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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달 Oct 05. 2024

길고양이 | 너희가 행복을 몰랐으면 좋겠어

불행도 슬픔도 모르게

길가에는 여행자들이 산다.

그 여행자들에게는 그곳이 곧 집이다.


두 발로 서서 괴상하게 걸어다니는, 좀 멍청해 보이는 어떤 존재들은 참 재미있고도 신기한 존재들이다.

어떤 친절한 두 발의 존재는 노래를 부르는 듯한 고운 소리를 내면서(그런데 그 존재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들에게 물과 먹을 것을 가져다 바친다.

또 다른 두 발의 존재는 사납게 고함을 지르거나 한껏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한다.




얘들아, 너희가 그 언제나 도도하고 당당한 얼굴로

늘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


아니, 사실은 행복이라는 것조차 모른다면 너희에게는 그게 더 좋을까?

불행도, 슬픔도 모르게.




더운 날에는 그늘을 찾아, 추운 날에는 지붕을 찾아

그게 뭐 그리 시원하고 따듯하다고 작디작은 몸을 차 아래로 숨기며,

다가오는 발걸음을 경계하고 때로는 갈구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 애들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두려움조차 없다.



그 애들은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

아침에, 낮에, 밤에.

길가에, 골목에, 작은 풀숲 사이에.


언제나 그랬듯이

삶에 한없이 치열한 마음만을 품고

그렇게 살아가고 살아가고 살아가다가

언젠가 그 여행자들은 동료들을 따라

참치캔과 캣닢이 잔뜩 반길 그 별로 돌아가리라.



행복조차 몰랐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사실,

너희들이 그 길에서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해.


담벼락 위로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빛만큼

풀숲 사이로 들어오는 조각조각 햇살만큼

가득차다 못해 넘쳐 흐를 정도의 따뜻함과 행복이

너희의 작고 외로운 등을 한껏 쓰다듬어 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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