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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Oct 17. 2022

쌀쌀한 날의 젤라또

이탈리아인 마우라 챤드라의 따뜻한 젤라또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  알따 랑가(Alta Langa) 지역에서 나고 자란 마우라 찬드라(Maura Ciandra)라고 해요.


젤라또 하면 여러분은 뭐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오래전 달달했던  첫사랑과의 데이트가 생각나요. 벌써 40 전의 이야기네요. 40년 전의  첫사랑 마우로는 제 신랑이 되어 지금도 제 곁을 지키고 있답니다.


마우로와 제가  만나기 시작하던  이야기를  볼까요? 제가 태어나고 자란 알따 랑가 지역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외지였어요. 지금도 젤라또를 먹으려면 차를 몰고 30분은 운전을 해서 마을을 내려가야 할 정도에요.


40년 전 그때엔 젤라토가 먹고 싶을 땐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모네실리오(Monesiglio)까지 나가야 했죠. 달콤한 젤라또를 생각하면 한 시간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일주일에 한 번 젤라또 데이트를 하러 마우로가 차를 몰고 와서는 집 앞에서 기다리던 풍경이 떠오르네요. 하하하, 지금이야 백발이 다 되었지만,  긴 장발 머리를 휘날리며 통 넓은 나팔바지로 멋을 냇 마우로가 얼마나 멋져 보였는지 몰라요.  


눈을 감으면 아직도 모네실리오의 작은 젤라테리아가 눈에 선해요. 새하얀 눈처럼 머리가 센 두 분의 할머니가 젤라테리아를 지키고 계셨어요.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마술사의 집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죠.


지금이야 젤라떼리아에 가면 어떤 맛을 선택할까 고민이 될 정도로 선택의 여지가 많지요. 40년 전의 추억의 젤라떼리아에서는 젤라또 맛을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젤라또라고는 커스터드 크림 맛, 레몬 맛, 이렇게 딱 두 가지 맛밖에 없었거든요.


다리가 기다란 차가운 금속 컵에 담긴 크림 맛과 레몬 맛 젤라토를 다 비우고 나면 무더운 한여름에도 이가 시리고 턱이 덜덜 떨리곤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로 그 두 할머니가 마법사가 아니었나 싶어요, 하하하. 그 마법의 젤라토 덕분에 사랑도 이루어지고, 이 나이에도 여전히 건강하게 함께 젤라토를 즐기고 있으니까요.


일요일이 되면 이제는 장성해서 독립한 두 딸 베로니카와 바네사가 젤라토를 사 들고 점심을 함께하러 이 알따 랑가 지역으로 올라 온답니다.


우리 가족은 복잡한 맛은 좋아하지 않아요. 단순하지만 깨끗하고 강렬한 맛, 커스터드 크림 맛이나 우유 젤라토면 충분해요.


고도가 높은 알따 랑가 지역은 가을도 겨울도 빨리 찾아와요. 싸늘한 가을엔 짙은 안개로, 추운 겨울엔 눈으로 덮이곤 하지요.

안개가 끼든, 눈이 오든 일요일 점심시간에 바쁠 일이 있나요? 가족들이 다 모이는 날이면 창밖이 짙은 안개로 휩싸이든 눈이 펑펑 내리든 여유롭게 창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즐기는 걸 좋아해요.


식사의 마지막엔 찬장에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이스크림 종지와 작은 숟가락을 꺼냅니다. 젤라토 스쿱으로 작은 공 모양을 만들어 각자의 종지에 담죠. 이럴 땐 작은 신경전이 일어나요. “어, 내 젤라토 양이 더 적은 것 같은데?”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차가운 젤라또에도 친구가 필요하지요. 저는 단순한 맛의 젤라또에 모카포트에서 갓 끓여낸 커피나 뜨겁게 녹인 다크 초콜릿을 곁들이는 걸 좋아해요.


인생이 어렵게만 느껴지시나요? 젤라토를 먹기 전에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세요. 이루어질 겁니다.




"아포가또",  쌀쌀한 날, 젤라또를 즐기는 특별한 방법 (Affogato al caffè)


차갑고 달콤한 젤라토에 뜨겁고 쌉쌀한 커피를 부어 떠먹는 아포가토 알 카페는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그만입니다. 간단한 손님맞이 용으로도 준비해 보세요.


재료

커피, 커스터드 크림 맛·우유 맛 등 커피와 어울리는 젤라토


만들기

1)  먼저 모카 포트 혹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만든 커피를 뜨겁게 준비해주세요.

2) 원하는 맛의 젤라토를 오목한 그릇에 담아주세요. 커스터드 크림 맛, 우유 맛, 헤이즐넛 맛, 초콜릿 맛 등 커피와 어울리는 맛의 젤라토가 좋습니다.

3) 젤라토를 담은 그릇에 뜨거운 커피를 조금씩 부어가며 드세요.

한꺼번에 뜨거운 커피를 다 부어버리면 젤라토는 다 녹아버리고, 커피는 재빨리 식어버려 아포가토의 매력이 사라지니 조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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