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일어난 웃지 못할 해프닝.
어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주말 저녁 9시 바이브였다. 티비를 보던 나는 찰리의 털이 뭉쳐 있는 것 같아 브러시를 들고 여기저기를 빗겼다. 배 쪽을 확인하기 위해 찰리를 무릎에 뉘었다. 그때 갑자기 발견된 진드기로 의심되는 여러 검은 점.
갑자기 잠이 확 깨면서 '이게 진드기가 맞는 건가'라는 생각에 불안과 공포감에 휩싸였다. 손으로 뜯어보려고 해도 뜯기지 않았다. 진드기가 콕 박혀 빠지지 않는 것 같았다. 약간 피도 났는데 내가 진드기 뽑는 핀셋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내일은 마침 찰리의 심장 사상충과 외부기생충건으로 동물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었다. 10시간 후에 병원을 갈 것인가, 아니면 지금 당장 24시 동물병원으로 뛰어야 하는 건가. 3초 정도 고민했다.
잠옷입은 모습 그대로 찰리를 안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하필 비도 많이 내려 더 정신이 없었다. 병원 앞은 주차하기가 힘들었고 발레 기사님도 퇴근한 상황이라 아무렇게나 주차하고 뛰어 들어갔다. 접수를 하는데 지금 이 시간이 딱 인수인계 시간이고, 나이트 진료라 진료비가 더 많이 나올 거라고 데스크에서 안내했다. 알겠다고 하고 기다렸지만 다리를 덜덜 흔들며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기다린 지 10분쯤 됐을까 또 한 명의 보호자가 들어왔다. 작은 말티푸 강아지를 안고 들어왔는데 보호자가 외출한 사이 세탁망 지퍼 헤드를 먹은 것 같다고 엑스레이 촬영을 원한다고 말했다. 말티푸 보호자도 접수를 하고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때 말티푸 보호자가 나에게 혹시 차를 이동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내 차가 입구를 막고 있어서 뒤차들이 주차하기가 어렵다고. 나는 지금 정신도 없고 주차 난이도가 높아 못할 것 같다 말했더니 차키를 달라해 건네줬다. 나에게 말티푸를 잠시 안아달라 했고 보호자는 내 차를 똑바로 예쁘게 주차시켜 줬다.
주차를 하고 돌아온 말티푸 보호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긴장한 나에게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질문하며 스몰토크를 이어갔다. 진드기 의심되어 왔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고 불안하다고 내가 대답했다. 30분쯤 기다렸을까 진료실로 들어오라는 안내가 들렸다.
수의사에게 찰리의 상황과 배 쪽 검은 점들을 보여주었고 그는 처치실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겠다고 내게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찰리가 뛰어나왔다. 그리고 나는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보호자님, 진드기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 배 쪽 털을 다 밀었습니다. 진드기는 아니었어요. 갈변된 젖꼭지입니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내가 강아지 젖꼭지를 뜯으려고 한 건가. 수컷도 젖꼭지가 있을 수 있지. 근데 그것도 구별을 못한 거라고? 갑자기 민망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이어서 수의사가 말했다.
"찰리 털 관리가 너무 안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진짜 진드기에 물려도 확인이 어려워요. 잘 관리해 주세요."
진료실 밖으로 나와 말티푸 보호자와 눈이 마주쳤지만 민망함에 할 말이 없었다. 진료비 수납하려고 하는데 간호사가 찰리에게 미열이 난다고 했다.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집에 오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리고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찰리를 앞에 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보호자 자격이 없는 것 같아 한참 울었다. 그러면서도 큰일이 아니라 해프닝으로 끝나서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음날 원래 다니던 병원에 갔고 수의사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간혹 보호자들이 나와 같이 구별 못하는 일도 있다고. 흔한 일이라고 나를 위로했다. 찰리 배에 난 상처에는 약을 발라줬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갔다. 월요일 아침 찰리의 배를 만져봤는데 아직도 열감이 느껴졌다. 금요일 밤에 간호사가 미열이 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열이 떨어지지 않은 건가. 걱정하며 출근했다. 회사에서도 계속 걱정이 되었다.
퇴근하고 찰리를 데리고 또 병원으로 갔다. 강아지 체온은 37.5도에서 39도가 정상 범위인데 찰리는 지금 38.6도라고. 괜찮다고 돌아가도 된다고 했다.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일간 아주 지옥과 천국을 오간 것 같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게 됐고 사람 아기라면 더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해프닝으로 끝나 이렇게 웃으면서 글을 쓸 수 있고 이 일로 또 배움이 있었기에 한 단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된 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