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지 못한 이유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 올랐다.
역시나 빈 좌석은 없었고,
나는 평소처럼 손잡이를 붙들고 서 있었다.
내 왼쪽엔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얼굴.
주름진 손, 약간 굽은 등.
노약자석이 아닌 일반석 근처였다.
몇 정거장이 지난 후,
그 앞자리가 비었다.
그는 앉지 않았다.
대신,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 자리에 앉으라고.
나는 짧게 고개를 저었고,
그는 한 번 더 권했다.
다시 거절하자,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앉으라면 좀 앉아요!”
잠깐, 정적.
때마침 내 앞자리가 비었다.
나는 그 자리에 바로 앉았다.
그는 여전히 서 있었다.
잠시 후, 또 다른 여성이 그의 옆에 섰다.
그는 똑같이 자리를 권했다.
여성은 불편한 표정으로 자리를 피했다.
노인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마침내 비어 있던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등을 기대지도 않고, 기둥을 잡은 채로
엉거주춤, 걸터앉은 자세였다.
조금 뒤, 또 다른 노인이 탑승했다.
그는 가장 먼저 노약자석을 살폈다.
자리가 없자, 아무 미련 없이
다음 칸으로 이동했다.
조용히, 빠르게.
앉아 있던 노인은 그를 지켜봤다.
아무 말도 없이.
그가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지하철 문이 열렸다.
나는 도망치듯 내렸다.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기둥을 잡은 손은 그대로였고,
시선은 아직도
누군가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는 왜 그랬을까.
왜 노약자석으로 가지 않았을까.
왜 자리에 앉지 않으려 했을까.
왜 앉아 있는 내내, 불편해 보였을까.
지하철을 빠져나오며
홀가분하면서도
어딘가 서글펐다.