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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 수첩 Apr 24. 2020

[인터뷰] 진달래 박우혁 #1

2016 사루비아다방


국립현대미술관 카페에서 진달래&박우혁님을 만났다.

생각보다 미술관 카페가 어수선하여, 자리를 인근 카페로 옮겼다.


신: 안녕하세요


진&박: 안녕하세요.


신: 너무 늦게 만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그 사이 일정이 많이 밀려서요. 처음 뵙는 건데 본의 아니게 차일피일 일정이 미뤄져서 정말 죄송해요.


진&박: 아닙니다. 황정인 큐레이터에게 많이 바쁘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 (이런저런 작업과는 별반 관계없는 안부와 인사들이 오갔다)


신: 진달래&박우혁 팀에 대해서는 전부터 알고 있었고, 전에 한번 스쳐가듯 인사를 드리기는 했지만, 이렇게 작가와 큐레이터로 정색하고(?) 뵙기는 처음이네요. 디자인 작업하신 것들이 맘에 들었지만, 제가 사립미술관에서 일하다 보니 예산상의 이유로 의뢰를 드릴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답니다. 그 사이 방&리 작가님들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희 프로젝트랑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심지어 방&리 작가님께서 자리를 만들겠다고도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되었네요.


신: 전시 이야기를 해볼까요? 전시가 처음은 아니시죠? 전에 구슬모아 당구장에서도 하셨었고… 죄송합니다. 그 전시를 못봤어요..


진&박: 네. 처음은 아니예요.

구슬모아당구장 전시전경

신: 하지만, 사루비아 전시는 좀 특별할 것도 같은데.. 어떠셨어요? 저는 사실 디자이너 팀으로 더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루비아에서의 개인전이 좀 의아했어요. 아마도 황정인 큐레이터가 전시를 만들게 된 주요 원인일 듯도 한데요. 어떤가요?


진&박: 네. 사실 거의 100프로라고 할 수 있죠. 원래 저희가 하게 된 전시는 프로젝트 자체가 일년에 한번씩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팀이나 작가를 소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었어요. 융복합이랄까? 작년에는 <적극: 다베르튜토 스튜디오>전시가 있었어요. <다베르튜도 스튜디오>는 연극하시는 분들이었는데, 미술적인 것을 연극 안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작업하시는 분들이었어요. 저희는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사루비아다방 전시전경
사루비아다방 전시전경


신: 그랬군요. 황정인 큐레이터는 전시를 아주 맘에들어 했던 것 같았는데,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전시가 무대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진&박: 네. 맞아요. 무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정확히 보신 것 같네요.


신: 사실, 저는 그래서 좀 아쉬웠어요. 너무 무대밖에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뭔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그 빠진 것을 저라고 생각하고, 마치 제가 무대 위의 배우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전시장을 둘러봤던 것 같아요.


진&박: 네. 처음에는 설치를 하고 나서 사람들이 다니는 장면들을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서 같이 보여줄까도 생각했었어요. 근데 나중에는 관객이 와서 직접 공간을 체험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다 빼버렸어요.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맘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작업을 한 적이 없어서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그 전시가 저희의 자체기획이었다고 했다면 좀 더 나갔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적인 여유도 늘 문제였구요.


신: 공간설치 작업은 늘 시간과 돈이 문제죠. 그래도 사루비아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게 되면, 큐레이터가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니까 좀 수월한 편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큐레이터와 말이 통하지 않는 것처럼 답답한 일이 없잖아요?


진&박: 그런 점에서는 일하기 좋았어요.


신: 그리고 사루비아 공간도 작업하시는 분들께는 좀 더 도전적인 과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제가 사루비아 공간을 좋아하거든요. 특히 다락처럼 올라가는 작은 방도 좋아하고, 공간을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는 이야기가 많은 작업들을 좋아하는 편이예요. 그래서, 사실 그렇지 않은 작품들을 볼 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좀 조심스러워지더라구요.


진&박: 이야기가 많은 작업이라는 것이 무슨 뜻이죠?


신: 사회적인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거나… 세상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거나. 좀 직접적으로요. 예를 들어 제가 제일 일을 많이 함께 한 작가가 노순택 작가인데요. 전형적인 다큐 사진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다큐라는 장르에 가두고 이야기하기에는 뭔가 더 많은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서 양파껍질 까듯 자꾸 까낼 수 있는 작업이라 할까요. 그러다 보니 제가 만든 전시들도 ‘젠트리피케이션’이라던다 하는 등 사회적 이슈에 닿아 있는 주제들이 많았어요.

큐레이터로서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 제 눈이 그리 예민하거나 발달된 것 같지는 않아요….시각적이기만 하거나 직관적으로 구조를 파악하는 작업들은 좀 어렵더라구요. 이제야 말이지만, 진달래&박우혁 작가들과의 매칭이라고 해서 한편으로는 만나고 싶었던 작가들이라 좋아하기도 했지만, 걱정도 많았답니다.

그래서 제가 두 분이 만들어 놓으신 공간에서 참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마 전시장에 있던 인턴인가 하는 분도 ‘뭘 저렇게 오래 있나’ 싶을 정도로 전시장에 꽤 오래 머물렀어요. 다행히 다른 관객들이 없어서, 혼자 공간을 만끽할 수 있었죠. 그렇게 있다 보니, 놀이터를 돌아다니는 것도 같고, 아, 공간이 벽 하나로 테두리 하나로 이렇게 달라지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재밌게 보기는 했어요. 그러나 여전히 제 전공 분야이거나, 자신 있어 하는 분야가 아니라서 어렵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더라구요.


진&박: 사실 저희도 비슷한 고민이 없던 것은 아니예요. 디자인 작업을 할 때나,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작업을 할 때나 고민을 많이 하죠.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정작 우리가 관심이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작업할 때 고민이 많죠. 정말 의미 있고 사회적인 이야기를 담아야 하나. 설혹 담는다고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다시 ‘정말 관심있어?’라고 묻는다면, 그 답이 확고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신: 동감해요. 저도 그래요. 전시 기획 다 만들어 놓고, ‘그래서 이렇게 내가 이런 사회적인 주제로 전시를 만든다 한들, 조금이라도 사회에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는 있는건가.’하는 질문 혹은 회의가 들기도 하거든요. 뭐랄까요. 뭔가 마음 한 구석에 걸기적거리는거랄까. 그런 일들이 잦은 것 같아요.


진&박: 그런 사회적인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작업을 할 만큼 그런 자격이 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신: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이해해요. 적어도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도 결벽증 같은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모든 작가들이 작업의 이야기와 삶이 일치할 필요는 없지만,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작가들은 그들의 윤리적인 입장과 삶, 그리고 작업이 일치하기를 관객의 입장에서 기대하기도 하고, 그래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그렇게 살지 않고 작업하는 것은 왠지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보기 불편하더라구요. 전시를 만드는 입장에서 저도 그렇게 살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 작업을 하시는 분들을 지지하는 정도로 저의 역할을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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