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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티브스피커 Jan 20. 2022

이승열, 그리고 목소리


얼마 전,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몹시 지쳐 있었다. 몸도 마음도 추운 날이었다. 문득 오래 잊고 있었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이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가 오늘은 좀 피곤해서 지금부터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을 거야. 알아 둬. 이 가수가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고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야." 엄마에 대한 중요한 정보니까 꼭 기억하라는 느낌으로 몇 번을 힘주어 말했다. 이승열을 아이와 같이 듣는 건 처음이었다. 왜 잊고 있었지? 그동안 내 몸도 마음도 꽤 분주했었나 보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처음 이승열의 콘서트에 갔을 때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페이드아웃되고 그의 목소리만 존재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이것은 이승열의 팬 여럿이 공유하는 경험이다. 지금도 이승열의 목소리를 들으면 순식간에 그 순간으로 시공간이 옮겨진다.


그리고 언젠가 인생이 끝을 알 수 없는 캄캄한 터널 안을 걷고 있는 것 같았을 때 이승열의 노래와 목소리는 터널 밖으로 나를 이끄는 희미한 불빛이 되어 줬다.


나에게 이런 목소리있다. 지치고 힘든 순간 듣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가수와 노래가 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는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https://youtu.be/SZph-8lvpGA


https://youtu.be/clQtUYBs0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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