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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si Mar 15. 2024

인디애나의 새벽 4시- 그녀의 손 편지가 오는 날이면,

From. 친정 엄마처럼 온기 가득하지만 때론 쿨내진동 하신 그녀




 일주일에 한 두어 번씩-

인디애나에서의

삶을 사는 그녀가- 새벽 네시가 되면,

커피와 함께 적어 내린 손편지가-

언제나 그렇듯 나를 찾아와 준다.

그분은 나에게 'Maybe'라는 미국 이름을 선물하고 손편지의 낭만에 대해 알려주셨다.

아마 그녀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평생에 손 편지의 맛(?)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머문 새벽 공기로 잔잔하게 채워진

편지를 받고 나면,

나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곤 한다.

진심 가득한 손 편지가 이렇게나 큰 힘과

기쁨이 될 줄이야..  

소피아님은 한국인으로,

인디애나에서 이미 4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

그 시간은 내 나이를 훌쩍 초월한다..

옥수수 밭이 전부였던 시절, 인디애나에서의 외로움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아릿하다.

미군이었던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의

결혼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80년대의 통신 수단 부재 속에서도

고국에 계신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지내셨다.

때론 편지와 전화를 통해 말이다.

그녀의 수많은 밤은 과연 얼마나 깊고 아렸을지

때로는 광야로만 느껴지던 나의 그곳에서의 날들이

오버랩되어- 내 마음도 종종 저릿해진다.

우리는 교회에서 만나- 자연스레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주제들로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어느샌가 누구와도 나누기 힘든

속 깊은 어려움까지 나누게 되었다.

그녀와 나의 공통점은 바로,

인디애나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상도 못 할 만큼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을

혼자 걸어왔다는 거다.

둘 다 꽤 자존심이 강한 성격인지라 표현은

늘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린 취향마저 비슷해서 놀랐다.

일단 나태주 시인을 정말 좋아한다.

30대 후반의 나와 70대의 그녀와 같은 시인을

좋아하긴 쉽지 않을 일이다.

너무 놀란 건, 그녀의 문체인데...

왜 책을 진즉 내지 않으셨냐고 되물을 정도다.

그리고 우린 낭만에 죽고 못 사는 취향도 갖고 있다.

둘 다 초를 켜고, 향에 민감하며-

초타는 소리를 들으며 책 보는 걸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요즘,

우리는 둘 다 MBTI로 빗대어 말하자면

정말 리얼 "I"성향인 것이다.

그래서 때론 친정엄마의 온기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죽이 잘 맞을까 싶을 만큼

베스트 프렌드 같다고 서로 느낀다.

그래서 아쉽다. 지금 함께 삶을 나누는 이 시간들이

오래오래- 천천히 즐기며-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

그녀는 나이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하는 정말 오픈 마인드-어른이다!

나는 그녀를 통해 삶과 지혜를 배운다.

때론 조예가 깊은 음악과 문학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정말 놀랍다.

심지어 음반을 낸 적이 있는 그녀는,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슬픈 이야기도

얼마든지 깔깔깔~ 웃음으로 승화할 수 있는 능력까지 겸비했다.

나에겐 눈곱만치도 없는 능력치라 진심 부럽다.

언제나 "쿨하지 못해 미안해"류의 유리멘탈인

 나이기에-

너무도 시원시원하고 쿨내 나는 그런

어른의 모습에 늘 감탄한다.

여전히 사업을 하며 현역에 몸 담고 계시기에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분주한 일상을 보내신다.

유일하게 자유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그녀의 새벽 4시는 음악과 커피,

그리고 편지 혹은 책을 읽거나 쓰신다.

매주 목요일, 나를 위해 펜을 든다는 마음에

때론 그녀의 편지에서,

그녀의 새벽 향기가 담아져 오는 것 같다.

종종 나의 연재글에-

그녀의 얘기를 담아내고 싶다.

소중한 그녀와의 펜팔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엄마와 한국에서 커플로 맞춘 귀걸이 한 짝을

잃어버려 속상해하던 날이 있었다.

함께 귀걸이를 찾다 결국은 애써 포기했는데,

옆에서 보기에 내 모습이 딱해 보이셨는지,

정말 비슷한 디자인을 어떻게 찾아

나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써주신 날이다.


늘 편지 봉투에는 귀여운 스티커를 붙이는데,

나를 생각하며 고르는 편지지와 스티커가

소피아님의 소소한 즐거움이란다.

그래서 편지를 받고 나면,

귀염뽀짝한- 스티커를 골라 붙이시곤,

뿌듯해할 그녀의 모습이 더더욱 그리워져

이곳에서 혼자 행복해하곤 한다.

물론 때론 눈물이 그렁 흐르기도 하고,



02.29.2024





02.22.2024




그리고 어제도 지난 목요일에 그녀가,

새벽 4시에 적은 편지가

어김없이 잘 도착했다.

나는 편지를 받으면 이렇게 인증사진을 문자로

보내드리곤 한다.

언제나 편지가 잘 도착했나 궁금해하시는

그녀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뿐이라

참 아쉽고 늘 죄송하다.





언제나 우린 함께 그 "언젠가"를 꿈꾼다.

그리고 그 언젠가가 꼭 반드시

하루빨리 오길 소망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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