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할 날 없는 찰리네.
최근 찰리가 36개월이 되었다.
3세 기념 생일 케이크라도 주문해 파티를 해주고 싶었는데 삶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11월의 어느 주말 아침. 찰리는 밥을 먹자마자 우웩 하고 속을 게워냈다. 사료 모양이 그대로인 걸 보니 너무 급하게 먹어서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도, 그다음 날 아침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6일 차 아침,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구토 외에는 평소처럼 밥도 잘 먹고 텐션도 높았다. 잠도 잘 잤다. 그래서 더더욱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진료를 기다리며 지난 일주일을 떠올렸다. 아프기 전 일주일 정도 찰리는 락토프리 우유를 간식으로 먹었고, 토하기 시작한 그날 아침에는 산책 중 길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 먹었다. 가장 의심되는 두 가지였다.
수의사는 이야기를 다 듣고 “참 애매한 상황”이라고 했다.
금속이나 과일 씨처럼 큰 이물질이었다면 음식을 아예 못 먹었을 텐데 찰리는 저녁도, 간식도 잘 먹었다는 것.
지금으로서는 ‘뭘 잘못 먹어서’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했다.
일주일간 토한 만큼 위와 장, 식도가 지쳤을 테니 당분간은 유동식을 권했다. 그리고 항구토제 주사를 맞고 지켜보자고 했다. 주사를 맞고 나온 찰리는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병원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찰리야… 그 주사 아프다던데, 괜찮니…)
하지만 다음날 아침, 약기운이 있음에도 찰리는 또 구토를 했다. 그 순간 ‘이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찰리를 붙잡고 기도했다.
“하나님, 찰리 배 안 아프게 해 주세요. 그만 토하게 해 주세요.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용서해 주세요. 고칠게요.”
거의 자식을 위한 엄마의 마음이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병원으로 갔다.
토했으면 기력이 없어야 할 텐데 찰리는 역시 힘이 넘쳤다.
차라리 축 늘어져 있었다면 바로 엑스레이라도 찍고 원인을 찾았을 텐데… 애매하게 건강한 모습이 더 혼란스러웠다.
결국 유동식을 먹이며 지켜보기로 했다. 수의사도 그 결정에 동의했다.
추천받은 유동식은 닥터힐메딕스의 인테스티날 로우펫 습식캔. 연어, 닭, 소 등 대부분의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는 찰리지만 일단 먹여보기로 했다. 한 캔을 먹였더니 눈은 빨갛게 되지 않았지만 몸이 좀 가려운 듯한 모습. 그래도 일반 사료는 거부하는 것 같아 습식캔만 먹이고 있는데 다행히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구토도 멈췄다.
이번 일을 겪으며 아픈 반려견을 돌보는 보호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건강한 찰리와 매일 아침 눈 뜨고 함께 산책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그 모든 순간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내가 출근하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는 것 역시 당연하지 않다.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다시 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늘 힘이 넘쳐 산책할 때마다 나를 지치게 하던 찰리의 행동도, 이제는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