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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식 May 07. 2022

2019년 12월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했던가.

1999년에도 들었던 말 같은데... 지구에도 아홉수가 있어...

2020년 1월 1일.




마흔이 되었다.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잘 살아 있다.

어제 친구네 집에서 송년회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라디오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축제'가 나와서 어깨춤을 추며 신나게 따라불렀는데
그 모습을 눈을 반짝이며 보고 있던 점식이가

엄마,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랑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를 종이에 다 적어 놓을 거야. 그래서 엄마아빠가 죽고 나서도 그 노래를 계속 들을 거야. 라고 했다.

그저께는 점식이 친구들이랑 키즈까페를 갔는데
거기서 우연히 만난 점식이의 유치원 친구 엄마에게, 점식이가 내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며 엄마한테 꼭 연락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곤 나에게 와서는 "엄마, 이제 내 친구들 엄마 전화번호 몇 명 있어?" 라고 하기에, 얘가 초등학교 가면 날 초록어머니회 회장 같은 거에 앉히는 거 아닐까 너무 무서웠는데,
어제 '마지막 축제' 노래가 끝나고 나서 나에게


"엄마, 내가 내 친구들 엄마한테 왜 엄마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냐면 엄마 친구 많아지라고 그러는 거야.

  그래야 엄마가 오래 살잖아."


라고 했다.


아. 맞다. 우리 같이 본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장수하는 사람들의 비결이 교우관계가 좋은 거라고 나왔었지.

점식이에게 첫 죽음은 강아지 보리였다.
점식이는 유치원에서도 가끔 엉엉 울 정도로
보리를 많이 그리워 했었고 지금도 그리워하고
죽음에 대해 지금보다 더 모를 땐
보리 만나러 하늘나라에 놀러가자고 계속 졸랐었다.

어제 점식이는 차 안에서 나에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엄마가 죽기 전에 자기가 상계동 이도사(변신술사이며 요즘 점식이의 장래희망)가 되서 죽은 다음에 가는 하늘 나라에 먼저 가서, 거긴 따듯한지, 거기 가면 아프던 사람도 아프지 않게 되는지, 거기서도 잠은 자는 지 확인하고 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백살이 될때 엄마가 백사십살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오래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2020년의 나의 과제는 몸과 마음의 건강이다.

내가 그렇게까지 혼낼 일이 아닌 것에 혼을 내도
울면서 방에 들어 가다가 다시 돌아 나와서
"안아줘" 라고 말하는 점식이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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