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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un 11. 2022

첫인상이 사라지기까지

내가 근무했던 학교들에서는 한 반은 적게는 20명 많게는 30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적으면 적다 할 수 있고 많으면 많다 할 수 있는 매년 학생들을 만난다. 해마다 학생 수는 달라지지만, 새롭게 만난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매번 어렵게 느껴진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외워지지만, 처음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다. 빨리 외울수록 수업 진행이나 학생지도에 편리해지기 때문에 명렬표를 몇 번씩 읽어보며 노력한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하려는 학생은 첫날부터 강한 인상을 줘서 처음 만난 날부터 이름을 외울 수고를 덜어주는 친구들이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인 경우가 많다. 그런 친구들은 학년이 바뀌어, 헤어지고 나서도 몇 년이고 기억에 남는 친구들일 경우가 많다.     


그들의 첫인상은 대체로 강렬하다.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다던가, 남다른 사고방식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일주일이 지나도 입에 잘 붙지 않는 다른 친구들의 이름과는 다르게 그 친구의 이름은 첫날부터 마치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다.     


인상 깊은 첫 만남의 기억은 오래간다. 그날 정해진 첫인상은 꽤나 오랫동안 그 학생을 대표하는 모습이 된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끝까지 가지는 않는다. 다양한 이유로 그 학생의 이미지 변화가 생긴다.     


그저 장난치고 까불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던 학생의 따뜻한 마음이 보이고, 남을 배려하고 위할 줄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그전에 보여준 모습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반 학생이 보여준 모든 모습들이 모여서 결국에, 그 친구를 이루는 것들이다.     


일 년 동안 그들은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끝까지 가면 다 드러난다. 마치 산타 할아버지가 누가 착한 아이인지 아시는 것처럼, 나도 알 수 있다. 산타 할아버지만큼 명확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그저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친구는 이렇지, 저 친구는 저렇지 하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평면적이기보다는 입체적인 그들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첫인상을 넘어서, 편견에도 휘둘리지 않고 사람을 마주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는 것은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우리 반에서 하늘의 별을 관찰하던 예전의 학자들처럼 그들을 살핀다. 오늘은 이렇게 보이는구나, 이럴 땐 이런 모습을 보이는구나. 나는 관측자이고 안내자이고 그들의 동료이다. 내일도 내 역할에 충실하기를 다짐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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