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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ul 10. 2021

과거와 마주했다.

과거에 좋아했던 사람을 만났다. 끝은 누가 봐도 좋지 않게 끝났지만, 나는 그 언제보다 진심이었다. 애써 없었던 일처럼 지내려 해도 불쑥불쑥 찾아오는 생각에 잠 못 이루기도 했다. 그래도 연락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만나던 당시에 나는 나름의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만나는 동안에도 그랬고 헤어짐을 막으려 잡을 때도 그랬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그보다는 더 노력할 수 없었다, 기회가 다시 와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그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작은 파문이었던 것이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파도가 되었다. 결국 몇 년 만에 먼저 연락을 했다. 과거에 대한 미련이 내 무력감을 이긴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몇 년 만에 연락했지만 상대방은 반갑게 맞아줬고, 그 주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만나 보니, 그녀는 그 시절의 모습과 달라지지 않았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기억 속에서 잊고 지냈지만, 내가 힘들어하던 모습들도 함께 있었다. 시간이 흘러 달라진 부분들은 있었지만 본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내 머릿속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처음에 연락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는 그런 내가 싫어하는 모습들에 대한 저항심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사람의 단점을 잊고, 그 뒤에는 내가 연락하지 않는 이유들을 잊었다. 남은 것은 상대방의 장점들과 내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미련이 없다는 자기 위안이었다.

결국 내가 과거와 마주하고서 느낀 점은, 시간이 미화시켰다는 것이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잊고, 털털한 성격으로 기억했다. 내게 상처 주는 말들을, 솔직한 모습으로 기억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내 기억 속에 있던 사람이지 그날 내가 만난 사람은 아니었다.

그날의 만남 전까지 내 머릿속에서 있던 이야기는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서로에게 끌려서 아름답게 사랑을 하고 결국에는 이별을 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현실과 마주했다. 그래 사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도 않았고 낭만적이지도 않았다. 때로는 격정적이고,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이기도 했다. 마치 데스노트를 다시 만지고 기억이 돌아오듯 내가 잊었던 모든 부분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책의 표지를 보고 어떤 결말일지 읽기 전부터 알 수 있었다.

과거를 다시 마주하고서 내가 깨달은 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내가 더 많이 추억할수록 미화는 심해진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과거를 직접 마주하니 미련은 사라졌다는 점이다. 아무리 혼자 머릿속으로 생각해도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한 번의 만남으로 명쾌하게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내 상상 속의 내 이상형은 잃어버렸지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용기는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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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차 초등 교사입니다. 선생님이지만 학생들에게 배우면서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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