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아 글을 쓰지 못하고 책을 읽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나를 속여 보려고,
좋아하는 것들을 적는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앉아 좋아하는 미드나 야구를 보는 것.
최근에 구입한 바르고 나면 얼굴이 반짝거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향도 좋은 에센스.
필기감이 좋고 똥이 나오지 않는 세 가지 색 멀티펜.
작년 생일에 친구에게 선물 받은 미니백.
따뜻하고 부드러운 베이지색 니트.
땅콩버터를 바른 부드럽고 바삭한 통밀 베이글.
완벽한 써니사이드업.
예쁘게 잘린 잘 익은 아보카도가 올라간 오픈 샌드위치.
맛있는 드립 커피.
프렌치 어니언 수프.
김치만두.
폭설이 내린 다음 날 아침의 운현궁. 녹은 눈이 처마에서 떨어지는 소리.
에펠탑. 뤽상부르 공원. 베르시 빌라쥬. 마레 댄스 센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발레. 릴리컬 재즈. 현대무용.
잘 만든 뮤지컬, 연극, 무용 공연을 보는 것.
바이츠 퀸텟.
여행. 속초, 부산, 제주도.
비행기 타는 것.
도쿄와 홍콩과 베트남과 태국과 파리와 암스테르담과 런던.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일 때 서점에 가는 것.
견딜 수 없는 마음일 때 발레를 하는 것.
도망가고 싶을 때 여행을 가는 것.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대로 해버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