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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si Jan 25. 2024

날 위한 하루 혼끼, "버터넛 스쿼시"로 따뜻한 수프

이름마저 사랑스러운 버터넛스쿼시에 오트밀로 완성된 세상 따뜻한 한 그릇!



친구들 사이에서, 내 입맛 취향은

확고한 아재 입맛으로 통한다.

일명 "국밥 충" 이기에.. 심지어-

더할 나위 없는 할미 입맛의 소유자이기도 하고!

이런 나에게 소울푸드라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메뉴는 매우 구수한 감성들이다.

뼈해장국, 콩나물국, 순댓국, 황탯국...

국에 밥을 푹푹 말아먹는

음식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에 더 가깝다.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김치들을 하나씩

살포시 올려먹는 걸,

참으로 즐겼었더랬다.

여기에 과거형인 이유는... 슬프게도,

내가 현재 주거하는 곳은

다름 아닌 미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값절로 지불하며-

김치를 사 먹는 일상이기에-

다양한 김치는커녕 원물에 집중한 배추김치 뿐이다.

가끔 여름엔 열무김치, 감자탕을 만들어 먹을 땐

석박지나 무김치를... 사먹곤한다.

한국에서처럼, 아니 엄마와 함께 살 때처럼

다채롭게 먹으며 지내진 못한다.

국밥류는 동네에 한 두어 곳 쯔음-

최애 단골집이 있기 마련인지라.. 나 또한!

만원 한 장 들고나서, 든든한 밥 한 끼 정도

먹고 즐기던 그때가 진심 그립다.

미국에선? 만원 한 장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우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곳에선 대부분 자급자족의 삶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보스턴정도의 도시 쯔음으로 이사오니,

그나마 꽤 자리 잡은 한인식당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국에서 즐겨 먹던 그 맛 그대로를 생각하며

음식을 주문해 먹으면 감사함 보단..

아쉬움이 남을 때가 대부분이다.

무튼! 이런 국밥충인 나이기에,

나가서 사 먹을 국밥 한 그릇이

마땅히 없는 이 미국에서 날 달래주는 메뉴를 찾았다.

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 있지만-

따끈한 국물을 푹푹 떠먹는 그 감성에

내 입맛을 고려한 메뉴는

수프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밥충이기에 저녁에는 반드시

"국물"메뉴를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ㅎㅎ)

나에게 "SOUP"를 만들게 된 시점을 떠올려보니,

바야흐로 십 년도 더 된 이야기다.

만성으로 위장장애를 겪고 계시는

나의 친정엄마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엄마가 한 차례 화장실에서 쓰러지신 그날,

내가 그 모습을 목격한 이후

(아직도 잊히지 않던 날이다.)

나는 위에 좋은 재료와, 활용할 수 있는 음식들을

부지런히 찾아냈고, 시도했던 때가 있었다.

엄마가 다신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중 하나가 우유와 감자를 넣어 곱게 갈아 끓여 낸

감자 수프였는데,

요리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던

그 시절의 내 손에서 나올 수 없는,

그런 근사한 맛이 그럴싸하게 났다.

(기억이 상당히 미화되었을 수도 있겠으나)

내 정성을 봐서였는진 몰라도,

엄마도 내가 만든 감자수프를 꽤 좋아하셨다.

그래서 나에게 수프라 함은, 포근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그런 음식의 개념이 되었다.

무튼 오늘 소개할 수프는 감자수프는 아니고...

맛도 건강에도 최고인 #호박수프 다.

호박에서도 #Butternutsquash라는

품종의 수프를 소개하고자 한다.

잠시 작은 설명을 추가하자면,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모양의

노오란 호박을

영어로- 펌킨이라고 부르고,

버터넛 스쿼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애호박"느낌의

그런 품종의 호박라인이다.

매 겨울이 되면,

나는 내 맘대로.., 내가 좋아하는 수프를 끓여낸다.

그리고 그렇게 따끈한 혼끼를 먹으며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내 손으로 수프를 만들게 될 줄은,

실로 상상도 못 했던 그런 모습이지만-

스스로 이 모습에 꽤 만족한다.

나를 위한 요리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큰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유독 미국에서의 겨울은 길기 때문에-

수프가 먹고 싶은 날도 자연스레 빈번하게 찾아온다.

특히나 내가 4년간 살아온 미국 중부는

일 년 중, 반- 그러니까 6개월이 "겨울"이었다.

10월 말이 되면 말도 안 되는, 양의 첫눈이 어김없이 내리는 곳이었다.

심지어 40인치의 눈이 쌓이는 놀라운 광경까지

두 눈으로 마주한 적이 있기도 하고,

생애 첫 스노우 블리자드(snow blizzard)도

겪어봤다.

그야말로 눈 속에 파묻히는 게 겨울의 일상이었다.

현재 내가 이사 온 이곳 보스턴 또한,

그에 버금가는(?) 겨울의 도시라 익히 들었다.

최근 내 동네 친구인 홍콩이모가,

북부에 위치한 세컨 하우스에서-

직접 애지중지 키워온 오가닉 스쿼시류를

잔뜩 챙겨주셨다.

야무지게 챙겨 오긴 했으나,

사실 2인 식구인 우리 부부에겐-

이 귀한 식재료를 마땅히 어찌 활용해야 하나

조금 고민이 되었다.  

일단 너무 어려우면 나의 게으름이 발동할 것임을

알기에 옳다쿠니, "호박수프" 메뉴가 번뜩

떠오르자마자

곧바로 오븐 앞으로 달려갔다.





버터넛 스쿼시와 오트밀이 더해진 수프




재료 :


버터넛 스쿼시 1개, 견과류 한 줌, 버터, 올리브유, 소금, 후추, 물, 꿀


소요시간 : 50분 이내


만드는 법 :


1. 버터넛 스쿼시를 껍질채 깨끗하게  세척한다.

2. 껍질을 제거해도 좋지만, 영양가가 많은 껍질이기에 제거하지 않고 함께 만들어도 좋다.

(껍질에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고 한다)

3. 적당한 크기로 숭덩숭덩 잘라준다.

4. 자르는 사이 오븐은 화씨 400도로 10분 정도 예열을 해둔다.

5. 손질이 끝난 버터넛 스쿼시에는 올리브유를 적당히 둘러준다.




6. 올리브유를 골고루 묻힌 후, 사이사이에 버터조각을 올려주고- 견과류도 함께 올린-

   다음에 소금 1/3 스푼 + 후추 드륵드륵! 골고루 뿌려준다

7. 화씨 400도 오븐에서 30-40분간 구워준다. (중간중간, 뒤집어주어 골고루 익혀준다.)

8.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쑤욱 들어가면 아주 잘 익었다.



9. 요렇게 갈색빛이 올라오면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10. 이대로 구이만 즐겨도 정말 맛있다.

11. 이후, 열을 식혀 준 다음에 오트밀 5스푼 듬뿍 추가해 주고, 꿀 2스푼, 올리브유 2스푼,

  그리고 물은 믹서기가 갈릴정도로 살짝씩 추가하면서 넣어준다.

12. 적당히 되직한 질감의 정도가 될 때까지만 갈아준다.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한다면, 더 많이 갈아준다!)



나는 일반 꿀이 아닌, 마누카 꿀을 넣었다.



13. 이 정도 질감이 된 다음, 냄비에 옮겨 담은 후, 원하는 식감정도가 될 만큼 물을 더해 넣어주고-

    중불에 끓여준다.

14. 끓으면 곧바로 불을 끄고 완성!

15. 이대로 볼에 담아준 후, 취향대로 더해준다.

16. 올리브유 한 바퀴 휘 두른 후, 후추만 뿌려먹어도 따끈한 수프로

    마음까지 뜨끈해진다.

17. 빵 한 조각을 구워 함께 얹어먹어도 정말 맛있다.


Tip :  냉장보관은 3일 정도 가능하다. 남은 수프는 곧바로 보관해 두었다가,

        다음 날, 전자레인지에 2-3분 데워먹으면 한 끼식사로 매우 훌륭하다!  




내 취향대로 만들어 보는 훌륭한 혼끼가

이렇게 완성되었다.

장사꾼 출신인지라, 맛보고는 이 정도는 팔아볼 만 한데?

싶은 그런 맛이 나서 곧바로 브런치에 기록해 본다.

요즘 오트밀을 활용해 리조토나, 죽, 드링크를

이틀에 한번 꼴로 만들어 혼끼 중인지라

버터넛 스쿼시와 오트밀 조합 어떨까 궁금하여!

느낌대로 시도해 보았는데, 진심 환상의 조합이다.

달큰-한 버터넛 스쿼시의 식감에 고소함 가득한 오트밀과-

중간중간 씹히는 식감이 더해지니 입도 마음도 너무 즐겁다.

혼자 먹는다고 대애충 먹지 말고,

내가 제일 먹고 싶은 것, 정성 들여 만들어 먹으면-

폭풍의 추위 따위는 겁나지 않을 것이다.

든든한 수프 한 그릇 드시고,

모두 무탈하고- 따뜻한 계절을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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