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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si Sep 05. 2024

오늘, 나는 마음을 또박또박 전해 보는 사람

마음을 정확히 말로 표현하며 사는 게, 나에겐  쉽지 않답니다만





나는 결혼하고 나서야 나의 감정 표현력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꼭 하고, 나름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솔직함과 표현을 명확하고 풍부하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인 것 같다. 특히 거절의 순간에는 미안함과 민망함이 더해져서 표현을 어려워하고 피하려는 성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예전에는 단순히 거절이 어려운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타지에서의 생활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니, 거절의 문제보다 그 표현 방법이 나에게는 매우 어려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눈치를 많이 보다 보니 상대방의 감정을 지나치게 신경 쓰고, 때문에 상대의 불편함도 금방 눈치챈다. 그래서 대화 중 공기가 무거워지면 자연스럽게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때로는 어설픈 표현으로 내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얼버무리거나,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이나 오랜 친구들이야 이런 나의 성향에 익숙해 이해해 주는 것 같지만, 미국에 와서 외국인들과 소통할 때는 이러한 표현의 문제들이 더 또렷이 나타나 느껴졌다.


 

가끔은 이러한 표현의 부족이 단순히 미안함을 넘어, 고마움이나 쑥스러운 진심을 표현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끼게 했다. 때로는 "땡큐"라는 말만으로는 내 마음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지에서는 나에게 도움을 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늘 아쉬웠고, 용기까지 필요한 일이었다.

속으로는 “나라면 이렇게 하지 못할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타인에게서 받은 따뜻한 배려에 가슴 벅찬 순간들이 많았다.

오늘은 여름 특강을 해주신 영어 선생님께서 브런치를 모두에게 대접하고 싶다 하셔서, 수업 후 도서관 근처의 다이너에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여러 영어 선생님들을 만나왔지만, 이렇게 집에 초대해 주시고, 미국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주신 선생님은 처음이었다. 단순히 "고맙다"는 말로는 내 마음을 충분히 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의 발레 학원 운영이라는 본업도 있기에 바쁘신 가운데, 이방인인 우리들에게 다정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주시는 그 마음이 참 귀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오늘 선생님과의 식사를 마친 후, 손을 잡고 인사하며 진심을 전하기로 결심했다. 선생님 덕분에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모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8월, 선생님댁 초대되어 함께 참여한 팟럭파티! 나는 생애 첫 잡채를 만들어 보았다.



You are my English game changer, so I can't thank you enough for your help!


오늘 내 마음을 진심으로 담아 전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럽고, 정말 기쁨 가득한 하루였다-




미국 생활이 더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배움의 과정이다. 앞으로도 배워나갈 것들이 천지에 가득하니 참 설레기도 한다. 여전히 모르는 게 많은 어른이기에, 나 자신을 계속 알아가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며 새롭게 살아보는 것이 목표다.

사실, 그것들은 내가 시도해보지 않아서 불편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내 안에 갇힌 생각의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새로운 가능성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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