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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May 28. 2020

스님, 엉덩이가 예쁘시네요

108배 7일 만의  변화,  옴마나! 힙업까지?

그렇다. 겨우 7일 해 놓고 나는 백팔배에 대해 쓰는 중이다.  7일 동안 매일 백팔배를 했다. 어떤 날은 하루에 두 번을 하기도 했다. 아니, 뭐 그렇게 짧게 해 놓고 글을 쓰냐고 면박을 주는 이에게 답한다. 아니, 그러게요, 그렇게 짧은 7일 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니까요.  7일간의 개인적 신체적 정신적 변화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08배,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

      

가장 최근 108배를 다시 시작한 날은 힘들었다. 마음이 복작할 때는 걷는다. 아침 7시 반부터 길 위에 몸을 싣고 타박타박 걸음을 옮겼다. 무자비한 강한 햇살은 이글거리는  불화살처럼 온몸 위에 내리 꽂혔다. 그늘에서 쉬며 걸으며, 하루 종일 걷다가 빨갛게 익어서 집에 돌아온 건 저녁 6시가 넘어서다. 찬물에 샤워를 했다. 걸을 때는 좋았다. 찬물 샤워도 좋았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다시 마음이 힘들었다.      


백팔배를 시작했다. 하루 종일 걷느라 에너지를 다 쓴 지라, 백팔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몇 번을 채 하지 않았는데 그만두고 싶었다. 팔다리가 휘청거렸다. 20회가 넘어가자 ‘아이구야 죽겠다’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설마 죽기야 하겠나, 일단 더 간다!’ 몸도 힘든데, 횟수를 거듭할수록 내가 몇 배를 했는지 헛갈리기 시작했다. 배에서 나오는 통성으로 크게 횟수를 세었더니, 입이 내는 큰 소리를 귀가 주워듣고 뇌가 알겠다며 기억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헛갈리는 일은 없었다. 70회를 넘은 때였나, 몸을 굽히고 이마를 땅에 대는데, 눈물이 났다. 한동안 마음이 힘들어서 백팔배를 계속했다는 한 친구 말로는 절을 하면서 그렇게 눈물이 났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건가. 한 번은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더니, 어찌어찌 백팔배를 마칠 수 있었다. 그 후 지금까지 매일 108배를 하고 있다.      


단 7만에 내가 본 108배의 효과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백팔배 하던 첫 날을 돌이켜 생각해본다. 백팔배 첫날, 직접 해보니 첫날이 어렵다. 첫날 중에서도 첫 10배, 20배, 30배가 어렵다. 아니 다들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직접 해보니 내가 뭘 하고 있나 싶다. 왜 이런 걸 하나 싶다. 이게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운동이 되고 있는 건지, 괜히 무릎 연골만 안 좋아지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익숙하지 않지도 않은 동작을 반복하기란 쉽지 않다. 20배, 30배가 넘어가도 재미도 없고, 점점 몸만 힘들어진다. ‘그만하자.’ ‘아니야, 그래도 가보자’ 두 마음이 싸우기 시작한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들어도 멈추지 않고 반복하면 어느새 108배의 반이 넘어가 있다. 그때가 되면 중도에 그만두기가 아쉽다. 그냥 가는 거다. 100배가 가까워오면 아주 뿌듯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마지막 108배를 셀 때는 아주 시원하게 질렀다. 아, 그 통쾌함이란.

무엇을 해도 심드렁하고 점점 세상 살맛이 없어지는 사람, 무엇도 제대로 끝맺음을 본 적이 없어서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몰 스텝의 첫 발로 시도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작은 도전의 성공은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힘을 실어 준다.      


2. 두통이 없어진다. 

5월 23일 108배 4일 차. 아침에 이미 백팔배를 끝낸 후였다. 5시에 약속이 있었다. 그런데 4시쯤이었나 극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앞 골이 후끈하며 땡기는 거다. 예전에 동료 선생님이 ‘아, 진짜 전두엽이 후끈거리네요’하더니 정말 그런 느낌이다. 

어릴 때부터 두통은 나의 오랜 친구다. 고3 때, 모의고사를 치고 나면 머리가 쪼개지는 듯 한 통증이 왔고, 그런 날은 도저히 아무것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너무 머리가 아플 땐 손으로 머리를 탁탁 치거나 눌러 가면서 공부를 했다. 친구들은 두통약을 권했지만, 나는 내 오랜 친구 두통에 대해 알고 있다. 머리가 아플 때마다 두통약을 먹으면 끝도 없을 거라는 걸. 

그런데 문득, 이제 씻고 나가기도 빠듯한 시간. 백팔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아주 늦은 시간 요가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겨울이었다. 사방이 캄캄하고 바람이 거세게 부는데도 지친 몸을 이끌고 센텀시티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렇게 추운 날 멀리까지 요가를 하러 가나. 더구나 이렇게 늦은 시간에.’ 밤 10시가 넘어서 시작하는 마지막 클래스였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 듯하며 요가 센타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시간 남짓한 요가 수업이 끝나면 온 몸과 머리가 개운해지고 상쾌해졌다. 잠을 잘 자고 일어난 아침보다 머릿속이 깨끗하게 맑아지고,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요가 선생님께 물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몸을 움직이고 나면 몸이 더 힘들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째서 몸이 더 가벼워 지지요?” “해독의 개념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몸의 나쁜 기운이 빠져나가니 가벼워지는 게 당연하다는 거다. ‘음식을 먹고 난 찌꺼기를 대소변으로 내보내듯이, 몸에 흐르는 찌꺼기 기운을 내보내니 몸이 가벼워질 수 있겠구나.’ 

절체조는 마치 아쉬탕가 요가의 1번 자세와 비슷하다. 두 손을 모으고, 양발을 모아 중심을 잡고, 꼿꼿이 섰다가 양 무릎을 구부리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어 땅에 엎드린다. 그리고 다시 양 발바닥을 땅에 붙이면서 발, 무릎, 허리, 머리까지 중심을 찾으며 몸의 축을 세운다. 간단한 동작을 반복하니, 몸을 잘 느낄 수 있고, 어느새 몸을 잊고, 마음도 잊을 수 있다.

어떤 약으로도 해결되지 않던 두통이 108배를 하고 나자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           


3. 요통이 사라진다.

“아, 허리뼈가 4개가 있네요.” 허리가 너무 자주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한 말이다. “네? 보통은 몇 개가 있어야 하는데요?” “보통은 5갭니다.” “헉! 그럼, 저는 장애인인가요?” 의사는 웃으며 보통은 허리뼈가 5개지만 간혹 4개나 6개인 사람이 있다고 했다. 다만 5개인 사람보다 마디가 하나 적으니 허리가 스트레스를 더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스트레칭을 할 때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 머리를 숙여 발목에 붙이는 일은 내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그 옛날 반으로 접히는 플립 전화기처럼 앞으로는 몸이 반으로 딱 접혔다. 그런데 바닥에 배를 붙이고, 머리를 들어 등을 휘는 자세는 도무지 되지가 않았다. 마치 땅에 자석이라도 붙어 있는 양, 상체를 들려고 하면 허리가 아파왔다.

나는 의자에 오래 앉아있기만 해도 어김없이 허리가 아파온다. 더욱 가관인 건, 그렇게 허리가 아픈 날은 의자에서 일어나면 할머니처럼 구부정한 자세로 어기적어기적 걷게 된다는 거다. “척추 기립근을 키우셔야 합니다.” 아니, 듣지도 보지도 못 한 ‘척추 기립근’이란 근육, 그걸 또 어떻게 키운다는 건지. 

백팔배를 하니 허리 통증이 확실히 사라졌다. 똑바로 섰다가, 심호흡을 하며 바닥에 엎드리면  척추와 근육-척추를 똑바로 서게 만들어준다는 등뼈 양쪽에 길게 붙은 척추 기립근-을 부드럽게 길게 늘이고, 다시 똑바로 중심을 잡아 곧게 선다. 매일 108번을 그렇게 척추를 정렬하고 늘이고 하니 나도 모르게 그 ‘척추 기립근’이란 놈이 강해진 건 아닐까?        


4. 힙업! 엉덩이가 예뻐진다.

오랜만의 외출에 옷을 고르느라 샤워를 하고 거울을 앞뒤로 보았다. ‘어? 이상하네? 이거 내 엉덩이 맞나?’ 눈을 의심했다. 뭔가 이상하다. 엉덩이가 탐스러운 동그란 복숭아 모양이 됐다. ‘나 여기 있지요’ 하고 엉덩이가 ‘땅!’ 하고 위로 탄력 있게 올라갔다. 세상에, 단 4일 만에! 의도하지 않았던 효과다. 아니, 힙업에는 스쿼트가 아니었나? 왜 아무도 백팔배가 힙업에 좋다고 내게 말해주지 않았지? 

아니, 그럼 스님들은 다 꿀벅지에 복숭아 엉덩이? 스님들이 그래서 멋진 뒤태를 감추시느라 헐렁한 회색 몸빼를 입으시는 거 아니야? ‘어머, 스님, 엉덩이가 예쁘시네요.’하며 여신도들이 스님에게 반하게 되면 곤란할 테니 말이다. 

굴신하며 무릎을 굽히고 땅에 엎드렸다 일어날 때,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는 듯했다. 세상에, 오래 앉아있는 학생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거라더니. 오래 앉아 있다 보면 허리는 약해지고, 엉덩이는 처지고 납작해지기 마련이다. 심하게 엉덩이 붙이고 오래 앉아 공부하는 사람들은 엉덩이 밑이 새카매지기도 한다고 들었다. 대한민국의 고3들이여, 공무원, 임용고시 수험생들이여. 시험만 붙으면 봄날이 오는데, 미리 관리합시다. 머리도 좋아진다는데, 힙업까지? 안 할 이유가 없다.      



108배를 꾸준히 일주일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매일이 또다시 새로운 도전입니다.  

108배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준비와 팁이 궁금하신가요? 

저의 글 '복숭아 힙 만드는108배, 한 번만 끝까지 하면 돼!'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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