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스카 Jun 15. 2022

#2 포동이 아들과 떠난 터키 여행

#파묵칼레 #에페소 #이스탄불 #성소피아성당 #굿바이 터키

 안탈리아에서의 2일은 정말 인생에 큰 위안이 될 정도였다. 아들 포동이도 그렇게 느꼈단다. 요트 위에서 즐긴 태양, 그리고 바람은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절반을 치닫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교수님께서 해주신 돈 아끼지 말라는 충고에 착실히 기반하여 우리는 이번 패키지여행에서 선택관광들을 대부분 하게 되었는데 그 부분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과 쉽사리 낼 수 없는 시간을 생각하면 언제 터키를 또 와보겠는가? 쉽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선택이든 무엇이든 나와 포동이의 가슴 한편에 오랫동안 남겨져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안탈리아에서 2일 차도 선택 관광인 올림푸스산 케이블카 등반으로 시작한다. 


 어제 카파도키아에서 안탈리아로 넘어왔다고 했는데 그 여정의 끝은 어느 산맥을 넘어와야 했다. 한데 그 산맥을 이루는 높은 산들은 대부분 만년설을 가지고 있었지 뭐야. 알프스에서만 볼 것만 같았던 만년설을 나는 터키에서 만난다.  그래서 그다음 날 우리의 목적지인 올림푸스산도 기다려졌다. 


 올림푸스산의 케이블카는 우리가 알던 남산 케이블카와는 차원이 달랐다. 약 40명 정도 탑승할 수 있는 공간에 그 길이는 무려 4.5km에 다다른다. 십여분을 올라가야만 정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오르는 동안에 볼 수 있는 지중해의 풍경과 만년설이 뒤덮인 올림푸스산의 경관은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풍경이었다. 정상에 도착하니 조금 쌀쌀했다. 아 이래서 만년설이 녹지 않는구나. 야외에서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실내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했다. 정상에서 먹는 커피 한잔과 풍경은 정말 끝내주었다.



                                                      < 올림푸스 산에서 >


 이제는 파묵칼레로 떠난다. 4시간을 달려 우리는 드디어 파묵칼레에 도착한다. 파묵칼레의 사진은 광고나 여행 유튜버 채널을 통해서 여러 번 접한 적이 있는데 볼 때마다 신비로웠다. 막상 그 신비로움은 내 손과 발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격스러웠다. 석회물질이 함유된 온천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뿜어져 나왔고, 그렇게 오랜 세월 퇴적된 석회 물질은 새하얀 파묵칼레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온천수에 우리는 발을 담가본다. 내일 아침에 탈 열기구에서도 파묵칼레의 광경을 볼 수 있기에 더 기대가 된다. 


                                                             < 파묵칼레 >


내려오는 길 귀여운 강아지 2마리가 포동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렇게 강아지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이지만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울 여건이 안 되어서 아쉬움이 컸는데, 터키에서 마음껏 강아지와 고양이를 만져본다. 터키의 특징이 있다면 사람들도 친절하고, 동물들은 더 친절하다. 길거리에 수많은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다가가도 어느 한 마리 피하는 놈들도 없고, 성질내는 아이도 없다. 세상 착하다.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우리도 한번 키워봐야겠다.


 파묵칼레에서의 숙소는 온천호텔. 저녁을 먹고 패키지에서 만난 하성이(초2)와 포동이는 온천 수영장으로 거거. 그리 깨끗하지 않은 물 같았지만 우리는 짧은 수영을 즐기고 사우나에서 살짝 땀도 뺐다. 내일 아침은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야 하기에 우리는 서둘러 이불속으로 몸을 숨겼다.


 파묵칼레에서는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열기구가 뜨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우리는 해가 뜨기 전 열기구 탑승 장소로 이동했다. 아들은 새벽부터 시작된 일정에 다소 피곤을 드러냈으나 이내 설레어했다. 나도 설레기도 하고 조금은 떨려왔다. 열기구에 바람을 넣는 모습부터 사람들의 웅성거림까지 순간순간이 눈에 찰칵찰칵 들어왔다. 이제 열기구만 타면 된다. 포동이를 먼저 태우고 나도 곧 탑승했다. 작은 바구니에 십 수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는데 바구니 속은 바게트 빵이 된 느낌이랄까? 열기구 조종사는 이내 엔진의 불꽃을 뿜어낸다. 마치 힙합의 비트에 맞추어 드럼을 치는 것 같이 신나게 조종을 한다. 우리는 지상에서 약 50m 위를 날며 파묵칼레 위를 지나간다. 어제 땅에서 본 모습과 하늘에서 본 모습은 천양지차였다. 그 아름다움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그리곤 곧장 우리는 하늘 높이 쏟구쳐 올라간다. 마치 풍선같이. 나는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지만 쪽팔리기 싫어서 억지로 참아 본다. 도저히 힘들 때는 잠시 눈을 감아 본다. 약 1시간여의 열기구 여행. 내가 만약 8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1년이 약 8,760시간이니 평생 70만 시간을 살아갈 터인데, 지금 여기의 1시간은 나머지 100시간, 1000시간보다 소중한 것 같다. 그렇게 열기구 바구니 속에서의 시간은 지나갔고 나는 땅에 발을 디디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 파묵칼레의 열기구들 >


 우리는 파묵칼레를 뒤로하고 2천 년 전의 동로마 시대의 유적지인 에페소로 들어선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기반을 둔 에페소 유적지는 한때 항구 도시였으나 이제는 바다가 육지가 되어 산 중턱에 자리 잡는 모양새였다. 2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각종 기둥과 바닥과 돌은 많이 풍화되어 반질반질해져 있었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아고라를 직접 보고 그 시절 강남대로에 견줄 수 있었던 화려한 대리석의 도로, 그리고 원형경기장과 원형극장. 어릴 때 포동이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줄 때 나오던 이야기들이 돌과 돌 사이에 수없이 숨겨져 있었다. 가이드 메흐멧의 이야기를 따라 우리를 2천 년 전 동로마시대로 잠시 여행을 다녀와 본다.



                                                             < 에페소에서 >


 2천 년의 시간을 지나 우리는 다시 여행을 떠난다. 이즈미르 근처에서 마지막 숙박을 하고 이제는 터키의 심장,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를 품은 도시, 리버풀이 AC밀란에 3대 0으로 끌려가다 역전을 시켜 '이스탄불의 기적'의 배경이 된 도시. 포동이와 나는 그 '이스탄불'에 입성한다. 인샬라.


 콘스탄티노플의 천년 요새가 되었던 이스탄불. 가톨릭 신자로서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성소피아 성당부터 그 맞은편의 블루 모스크까지. 모든 게 역사의 한 장면 같았다. 포동이와 우리는 블루 모스크를 관람하고 야경투어를 별도로 신청했는데, 터키의 홍대, 명동이라 할 수 있는 탁심 광장에 나들이도 나갔다. 탁심에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있었고 우리는 터키의 심장을 느끼고 있었다.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많이 있었고 우리는 그중 많이 먹고 싶었던 고등어 케밥집에 들른다. 겉보기에는 그냥 빵과 고등어 구이를 합쳐놓은 것 같았는데 맛도 똑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맛있었다는 포동이의 감탄. 우리는 사이좋게 반반씩 나눠먹고 그 거리를 걸었다.



                                                          < 석양이 지는 이스탄불 >


 이스탄불의 유명한 관광이라고 한다면 바로 동서양을 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 유람선 투어! 우리는 아침부터 유람선에 올라 이스탄불의 햇살을 받으며 보스포러스를 달린다. 유람선위에서의 경험은 어디에서나 좋지만 보스포러스 해협 주변의 주택들과 경관은 너무 아름답다. 영화 테이큰 2에서 리암 니슨이 액션을 펼쳤던 이스탄불과는 다른 곳인 것 같다. 그렇게 1시간을 해협에서 누빈다.


 그리고 고대하던 성소피아 성당. 사실 짝퉁 가톨릭 신자로서 염치는 없지만 살아생전에 로마 교황청과 여기는 꼭 와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드디어 오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터키의 에르두안 대통령이 무슬림 사원으로 변형시켜서 아쉽게도 미사나 기도를 드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의미 있었다. 성당 내부의 천장은 그 시대에 어떻게 저런 건축을 했을까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그 아래 나와 포동이가 서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그렇게 우리는 성소피아 성당을 눈에 품고 나온다. 그렇게 이스탄불에서의 두 번째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오스만 제국의 메흐멧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기 위한 전투를 재현한 박물관을 다녀온다. 3중 성벽의 천년 요새, 콘스탄티노플. 메흐멧 2세는 수십 척의 배를 산을 통해서 넘기며 전쟁의 승기를 잡는데. 배를 산으로 올린다는 혁신적인 생각에 존경심이 든다. 참 세상의 불가능한 것은 없으며, 뜻이 있다면 길이 보인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역사적 전쟁터 한가운데에 포동이와 내가 서본다.


 마지막 날 궁전 투어가 있었는데 나와 포동이는 선택관광을 신청하지 않는 실수를 범한다. 한데 전화위복이라고 궁전 앞 레스토랑이 예술이었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전망할 수 있는 레스토랑은 유럽 감성의 수제 햄버거와 피자가 나왔고, 우리는 터키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햇살이 좋았고 경치도 좋았고 커피도 맛있었다. 터키 여행의 마무리 치고는 꽤 괜찮은 식사였던 것 같다. 


                                  < 돌마바흐체 궁전입구와 그앞 보스포러스 해협의 풍경 >


 우리는 마지막 일정인 그랜드 바자르를 거쳐, 이스탄불 공항으로 향한다. 여행 내내 포동이에게 물었다. 터키 여행이 얼마나 좋냐고? 항상 우리 포동이는 "아빠랑 터키 여행이 너무 좋고, 버스 오래 타도 괜찮고 밥이 맛없어도 괜찮아. 나는 터키가 좋아."라고 답한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지쳐 쓰러진 포동이. 금요일 저녁 7시에 우리는 인천에 발을 디뎠다. 집에 와서는 그간 먹지 못한 아내가 해준 한국 음식을 원 없이 먹으며 터키에서의 추억을 회상한다. 새벽 2시 잠자리에 든 포동이는 잠결에 "아빠와 더 많은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남기고 꿈나라로 떠난다. 이 한마디 말이 이번 여행의 모든 걸 말해주고, 단 한 푼의 돈도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다음번 여행을 또다시 꿈꾼다. 수고했어 포동아. 아빠랑 다음에도 같이 가자. 아참 다음번에는 아름이도 꼭 데리고 가야 함을 명심하고.              

작가의 이전글 #1 포동이 아들과 떠난 터키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