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에서 차분히 빛나는 것들을 보며
어쩌다 보니,
그날의 이야기를
오늘도 이어 적어본다.
이 날- 처음엔 몇 번이고 남편이,
아저씨에게 그만 내려달라 할까?
묻길래 진심으로 잠시 고민도 했다.
바람 속에 요동치며 분주하게 흔들리던 풍선
그리고 우리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고요하고 침착하게 빛나는 바다와 하늘 언저리를 바라보니-
공포로 느껴지던 흔들림이
제법 즐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에게 인생 너무 그렇게 아웅다웅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부는 바람에 힘 쭈욱 빼고 찬찬히 멀리 바라봐
그럼 꽤 재밌고 근사한 걸 담아낼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듯..
그들은 그저 담담한 모습으로 자기의 빛으로 고유의 자릴 지켜내고 있을 뿐이더라.
-
지난 한 주 마음이 여러 방향으로 요동쳤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여러 어려운 소식들.
이젠 괜찮은 것 같던 내 마음이
슬픔으로 무너져내리기도 했다.
여전히 마음을 지켜내는 일이 어렵다.
(아마도 평생, 나 스스로가 기꺼이 내주는 숙제겠지.)
답답함이 몰려올 때마다
긴 호흡을 어러 번 반복해 본다.
그리고 오늘의 이야기처럼-
고유의 자리를 지켜내며 차분히 빛나던 바다와 하늘이
나에게 속삭이던 위로의 언어를 상기하며,
요양원으로 무거운 첫 발걸음을 떠나신 93세의
왜소한 몸집의 우리 외할머니,
떠나보낸 외할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떠올리며
각자의 자리에서 괜찮기를,
아니 괜찮아지기를 기도해 본다.
더불어 떠오른 애정하는 시 한편으로 글을 마친다.
강 건너편에는
우리가
영원히 그 의미를 알지 못할
구원이 있지.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메리 올리버 < 블랙 워터 숲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