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천 원만 빌려줘라, 이따가 ATM에서 찾아서 줄게"
학교 다닐 때 한 친구는 초반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그 친구는 주변 친구들에게 자주 맛있는 걸 사주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적은 금액을 주변 친구들에게 자주 빌렸다. 그리고 빌린 후에 친구들이 요청을 거듭해야지만 마지못해 돈을 갚았다. 돈을 빌려줄 때, 큰 금액이면 쉽게 빌려주기도 힘들지만, 갚으라고 요구하기도 편하다. 하지만 소액의 경우 쉽게 빌려주지만 갚으라고 독촉하기는 더 힘들다. 점점 친구들은 그 친구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어느 날, 조별 프로젝트가 과제로 주어졌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쉽게 조를 편성했고, 그 친구와 남아있는 친구들끼리 한 조를 만들었다. 그 조의 구성원들은 학업에 열심히 안 하는 친구나 기피하는 친구들이었다. 조별과제를 하는 동안 다른 조는 서로 업무 분담을 하여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반면, 그 조는 서로 말만 앞설 뿐,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없었다. 결과는 예상하는 바와 같이 엉성했다. 만약 친구가 평소에 약속을 잘 지켰다면 조별과제는 순조로웠을 것이다. 조별 과제는 한 사람이 약속을 안 지킨다면 결국엔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우리는 신뢰가 가는 사람을 선호하게 된다.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면 서로 도와가며 과제를 성공리에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기업은 고객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여긴 덕분에 최고의 배송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유명해졌다.
패더럴 익스프레스(Federal Express, 이하 FedEx) 사의 슬로건은 '밤새 반드시, 확실하게 목적지에 도착해야 할 때'이다. 그래서 FedEx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물건이나 편지 등을 확실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층이다. 오래전 덴버와 콜로라도 브레킨 짓지의 산악 통행로가 눈보라로 폐쇄된 적이 있었다. 이때 FedEx 덴버 지사로 브레킨릿지에 위치한 회사로 속달 소포가 배송되었다. 속달 소포라는 것은 급한 서류이므로 지사의 책임자는 어떻게 급하게 배송할지 고민하다 7천5백 달러를 들여 헬리콥터를 전세 내어 산을 넘어 소포를 배달했다.
당연히 날씨로 인해 못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 대표는 시간 내에 받게 되자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지사의 책임자는 웃으며 "우리는 돈보다 고객과 한 약속을 더 소중히 여깁니다."라고 말하고 덴버로 돌아갔다.
만약 FedEx의 책임자가 "고객도 이해할 거야, 눈보라로 길이 없으니까."라고 넘어갔다면, 사람들은 “FedEx도 슬로건만 그렇지! 비싼 돈 주고 FedEx의 서비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라고 말할 것이다. 회사의 슬로건을 지키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약속을 지킨 책임자 덕분에 이 이야기는 수천 명의 입으로 전파되었다. 사람들은 FedEx의 약속을 지킨 이미지를 떠올리며, FedEx를 찾게 되었다. 책임자 덕분에 회사는 들인 비용보다 더 큰 광고효과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제약 영업 당시, 의원에 전문 약을 설명하고 처방을 약속받는 업무와 약국에 전문약과 일반 약을 같이 판매하고 수금을 같이 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하루는 거래 약국에 일반 약을 판매하러 갔다. 판촉 자료를 보여드리고, 제품 설명과 주문을 부탁드렸다. 약사님은 제품이 너무 비싸다고 말씀했고, 주문 수량을 늘려주시면 단가를 낮추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가격표가 적힌 다이어리를 차에 두고 와 몇 개를 주문하면 단가가 내려가는지 알 수 없었다. 머릿속의 기억으로 주문서를 입력하고 이후 잊어버렸다. 얼마 후, 약국에 재방문하였는데, 약사님이 크게 화를 내셨다. 거래명세표를 보여주며, 왜 당신이 말한 가격과 상이한 이유를 말하라고 했다. 금액 차이가 있어 확인해보니, 30개를 주문받아야 단가가 내려가는데, 20개라고 잘못 말했기 때문이다. 순간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물론 당시에 내가 거짓말을 하여 원래 그 가격이라고 우길 수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사과했다. 어떻게 할 것이냐고 말씀하셔서 고민하다 차액을 보상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지갑에서 차액만큼 현금으로 드렸다. 차액을 보상했기 때문에 내가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약사님은 더 크게 화를 내셨고, 혼이 난 다음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돈으로 당신에게 보상받으려는 것이 아니야. 처음에는 단가가 틀려서 화가 났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어. 평소에 믿음이 가는 당신이 돈으로 다된다고 생각하니 더 화가 났어. 물론 나한테는 똑같아. 하지만 당신의 돈으로 영업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조금 혼나더라도 나에게 더 추가 주문하라고 왜 말을 못 하나? 영업을 하면서 당신 돈은 안 쓰도록 노력하게. 그래도 변명하지 않고, 당신 스스로 한말을 책임지는 모습은 높이 평가하네.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에 다시 한번 믿음이 가네. 회사에 물어보고 추가 주문하면 가격이 같이 내려가는지 알아보고, 안되면 반품하고 다시 30개로 주문해주게."
약사님을 말을 듣는 순간, 짧은 순간이었지만 상황을 피하지 않고 책임진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내가 순간을 모면하려고, 약사님에게 원래 이 가격으로 말씀드렸다고 우길 수도 있었다. 브로슈어에 가격이 표시가 된 것도 아니었고, 가격도 구두로 말하였기 때문이다. 약사님도 많은 영업사원들을 만나고, 사람마다 이런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은 다 다를 것이다. 난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알았고, 변명보다는 용서를 구하고 사과하여 중요한 거래처로 만들 수 있었다. 바로 내가 한 말을 끝까지 지키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사자성어 중 계포일낙(季布一諾, 끝 계, 베풀 포, 한 일, 허락할 낙)이란 말을 아는가? 뜻은 한번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킨다는 뜻으로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초나라의 계표는 의협심이 강하여 한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초나라의 조구라는 사람이 찾아와 자기를 천거해 주기를 부탁했다. “초나라 사람들은 황금 백 냥을 얻는 것은 계포의 한마디 승낙을 받는 것보다 못하다 [得黃金百斤 不如得季布一諾]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우리는 같은 고향 사람이므로 내가 당신의 이름을 온 천하에 떨쳐질 것입니다.”라고 한말에서 비롯되었다.’
사람의 한마디가 백 냥을 얻는 것보다 낫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는 알 수 있다. 콤포트 슈즈 업계 부동의 1위 안토니 대표 김원길은 저서≪멋진 인생을 원하면 불타는 구두를 신어라≫에서 신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직원들 앞에서 뱉은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 하물며 '우리 언제 술 한 잔 하자'라는 식의 상대방조차 기대하지 않는 약속까지 칼처럼 지킨다. 이처럼 모든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다 보니 직원들이 나를 신뢰하기 시작했고 조직이 단단해졌다.”
그는 경영진과 직원 사이에서 쌓인 신뢰가 안토니라는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할 정도로 약속을 철석같이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힘든 시기에 도와준 선배에게 지나가는 말로 “나중에 성공하면 최고급 자동차 선물하겠다.”를 17년 만에 지켰고, 술자리에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직원을 승진시켜 준 경우도 있다. 그는 취중에 했던 약속까지 지키는 것이 철칙이었고, 그 철칙이 지금의 안토니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김원길 대표를 믿고 따르게 되면서 회사에 애사심을 발휘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오타니 료헤이는 한국에서 문화적 차이로 꼽은 것은 바로 약속에 관한 부분이었다. “언제 한 번 밥 먹자, 이따 전화할게”라는 말을 들으면 실제로 기다리게 된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마냥 기다렸는데 이제 조금 적응이 되었다,”고 털어놨다. 한국 사람들은 형식상 하는 말이 참으로 많다. 그리고 그 말은 안 지켜도 누구 하나 비난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냥 한말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약속으로 받아들인다. 말하였다면 김원길 대표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그럼 말하는 것도 신중해지고 형식상하는 말은 더더욱 피하게 된다. 사소한 약속을 김원길 대표처럼 잘 지킨다면 고객들도 나를 믿고 신뢰하게 될 것이다. 고객은 나에게 여러 고객 중 한 명이지만, 반대로 설명하면 고객에게 난 단 한 명의 세일즈맨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한 말은 책임을 지고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