구간이 길기 때문에, 100km 당 1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계산하면 된다. 따라서 베를린에서 약 3시간 정도 달려가면 도착할만한 거리라고 보면 된다. 오고 갈때 드레스덴을 지나가기 때문에 오랜만에 드레스덴의 츠뷩거 궁전을 가볼까도 했지만, 아쉽게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호텔에 도착하고 보니, 주위가 확 트인 언덕 위에 4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곳었다. 이미 시골스러운 분위기일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갔기에 오히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러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호텔 직원은 유창한 독일어로 안내를 해주었고, 딸내미가 설명을 듣고 우리에게 설명해주었다. ㅎㅎ 우리 가족에게 2개의 더블룸을 배정해주었는데, 따로 가족실 같은 것은 없는 구조인듯 하다. 2일에 한번 화장실을 청소해주고 휴지통만 비워줄 뿐 따로 룸 청소를 하지는 않았다. 하이쭝이 켜질때도 있고 꺼질때도 있는데 따로 규칙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나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불만스러운 부분은 없었다. 방에 커피 포트가 없어서 따로 요청해서 받아온 것 정도.


2일차에는 가까운 성 유적 중에 한곳을 방문했다. 자그마한 동네 옆에 있는 바위산에 성이 들어서 있는데 완전히 복원된 것은 아니고 유적에 전시관 등을 설치하여 운영하는 듯했다. 마침 어린이들이 단체로 방문해서 안내자의 설명을 듣는 모습이 보였고, 붐비지는 않았지만 관광객들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독일은 어디를 가든 사람이 미어터진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인적이 없을 것 같은 구석진 관광지에도 항상 소수의 관광객이라도 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상보다 걸어올라가야 하는 높이가 만만치 않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처음 방문한 관광지에 적합한 장소였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바위산 위의 성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https://goo.gl/maps/XSGEkAX94rBwv4vv9


3일차에는 좀더 멀리 떨어진 "쾨니그슈타인" 요새를 찾아갔다. 이번 여행은 숙소가 국경 지대에 있다보니 독일, 체코, 폴란드 국경을 넘나들며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국경을 넘을때마다 우리 부부의 한국 폰들에 매번 해외 입국 안내 메시지들이 우루루 수신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전날 방문했던 성 유적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큰 요새가 역시 바위산 위에 만들어져 있었는데, 꽤나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높은 요새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면 도대체 누가 이런 요새를 공략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요새 내부가 넓다보니 건물도 많았고, 차량 엘레베이터로 올려진 차량들도 많았다. 여기가 요새라는 것을 몰랐으면 그냥 지상의 어느 동네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부러 체코 마을들을 가로 질러 찾아가기를 잘했다.

https://goo.gl/maps/WA35dMQvYQyPTDdD6

아무래도 체코 국경에 가까운 곳이다보니, 4일차에는 딸내미가 시골을 벗어나 시내에서 쇼핑을 하고 싶다고 해서 무려 200km를 달려서 반년만에 프라하를 다시 찾았다. 6개월 전에는 코로나 때문에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이번에 방문한 프라하는 코로나 이전의 모습처럼 관광객으로 붐비는 모습으로 다시 돌아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코로나 시대는 완전히 끝난것 같은 느낌이었다. 작년 방문시에 우연히 들어가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던 한식당 "호사로와"에 다시 방문해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즐겼다. 프라하 여행을 하다가 한식이 먹고싶으신 분들께 강력 추천. 그나저나 체코 국경 근처에 있다곤 해도 프라하까지 다녀오는 것은 예상보다 피곤하고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다.

https://goo.gl/maps/SyrkPHyFvFTG1vfw6

5일차에는 비가 와서 레스토랑이 있는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을 방문하였다. 날씨가 좋았으면 정원 산책을 하기에 좋다고 하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특별 전시관에서 열린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변기" 전시회를 관람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성 안에도 전시관이 있어서 둘러보기 좋았고, 무엇보다도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이 마음에 들었다. 

https://g.page/barockschloss-rammenau-rammenau?share

독일 전통 스타일의 음식들은 그냥저냥 먹을만했지만, 베이킹 마스터가 만들었다는 케익과 파이는 아주 훌륭했다. 종류별로 하나씩 시켜 먹어보길 잘했다. 식사와 디저트로 배터지게 먹고 계산을 하려니, 여기는 팁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약간 섭섭했다.


매일 아침과 저녁을 호텔에서 먹었을 뿐만 아니라, 1인당 3유로씩 내면 점심식사용을 과일과 빵, 소시지, 요거트, 초콜릿이나 뮤슬리바 등을 양껏 담아갈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사는 호텔에서 제공한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식당은 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6 가족씩 나누어서 식사를 한 것 같다. 테이블마다 가족의 성이 쓰여진 이름표가 있어서, 해당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면 되었다. 아침은 빵과 요거트, 커피와 쥬스 등으로 구성된 뷔페식이었는데,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칭얼거리고 우리 강아지가 짖는 등 매번 소란스러웠지만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자그마한 아이들이 접시에 듬뿍 빵을 담아가는 모습이나 파스타면을 수북히 쌓아서 가면서 집어 먹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그야말로 어린이들이 있는 가정을 위한 독일 정부의 훌륭한 배려라고 생각이 들었다.


원래 점심식사 포장은 2일치만 신청을 받아서 별도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는데, 이후 3일간도 계속 점심식사 포장을 할수 있었다. 아마도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호텔측에서 추가 비용을 받지 않고 계속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들어가는 추가적으로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용에 상관없이 이렇게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 모습에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점심식사용 음식을 포장할 때도, 한 가정 당 얼마까지만 포장할 수 있다는 제한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 하나 지나치게 가져가는 일이 없어서 항상 양껏 포장해갈 수 있었다. 항상 서로 웃으며 인사하고 조금씩 배려하는 모습에 훈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

저녁 식사의 경우에는 매일 정해진 메뉴가 나오는 방식인데, 아무래도 어린이들이 많다보니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메뉴가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우리가 먹기에도 괜찮았는데, 3일차 저녁에 나온 감자만은 좋게 봐주기 힘들었다. ㅎㅎ 거대한 감자 2개를 먹고나니 배가 불러서 왠지 억울했다. 왜 독일을 "감자국(國)"이라고 부르는지 알게되었다고나 할까. 마지막날 저녁에 나온 밥에 소스와 야채를 함께 담아 먹는 음식이 나왔을 때, 음식을 담아주시는 아주머니가 야채를 담아줄까하고 물으니 아이들이 야채는 빼고 밥만 달라는 모습을 보니 어느 나라 아이들이든 야채를 싫어하는 것은 똑같아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총 여행 비용>

4인 가족 5박 숙박 및 아침/저녁 식사 비용 (10%) = 87,50 유로

4인 가족 2일간 점심 패키지 = 24유로 (옵션)

강아지 5박 숙박비 = 50유로

1일차 휴게소 식사비 = 28,20유로

체코 비넷 (고속도로 통행증) 10일짜리 = 약 12,69유로

2일차 유적 입장료 = 30유로

2일차 주차비 = 2유로

3일차 요새 입장료 = 45유로

4일차 점심식사비 = 120,83유로

4일차 주차비 = 9,82유로

5일차 성 입장료 = 15유로

5일차 점심식사비 = 97유로

5일차 주차비 = 1유로

주유비 = 13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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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6일간 가족 여행 경비 : 총 약 653,04유로 (약 89만원)


지금까지 어디를 가던지 가족 여행을 하면서 6일간 100만원도 사용하지 않고 마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과 같은 여행의 경우에도 최소 200만원 이상의 여행비를 사용했어야 할텐데, 절반 정도를 독일 정부가 지원해준 셈이니 고맙지 않을수가 없다. 겨우 3성 호텔이라고 해도 5박 숙박비가 우리 가족 한끼 식사비보다도 적다는 것은 상상을 해본적도 없고, 앞으로도 다시는 없을 기회일 것이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한국 정부도 이렇게 코로나로 인해 고생해온 호텔과 아이들이 있는 가정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양질의 복지 정책을 펼치는 것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우리 부부에게는 이번 여행에서 만난 해맑은 독일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여행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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