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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벚꽃 이야기

by 낯글

초등학교 때 벚꽃은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들이었다. 매일 처음 만나는 날들을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어느 날에는 반팔을 입어야 했고, 다른 날은 두툼한 잠바를 입어야 했다. 학교를 가는 날도 있었고 안 가는 날도 있었다. 여러 가지 추억이 기억나지만 그래도 벚꽃을 본 기억은 없다.


중학교 때 집 앞에는 나무가 있었다. 이런 나무가 있었나 싶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그 나무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늘을 제공해 주는 여느 길가의 나무와 다를 것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집 앞에 있던 나무가 벚꽃 나무라는 것을 알았다. 4월의 어느 날 나무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야간자율학습을 끝나고 돌아와서 불 꺼진 거리에 가로등 빛과 달빛에 빛나는 꽃은 참 아름다웠다. 아마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해 본 것도 그때쯤이리라 짐작해본다.


대학교 때 떨어지는 벚꽃잎이 슬퍼 보였다. 잠시 잠깐 나왔다가 땅에 떨어져서 사라지는 것이 안쓰러웠다. 꽃이 지고 봄이 끝나는 것이 슬펐다. 나의 봄도 언젠간 끝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걸 느꼈다. 나의 봄은 어떤 모습으로 끝날지 궁금해졌다. 그때쯤 사람을 떠나보내는 법을 배웠다.


지금은 꽃이 피지 않았을 때는 꽃을 기다린다. 꽃이 펴있을 때는 이별을 아쉬워한다. 벚꽃을 보며 그 속에 내 추억과 감정을 본다. 다음 시절의 나에게 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래도 봄에 꽃을 보고 즐거워하는 재미를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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