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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 수첩 May 01. 2020

[인터뷰] 진달래 박우혁 #2

2016 사루비아다방

신: 다시 전시로 돌아가볼까요. 진&박은 제게 ‘작가’보다는 디자이너라는 느낌이 강해서 제가 생각했던 ‘디자인’전시를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전시 거의 마지막 날 가서 봤는데요. 전시를 보기 전에는 요즘 한창 있었던 디자인 류의 전시, 데이터시각화 작업들을 예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새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사루비아다방 전시전경

진&박: 저희가 디자인에서 출발했는데, 디자인이 아닌 전시 쪽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아무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선입견을 많이 가지시는 것 같아요. 전시를 하지만, 디자이너 아니냐 뭐 이런

사루비아다방 전시전경

신: 왠지 그런 점이 더 흥미로우실 것 같은데요. 평면에서 작업하는 것이랑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이 많이 다르지 않나요? 그런 점에서 전시장이 흥미로웠던 것이 굉장히 입체적인데, 동시에 평면적이었어요. 좀 저렴하게 표현하자면, 이래서 태생은 속일 수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평면작업을 많이 해오신 분들이라 입체적 공간을 다루고 있는데도 그 느낌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 같았거든요. 분명 레이어가 있는데 플랫했어요. 다양한 공간 구성이었지만, 어느 한 시점에서 압축되면 하나의 평면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디자인을 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감각이지 않나 싶었어요.


진&박: 이번 전시에서 그런 느낌을 좀 더 극대화한 것 맞는 것 같아요. 


진&박: 원래 공간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설치를 하게 되었던 거죠. 사실 디자인이라는 것이 결국 공간에 대한 것이니까요. 그런 부분이 설치와 맞닿는 부분이 있어요. 그걸 디자인의 방법론 아닌 다른 것으로 풀어보고 싶었어요.

나중에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이상한 것을 하고 싶어요. 물론 아까 말씀하셨던 주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기는 하지만 뭔가 직관적인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디자인은 데이터를 다루는 것이기도 하고, 어떤 측면에서 저희 디자인에 직관적인 것들 것 많이 들어갔어요. 그런데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디자인적인 요소를 숨겨서 하기도 했는데, 그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신: 최근에 전시 많이 하셨어요?


진&박: 많이 하신 분들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이야기해서 많은 편이긴 했던 것 같아요.


신: 설치작업의 경우에는 많은 제약이 있지 않나요?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설치 작업을 넣고 싶어도, 예산과 일정 등을 따지다 보면 복잡해지고, 그러다 보면 기존의 작업을 초대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결국 전시기회가 많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회화나 조각, 미디어 작업을 하시는 분들보다는 제한적일 것 같고, 전시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작가에게 정작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거 같아요. 결국 전시했다는 증거물인 ‘사진’정도?


진&박: 맞아요. 그러다 보니 자꾸 사진에 집착하게 되는 것도 같네요.


신: 어떤 면에서 설치작업을 많이 하는 것이 소모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작가 손에 남는 것은 없으니까요.


진&박: 그렇죠. 할 때마다 예산이 많이 들고, 공간이 주어지면 할 수 없는 작업이기도 하고요. 전시 끝나면 파기해버려야 하고..어떻게 이것을 계속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신: 그건 정말 중요한 고민의 지점인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그런 고민과는 상관없이 어떤 물성이 있는 작가의 시그니처 같은 작품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인 작업 말고, 설치작업을 하시더라도 ‘진달래&박우혁’의 작업만이 가지고 있는 시그니처. 작가들에게 남는 건 작품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진&박: 문제는 문제인 것 같아요. 남는 것이 없어요.


신: 물론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을 컨셉으로 하는 방법도 있겠죠. 제가 가깝게 지내는 작가 분 중에 댄 퍼잡스키라는 분이 있는데, 이 분은 드로잉만 하세요. 워낙에 처음 전시 때부터, 본인의 작품을 남기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하셨어요. 그래서 전시가 끝나면 모든 작품을 지워야 해요. 퍼잡스키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과 관련해서 꼭 생각해봐야 하는 지점이기는 한 것 같아요. 현장설치 작업을 계속하시려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인 것 같아요. 철수하고 남은 합판이며, 자재며… 폐기물 뿐이잖아요…


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전시 만드는 입장에서도 이런 것들 생각하게 되거든요. 전시마다 매번 짓고 허물고, 그리고 전시가 끝나서 부수고 나면 쓰레기만 남잖아요. 그래서 저희 미술관에서 설치할 때 암묵적으로 가벽을 최소화하려고 해요. 이번 전시에도 그래서 가벽을 세우는 대신에 커튼을 활용했는데, 비용적으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사운드 전시라서 삼중 커튼을 하다 보니, 철수 후에 커튼이 엄청 남아서, 이건 또 어떻게 처리하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합판 같은 폐기물 보다는 일단 재활용의 가능성은 있어서 다행인 점도 있고, 보관도 용이하고. 


유럽이나 미국의 주요 미술관들은 웨어하우스가 아예 미술관에 함께 있고, 목공팀도 있어서 한 전시에서 쓰였던 합판이나 자재들을 보관했다가 재활용하는 경우들도 있기는 하더라구요. 하지만, 우리는 거의 업체가 일을 하다보니, 그리고 보관할 장소도 마땅치 않고요. 결국 매번 짓고 허물고 짓고 허물고.


설치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고민의 지점이 유사한 것 같더라구요. 예전에 XX 작가가까이에서 작업을 하는 것을 볼 일이 좀 있었어요. XX작가가 개념적으로 공간을 풀어서 설치하는 작업을 꽤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유형의 작업이 아이디어가 있다고 매번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금전적인 지원도 필요하고, 공사를 하려면 또 다른 사람들의 손을 많이 빌어야 하고, 전시 제안이나 공간 지원 없이는 작업이 어려우니까, 작가의 지명도를 유지한다거나 지속성을 가지고 가기 힘들더라구요. 때로는 그것이 큰 방해요인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작가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기본 요소나 재료들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조합 배열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요. 모듈화라고 할까요?


어쨌든 작가가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업에 따라, 작가에 따라 자기만의 답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전시 봤을 때, ‘와.. 이거 철수하면 다 버려야 하나..’하는 생각했어요. 진&박의 경우에는 공간구성을 하시니까.. 모듈화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요즘 아무래도 연극무대 같은 설치를 많이 하쟎아요. 벽이나 원이라던가 이런 것들을 모듈화시키면 나중에 재활용해서 베리에이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모듈화시킨다고 해도, 가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긴 하실 것 같아요. 작가들 만나보면 보관이 문제다 라는 이야기 많이 하거든요.


진&박: 다른 곳에서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걸 계속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한편으로는 이런 거대한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좀 더 키우고 싶다고 생각도 들고..


신: 토탈미술관 같은 공간이 주어지면, 아주 재미있게 작업하실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어떠세요?


진&박: 그렇죠. 결국 그건 늘 저희에게 주어진 극복의 과제이기도 한 것 같아요.


신: 참, 그러고 보니 예전에 아모레 전시에서 했던 작업들은 다 어떻게 되었나요?


진&박: 작은 건 저희가 가지고 있고, 큰 것은 천문대에 있어요. 장흥 가나 옆 천문대예요.


신: 제가 그 전시에서 진&박의 작업을 제일 좋아했거든요. 

(어수선한 아모레 전시에 관한 이야기…)


신: 아무래도 디자인을 함께 하신다는 것이 아무래도 여러 가능성에 열려 있어서 하실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진&박: 그런가… 그럴 수도 있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많죠. 최소한 도록이라던가.. 포스터라던가.. 직접할 수 있으니까요.


신: 여행을 다니거나 하실 시간은 별로 없으시죠?


진&박: 아무래도…


신: 잘 되었네요. 사실 그래서 제가 여행하는 프로젝트를 하거든요. 작가고 기획자고 여행하고 낯선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기고 하는데, 너무 전시전시하니까 지치는 것도 같고. 


저 그래서 예전에 주스가게 한 적도 있었어요. 전시 만드는 일이 지겹기도 하고. 10억 넘게 들여서 만든 전시가 무의미한 것 같았어요.  그게 미디어시티 서울 할 때였는데, 자고 있어 났는데 사지가 안 움직이는 거예요. 깜짝 놀랐죠. 정신은 멀쩡한데, 눈만 꿈뻑거리고 몸을 꼼짝도 못하니까. 한 20분인가 그러고 있었어요. 무섭더라고요. 병원에 갔더니 스트레스성이라고. 그 때 생각했죠. 아, 전시를 그만두어야겠다. 그리고는 광화문에서 생과일 주스가게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한 2년하다보니 전시가 하고 싶더라고요. 큐레이터 일이 더 쉬운 것 같기도 하고..장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큰 배움을 얻었죠. (웃음)


그리고 요즘에는 예산 없이 전시를 만드는 것은 여러모로 민폐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예산이 많다고 좋은 전시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완성도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죠. 예를 들어 전시디자인 팀도 있고, 예산도 넉넉하면 전시장 구성도 좀 더 멋지게 할 테고, 홍보도 잘 할테고… 그런데 사립미술관은 늘 예산에 쪼들리니까. 적어도 저 자신과 함께 일하는 작가들에게 뭔가 소모적이지 않은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일을 해야 하지 하는 의문도 들고요. 그래서 요즘 저희는 미술관의 방향성을 조금씩 바꿔보려고 해요. 전시자체보다.. 사람들이 함께 만나는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랄까. 물론 전시도 하기는 하지만…여행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저희가 보통 1년에 세 번 정도 여행과 연관되는 프로젝트들이 있어요. 근데 대부분 오지를 주로 다니다 보니까, 요즘에는 작가들이 선진국을 가자고 투덜거리기도 해요. 이야기가 많이 다른 길로 갔는데, 아무튼 여행이나 이런 경험들이 어쨌든 작품에 반영되지 않을까요?


예전에 방&리 작가님들하고 말레이시아에 가서 그곳 학생들과 웨어러블 라이팅 워크숍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있어요. 미디어아트가 뭔지도 모르는 외국 학생들과 그것도 영어로 하다 보니 한계가 많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것이 새로운 경험이나 자극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진&박 의 작업은 상당히 미니멀하잖아요. 이 분들과 인도나 이런 곳을 가면 그 느낌을 어떻게 풀어내실까. 안간다고 하실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죠 (웃음) 실은 이번에 르완다를 가는데, 몇몇 작가분들이 그런데 말고 유럽 이런데 가자고 하시면서 르완다는 안 가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안전 등등의 이유로. 좀 아쉽더라구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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