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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똥밭 Aug 11. 2021

세상에 한 걸음 나아간 청춘들에게

그 한 걸음이 너희 인생의 위대한 도약이 되길 바라며

아들이 첫 출근을 했다.

.

마음이 묘하게 짠하다.


선사시대 그 아비도 그러했을 것이다. 아들에게 정성 들여 만든 '창'을 쥐어주고는 거칠고 흉폭한 포식자들이 우글거리는 들판에 홀로 사냥을 보냈을 때 말이다.


그리고 그 아비는 멀찌감치 떨어져 야생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 아들의 뒤를 지켜보며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했을 것이다.


그 아비처럼 나도 기도한다. 이 무한경쟁의 세상에서 잘 적응하길 바라며 말이다.


 



아직도 내게 선명하게 남은 기억이 하나 있다.


우리 아들이 처음 유치원에 가던 날


난 아파트 복도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작은 체구의 반을 가리는 가방을 멘 꼬맹이는 유치원 버스를 향해 뒤뚱거리며 뛰어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다보며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난 그 모습이 묘하게도 애잔했다. 그때 아들 어깨에 메어진 가방은 흡사 앞으로 세상이 지워줄 무게처럼 느껴졌었다.




유치원 버스를 향해 커다란 가방을 메고 뛰던 그 꼬맹이가 이제 진짜 세상으로 나아갔다.


즐겁길 바란다. 그리고 즐거울 것이다. 기쁘길 바란다. 그리고 기쁠 것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이전에 느껴 본 적 없었던 책임과 의무의 무게에 너무 놀라지 않길 바란다. 

이전에 느껴본 적 없었던 수모와 모멸이란 감정에 너무 놀라지 않길 바란다.


책으로 배운 '정의'가 현실에서 무기력하더라도 너무 놀라지 않길 바란다.

책으로 배운 '도덕'이 현실에서 무기력하더라도 너무 놀라지 않길 바란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현실을 보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이 세상의 아름다운 수목을 키우는 거름은 항상 냄새가 나는 법. 

너를 힘들게 할 그 모든 것들이 너의 영혼을 성숙하게 할 거름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이 세상에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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