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베르 박물관의 꽃꽂이 클래스가 끝나고
좋아하는 마음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을 때, 절제한다. 물을 과도하게 먹은 식물처럼 관게가 시들어 버리는 탓이다. 나는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 같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감정을 대게는 잘 통제하지만, 무너진 둑처럼 표출될 때가 있다. 사랑과 슬픔이 그렇다. 두 감정은 이란성 쌍둥이 같아 너무 사랑해도 울고, 슬퍼도 울어버리고 만다. 통화하다 사랑의 감정에 못 이겨 종종 울곤 했다. 그럴 때면 수화기 너머로 당혹스러운 잡음이 흐르다, 나도 사랑해. 라는 다정한 목소리가 내 어깨를 감싸곤 했다.
취미로 꽂꽂이를 배우는데, 선생님의 손이 큰 덕분에 내 마음처럼 쏟아질 것 같은 작품을 주로 만든다. 지난주 수업은 글쓰기 같았다. ‘꽃말로 스토리텔링 하기’로, 유리 돔을 편지지 삼아 꽃을 배치하는 수업이었다. 유리 돔의 사이즈가 작아 꽃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게 핵심이었다. 남편에게 보낼 다섯 가지 꽃말을 선택하고, 프리저브드 이끼를 풍성하게 깔았다. 프리저브드 이끼에 나뭇가지 하나가 꽂혀있었다. 이 가지를 시작으로 꽃을 배치했다. ‘최소한의 꽃으로 글쓰기’ 에 집중하다보니 분재 같은 작품이 나왔다.
카피라이터가 되고 가장 많이 연습하는 건 절제다. 아이러니하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았는데, 덜 쓰는 법을 배워간다. 글처럼, 사랑은 압축할수록 컨텍스트가 확장된다. 당신과 나의 생각을 엮어갈 수 있는 여백이 많아서다. 테드 창의 단편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의 외계 생물의 언어처럼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 루이즈 뱅크스는 외계인의 목소리를 해석하기 위해 정부에서 섭외한 언어학자다. 수많은 시도 끝에 그녀는 외계 언어를 이해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경험’한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일들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직관한다.
그래서 소설이 끝났을 때, 그녀의 독백:
네 아버지가 지금 내게 어떤 질문을 하려고 해. 이것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나는 온 정신을 집중해서 모든 것을 빠짐없이 기억에 새겨두려고 하고 있지.
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번 꽃꽂이 수업을 통해 사랑을 ‘경험’했다. 화장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귀걸이 한 쌍에서, 30초 동안의 포옹에서, 아침 식사로 나온 계란 후라이에서. 사랑은 마르는 샘이 아니었다. 적재적소에 쓴 말 줄임표였다. 너무 사랑해서 울어버리지 않겠다. “내가 더 사랑해”를 습관처럼 말하지 않겠다. 경험하게 하겠다. 장범준이 노래한 것처럼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너의 샴푸향을 느낀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