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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티브스피커 Oct 22. 2023

결국 '부사'가 주인공이다!

'부사'에 대해서

"마침내 죽었군요!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우는구나! 마침내"


이 영화에서처럼 부사가 주목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영화 '헤어질 결심'에는 '마침내'라는 부사가 반복해서 나온다. 그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응답하라 1988'에서 '어남택'이 유행했던 적도 있었다. 


"어차피 남편은 택이-어남택"


'마침내'와 '어차피'와 같은 단어를 '부사'라고 한다. '부사'는 문장의 주요 구성 요소는 아니지만 동사와 형용사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닭발은 아주 매운 음식이다.', '요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천천히 드세요.' 등. 굳이 없어도 문장이 완성되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외국인 학생들은 초급 수준에서는 주어와 서술어 목적어 등 문장의 기본 구성요소를 만드는 명사, 동사, 형용사, 조사 등을 배운다. 중급 수준부터 부사를 많이 베우는데 기본 문장에 부사가 첨가됨으로써 진짜 한국어 문장의 모습이 되어 간다.


사실 '부사'야말로 화자(말하는 사람)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다. 


내가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엄마가 문을 열었다.

내가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엄마가 문을 '벌컥' 열었다.


눈이 내린다.

눈이 펑펑 내린다.


그걸 못 챙겼어요.

미처 그것까지는 못 챙겼어요.

그때는 미처 몰랐다.


부디 잘 살길...

반드시 해 낼 것이다.

생각이 안 난다.

우연히 만났다

여전히 아름답네요

만약, 마치, 결국, 마침내, 드디어...


'부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굳이 말함으로써 더 도드라진다. 의도하지 않았다면 속내를 들키는 것이고 의도했다면 바로 그 부사에 화자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부사가 없는 문장은 간을 하지 않은 음식이다. 따라서 진정한 고급 문장은 부사를 얼마나 잘 쓰느냐로 갈린다고 생각한다.


주어, 동사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다. '나는 밥을 먹었다, 친구는 운동을 한다.'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부사'다. '우연히'와 '일부러', '기꺼이'와 '마지못해'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기표가 기의에 가 닿지는 못할지라도 '부사'가 그 틈을 '거의' 메울 것이다. 그리고 사실 너머, 결국 '부사'가 문장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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