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낯글 Feb 14. 2021

병문안을 다녀왔다.

나의 다짐

내게 병문안은 항상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런 일들이 쌓이자 병문안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래서 병문안을 목적으로 병원으로 향할 때는 문밖을 나올 때부터 갑갑한 기분이다. 병상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내 마음을 너무 아리게 만든다.      


그날도 그랬다 고모할아버지의 병문안을 가기로 하자, 내 마음 한쪽은 출발 전부터 시큰시큰했다. 병원 문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풍기는 이질적인 분위기에 숨이 막혀왔다. 당뇨병으로 인한 쇼크로 쓰러지셨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했다. 하지만 실제로 뵌 고모할아버지는 내가 알던 고모할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분을 처음 뵌 장소는 병실이 아니라 재활실이었다. 휠체어 위에 앉으셔서, 팔다리 재활 운동을 하고 계셨다. 그전의 건강하시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내 기억 속에서는 고모할머니와 함께 항상 웃으시고 쾌활하시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들어 보이셨다. 이내 우리를 보고 두 분은 웃으셨지만, 고모할머니의 웃음에서는 어딘가 슬픔이 느껴지셨다. 내가 알던 웃음과 대조되기에 더 씁쓸했다.   


우리가 와서 좋으셔서 웃으시는 거라고 고모할머니께서 설명해 주셨다. 고모할아버지는 의사소통하기 어려운 상황이셨다. 대화는 대체로 고모할머니와 했고, 고모할아버지가 가끔 간단하게 의사 표현을 하시면 고모할머니가 의미를 설명해 주셨다. 시간이 흘러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나갈 준비를 하자 고모할아버지가 고모할머니에게 귀를 빌려달라는 듯한 행동을 하셨다. 고모할머니가 귀를 가까이하시자 고모할아버지는 우리 가족을 가리키며 귀에다가 속닥속닥 말씀드렸다. 너무 작게 말씀하셔서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 정확히 듣지는 못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고모할머니가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시며 돈을 꺼내셨다. 고모할아버지께서 용돈을 챙겨 주라고 하셨다고 했다. 누군지는 잘 못 알아봐도 그런 거는 챙긴다며 고모할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예전 건강하실 때 그분이 용돈 주시던 기억이 떠오르며 울컥했다. 병문안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은 내 무력함이다. 내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저 옆에 있는 것, 응원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렇게 우울함만 느끼고 있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멋대로이기는 하지만 내 삶 속에서 열심히 사는 것으로 그들을 응원하기로 했다. 그날도 그렇게 다짐했다. 내가 그들 몫까지 열심히 살겠노라고 그들이 꿈꾸던 미래를 착실하게 살아가겠노라고 마음먹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간절했을 오늘을 사는 나의 최소한의 예의다. 그리고 내가 삶 속에서 하는 그들을 위한 나름의 응원이다.

작가의 이전글 책과 나의 연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